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테크

제주 아파트서 ‘보일러 없는 집’ 실증…공동주택 전기화 시험대

  • LG전자·제주도 등 4개 기관 협약…실거주 12세대에 히트펌프 적용
  • 세대별 냉·난방과 중앙급탕 결합…재생에너지 잉여전력의 열 저장도 검증
  • 12월 준공 후 운영 데이터 확보…경제성·겨울철 효율·전력망 부담이 확산 관건

국내 주거 형태의 중심인 아파트에서 보일러와 가스배관을 히트펌프로 대체하는 실증사업이 시작된다. 해외 단독주택과 상업시설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히트펌프를 한국형 공동주택의 냉방·바닥 난방·온수 공급 구조에 맞게 설계하는 시도다. 실거주 환경에서 에너지 효율과 주민 편의, 운영 안정성을 함께 확인한다는 점에서 건물 부문 전기화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LG전자는 15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제주특별자치도, 제주개발공사,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공동주택 냉·난방 전기화 및 P2H 실증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위성곤 제주도지사, 김대현 제주개발공사 주거복지사업본부장, 김택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원장 직무대행, 오세기 LG전자 ES연구소장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실증 장소는 서귀포시 효돈동 신효아파트다. 지하 1층·지상 7층 규모로 12세대가 실제 거주하고 있다. 참여 기관들은 오는 10월까지 설계를 마치고 공사에 들어가 12월 준공한 뒤 본격적인 운영 실증을 진행할 예정이다.

시스템은 세대별 히트펌프 냉·난방과 건물 공용부의 중앙급탕 설비를 결합한다. 각 세대에는 하나의 실외기로 직접 냉방과 바닥 난방을 제공하는 장비를 설치한다. 온수는 1층 필로티 유휴공간에 공기열원 히트펌프와 대용량 급탕탱크를 구축해 중앙에서 공급한다. 세대마다 보일러와 급탕탱크를 둘 필요가 없어 설비 공간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히트펌프는 전기로 열을 직접 만들어내는 전열기와 달리 공기 등 외부에 존재하는 열을 이동시켜 냉·난방에 활용한다. 이번 사업에 적용되는 P2H는 전력을 열에너지로 바꿔 저장했다가 온수 등에 사용하는 방식이다. 태양광 등으로 생산한 전력이 수요를 웃도는 시간에 히트펌프를 가동할 경우 재생에너지 활용도를 높이고 전력 수급 변동을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

LG전자는 전체 시스템 설계와 제품 공급, 시운전·유지보수, 운전 데이터 기반 성능 평가를 담당한다. 제주도는 제도 개선과 정책 연계, 제주개발공사는 건물 제공과 시스템 운영,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P2H 설계와 데이터 분석을 각각 맡는다.

이번 사업의 의미는 단순히 가스보일러를 전기 설비로 바꾸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공동주택의 냉방·난방·급탕을 하나의 에너지 관리 체계로 묶고, 전력 생산 상황에 맞춰 열을 저장·사용하는 모델을 실제 생활 공간에서 검증하는 데 있다. 다만 12세대 규모의 제주 실증 결과를 곧바로 전국 아파트의 경제성과 성능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확산 여부는 초기 설치비와 전기요금 체계, 최대전력 부담, 온수 공급 안정성, 소음 및 설비 공간, 유지관리 비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제주보다 겨울 기온이 낮은 내륙·북부 지역에서는 저온 환경의 난방 효율과 제상 운전 등에 대한 추가 검증도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을 실제로 얼마나 활용했는지와 입주민 비용 절감 효과 역시 운영 데이터로 확인해야 한다.

LG전자는 신효아파트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공공임대주택과 기존 아파트 리모델링, 신축 단지에 적용할 한국형 공동주택 전기화 모델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번 실증이 기술 시연을 넘어 표준 설계와 요금·정책 체계로 연결되는지가 ‘보일러 없는 아파트’의 보급 가능성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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