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유통

하이트진로, 기린 맥주 국내 생산…20년 유통 협력이 제조·기술 협력으로

  • 전주공장서 ‘기린 이치방 시보리’ 캔 생산…현지 효모와 제조법 적용
  • 초도 150만L·내년 판매량 75% 국내 생산 목표…공급 기간 단축 추진

일본에서 들여오던 기린 맥주가 국내 공장에서 생산된다. 하이트진로가 ‘기린 이치방 시보리’ 캔제품을 전주공장에서 만들기 시작하면서 20년 넘게 이어진 양사의 관계가 수입·유통에서 제조와 기술 협력으로 확대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7월 일본 기린과 기술제휴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린 이치방 시보리 캔제품의 국내 생산에 들어갔다고 12일 밝혔다. 생산 거점은 전북 완주군에 있는 하이트진로 전주공장이다. 회사 측은 기린과 자본관계가 없는 수입유통사의 아시아 첫 라이선스 생산이라고 설명했다.

양사의 협력은 2004년 기린 병제품을 국내에 선보이며 시작됐다. 2011년 독점 유통 계약을 맺은 뒤 캔맥주와 생맥주로 취급 범위를 넓혔다. 국내에서 브랜드와 판매 기반을 쌓아온 유통 파트너가 생산까지 맡게 된 것이다.

국내 생산에서도 기린 고유의 제조법을 적용한다. 이치방 시보리는 맥아에서 얻는 첫 맥즙만 사용하는 공법이다. 하이트진로는 관련 제조기술과 기린 효모를 제공받고, 일본 현지 기술진과 원료·공정·품질관리 기준을 전주공장 생산 라인에 반영했다.

품질 동등성을 확인하는 과정도 진행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1년 이상 기술 교류와 생산 준비를 거쳤으며 맛과 향 등을 반복 검증했다. 생산 개시 이후에도 양사 기술진의 정기적인 교류와 품질 관리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번 전환의 주요 목적은 공급 안정성과 유통 기간 개선이다. 하이트진로는 일본에서 생산한 제품을 통관해 국내 판매처에 공급하기까지 통상 한 달 반가량이 걸리지만 국내 생산으로 이를 1~2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상 운송과 통관에 따른 시간 부담을 줄여 수요에 대응하려는 구상이다.

초도 생산량은 약 150만L를 목표로 한다. 500mL 캔으로 환산하면 약 300만개다. 내년에는 국내 기린 판매량의 75% 수준을 국내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이는 생산 목표이며, 이미 해당 비중을 달성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국내 생산 제품은 기존 일본 생산품의 재고 상황 등에 따라 순차적으로 유통될 예정이다. 전체 제품을 한꺼번에 전환하기보다 캔제품을 중심으로 생산과 공급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회사는 향후 병맥주와 생맥주 등으로 국내 생산 품목을 넓히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이러한 협력은 브랜드를 수입해 판매하던 사업자가 현지 생산 역량까지 결합하는 사례다. 국내 시장의 수요와 유통망을 아는 하이트진로에 기린의 제조기술이 연결되면서, 판매 확대에 필요한 공급 체계를 가까운 곳에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

소비자에게는 제품 공급의 안정성과 선택의 연속성이 중요하다. 생산지가 달라져도 기대하는 맛과 품질을 유지하고 제품 정보를 명확히 제공해야 한다. 국내 생산이 곧바로 가격 인하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가격과 품질의 평가는 실제 유통 이후 확인할 부분이다.

이번 변화의 핵심은 오랜 유통 관계를 생산과 기술의 공동 운영으로 확장한 데 있다.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품질을 유지하고 수요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지가 협력의 성과를 결정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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