AI 전력수요 폭증에 원전 재가동…영덕·기장, 차세대 에너지 거점으로 부상
- 경북 영덕, 신규 대형원전 2기 후보지 선정…15년 만에 새 원전 부지 확정
- 부산 기장, 국내 첫 상용 SMR 후보지 낙점…원전 산업 생태계 확장 신호탄
- AI 데이터센터·반도체 산업 성장에 대응…전력 확보 경쟁 본격화
정부가 인공지능(AI) 시대의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신규 원전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북 영덕군이 대형원전 후보지로, 부산 기장군이 국내 첫 상용 소형모듈원자로(SMR) 후보지로 최종 선정되면서 한국 에너지 정책이 다시 원전 중심으로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한국수력원자력 신규원전건설 부지선정평가위원회는 17일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신규 원전 건설 후보부지를 확정했다. 이에 따라 영덕에는 1.4GW급 대형원전 2기가, 기장에는 0.7GW급 SMR 1기가 들어설 예정이다. 목표 상업운전 시점은 대형원전이 2037~2038년, SMR은 2035년 전후다.
이번 결정은 2011년 강원 삼척과 경북 영덕 천지원전 후보지 지정 이후 사실상 15년 만에 이뤄진 신규 원전 입지 선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과거 탈원전 정책으로 무산됐던 영덕 천지원전 예정지가 다시 국가 에너지 전략의 중심에 서게 됐다.
평가 결과 영덕군은 총점 91.01점을 기록하며 울산 울주군(82.63점)을 큰 격차로 제쳤다. 부지 적합성, 환경성, 건설 적합성, 주민 수용성 등 전 부문에서 고른 우위를 보였다. 특히 주민 수용성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획득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올해 실시된 지역 여론조사에서는 신규 원전 유치 찬성 비율이 80%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나 지역사회의 기대감도 확인됐다.
영덕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확장성이다. 이번 공모에서 원자로 4기 규모를 수용할 수 있는 부지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전력 수요 증가 시 추가 원전 건설 가능성까지 열어놓게 됐다. AI 산업 성장에 따른 전력 수요 확대가 장기화될 경우 국가 차원의 전략적 에너지 거점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첫 상용 SMR 후보지로 선정된 부산 기장은 기존 고리원전이 위치한 국내 대표 원전 산업 클러스터다. 축적된 운영 경험과 전문 인력, 송전망, 협력업체 생태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SMR은 기존 대형원전에 비해 발전 용량은 작지만 공장 제작 후 현장 조립 방식이 가능해 건설 기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차세대 원전 기술로 평가된다. 미국과 중국, 캐나다,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이 미래 원전 시장 선점을 위해 경쟁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국내 첫 상용 SMR 부지 선정은 한국 원전 산업이 대형원전 수출 중심에서 차세대 원전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원전 확대는 AI 산업 성장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생성형 AI 서비스와 초대형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글로벌 컨설팅 기관들은 향후 10년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현재 대비 수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빅테크 기업들이 원전 사업자와 직접 전력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구글 등도 원전 기반 전력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 역시 AI 경쟁력 확보를 위해 안정적이고 대규모 전력 공급 체계 구축이 필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과제도 적지 않다.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해서는 환경영향평가와 각종 인허가, 지역 협의, 송전망 확충 등 복잡한 절차가 남아 있다. 또한 수도권의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비수도권에 발전시설과 송전망 부담이 집중되는 구조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번 부지 선정은 한국이 AI 시대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현실적 선택에 나섰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함께 활용하는 에너지 믹스 전략 속에서 영덕과 기장은 향후 한국 전력 인프라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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