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벤츠에 첫 배터리 공급…독일 ‘빅3’ 완성차 모두 확보
- 하이니켈 배터리 다년 계약…10조원 규모 ‘K배터리 동맹’ 확대
- 전기차 공급망 재편 속 한국 기업 존재감 강화
삼성SDI가 메르세데스-벤츠와 손잡고 전기차 배터리 공급에 처음으로 나선다. 이번 계약을 통해 삼성SDI는 BMW와 아우디에 이어 독일 프리미엄 완성차 ‘빅3’를 모두 고객사로 확보하며 글로벌 시장 영향력을 한층 강화하게 됐다.
양사는 서울 강남에서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에 적용될 하이니켈 배터리 공급을 위한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 규모를 약 10조원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공급되는 배터리는 니켈·코발트·망간(NCM) 기반 하이니켈 소재를 적용해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주행 거리와 출력 성능을 동시에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 배터리는 향후 벤츠가 출시할 중소형 전기 SUV와 쿠페 모델 등에 탑재될 예정이다. 삼성SDI의 안전성 기술이 결합된 점도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전기차 화재 등 안전성 이슈가 글로벌 시장에서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 만큼, 프리미엄 브랜드일수록 안정성과 신뢰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공급 계약을 넘어 전략적 파트너십 성격이 강하다. 양사는 배터리 선행 개발과 차세대 기술 분야에서도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도 협력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벤츠는 이미 LG에너지솔루션과도 대규모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고 있어, 한국 배터리 기업들과의 협력을 한층 강화하는 모습이다. 이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공급망 다변화가 핵심 전략으로 떠오른 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최근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중국 전기차 및 배터리 기업의 공세에 직면하면서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로 중국 브랜드의 유럽 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상승하는 반면, 독일 완성차의 중국 내 입지는 약화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술력과 안정성을 갖춘 ‘K배터리’는 대안적 공급망으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유럽연합(EU)이 전기차 및 배터리의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이는 정책을 검토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유럽 생산 거점도 전략적 가치가 커지고 있다. 삼성SDI와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이미 헝가리, 폴란드 등지에 생산시설을 구축해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일시적인 수요 둔화, 이른바 ‘캐즘’을 겪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고성능·프리미엄 전기차 중심으로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경우 고에너지 밀도와 안정성을 강점으로 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번 계약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경쟁 축이 ‘완성차’에서 ‘배터리’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삼성SDI는 이번 협력을 발판으로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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