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테크

한세실업의 도전…‘사람의 옷’ 넘어 휴머노이드 의류 시장 선점 나선다

  • 교육·돌봄·산업현장용 휴머노이드 전용 의류 첫 공개
  • 냉감·내구성·관절 가동성 결합한 미래 의류 플랫폼 제시
  • AI·3D 디자인 이어 휴머노이드 시대 준비하는 한세실업

8일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에서 열린 ‘웨어 더 퓨처(Wear the Future)’ 미디어데이 현장에는 이색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성인 여성 크기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무대에 등장해 지드래곤의 ‘POWER’ 음악에 맞춰 자연스러운 안무를 선보인 것이다. 얼굴을 제외하면 사람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한 움직임을 구현한 로봇은 아이돌 무대 의상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복장을 착용하고 있었다.

이날 행사를 개최한 한세실업은 단순한 퍼포먼스를 넘어 미래 성장 전략의 한 축으로 ‘휴머노이드 전용 의류 시장’을 제시했다.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의 발전으로 휴머노이드가 교육, 돌봄, 산업현장, 서비스업 등 다양한 영역에 본격 투입될 미래를 대비해 의류 산업 역시 새로운 진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은 “로봇 시장은 과거 AI가 성장했던 것처럼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할 것”이라며 “휴머노이드 시장의 변곡점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에는 휴머노이드가 교사와 간병인, 산업현장 작업자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며, 그들에게도 역할과 환경에 맞는 의류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세실업은 휴머노이드 의류를 단순한 패션 개념이 아닌 기능성 산업재로 접근하고 있다. 사람과 유사한 외형을 갖고 있지만 내부 구조는 전혀 다른 휴머노이드 특성상 의류 설계 방식도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휴머노이드 의류에는 배터리와 구동장치에서 발생하는 열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냉감 소재가 적용된다. 또한 반복적인 움직임으로 인한 마모를 견딜 수 있도록 고내구성 원단이 사용되며, 사람보다 넓은 관절 가동 범위를 고려해 어깨와 무릎 부위에는 입체 패턴과 특수 구조가 반영된다.

손지연 한세실업 R&D본부 이사는 “휴머노이드는 사람과 비슷해 보이지만 센서와 구동부, 배터리 등 전혀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열 관리와 센서 보호, 관절 회전 범위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의류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교육용 휴머노이드, 돌봄 로봇, 산업현장 작업 로봇, 서비스 로봇 등 다양한 미래 직업군을 가정한 의류들이 공개됐다. 각 의류는 사용 환경에 따라 기능성과 디자인이 달리 적용됐으며, 인간을 위해 개발된 기능성 의류 기술을 로봇 환경에 맞춰 재해석한 결과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세실업은 이러한 시도가 전혀 새로운 사업 영역이라기보다 지난 수십 년간 축적해온 의류 기술의 자연스러운 확장이라고 설명한다. 회사는 1972년 창립 이후 냉감 소재, 신축성 원단, 고내구성 기능성 의류 개발 역량을 지속적으로 축적해왔다. 휴머노이드 시대가 본격화되면 이러한 기술들이 새로운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한세실업이 추진해온 디지털 전환 전략과도 연결된다. 한세실업은 2019년 국내 의류업계 최초로 3D 디자인 전담 조직을 구축했으며 현재 서울, 뉴욕, 바르셀로나 등 글로벌 거점에서 140명 이상의 디자이너를 운영하고 있다. AI 기술 역시 디자인과 연구개발 전반에 적극 도입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3D 디자인과 AI 이후 다음 변화가 무엇일지 고민한 결과 휴머노이드와 로봇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한세실업은 로봇 제조 기업은 아니지만 휴머노이드가 일상 속으로 들어온다면 그들이 입을 옷 역시 누군가는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에서는 일부 휴머노이드 로봇 가격이 2만 달러(약 3000만 원) 수준까지 내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AI와 반도체, 로봇 기술 발전에 따라 향후 수년 내 휴머노이드 가격이 더욱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로봇이 기업 생산현장을 넘어 가정으로 확산될 경우 의류와 액세서리, 유지보수 시장까지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한세실업의 시도는 단순히 ‘로봇에게 옷을 입힌다’는 차원을 넘어 미래 산업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AI 혁명 이후 휴머노이드가 차세대 성장 산업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반도체와 배터리, 로봇 제조 기업뿐 아니라 의류 산업 역시 새로운 시장 창출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아직 시장 규모를 예측하기 어려운 초기 단계이지만, 휴머노이드가 인간과 함께 생활하는 시대가 현실화된다면 ‘로봇 의류 산업’은 지금의 스마트폰 액세서리 시장처럼 하나의 독립된 산업군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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