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AI가 가상 F-16 조종…‘200초 공중전’서 자율전술 겨룬다
- 전국 80여개 대학 290개팀 지원…예선 거친 16개팀 17일 본선
- 동일한 가상 F-16으로 1대1 대결…탐색·기동·공격 판단 전 과정 자동화
- 향후 편대전·시계외 교전으로 확대…실전 적용에는 안전성과 신뢰성 검증 필요
대학생들이 개발한 인공지능(AI)이 가상의 F-16 전투기를 조종하며 공중전 수행 능력을 겨룬다. 정해진 경로를 따라 비행하는 수준을 넘어 상대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공격과 회피, 속도·고도 관리까지 스스로 결정하는 대회다. 민간의 AI 개발 역량을 항공·국방 소프트웨어 인재 육성과 연결하려는 시도로 주목된다.
한국항공대학교는 17일 교내 대강당에서 ‘제1회 한국항공대학교 총장배 2026 AI Pilot Top Gun Challenge’ 본선을 개최한다. 지난 5월 참가 신청에는 전국 80여개 대학에서 290개팀, 873명이 몰렸다. 이후 교육 이수와 과제 제출을 마친 84개팀이 8월 27~28일 예선을 치렀으며, 이 가운데 16개팀이 본선에 올랐다.
경기는 각 팀의 AI 에이전트를 성능 조건이 같은 가상 F-16에 탑재해 1대1 근접 공중전을 벌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제한 시간은 200초다. AI가 기총 사격으로 상대를 먼저 격추하면 즉시 승리하고, 격추에 이르지 못하면 종료 시점에 남은 체력을 기준으로 승패를 결정한다. 비행과 교전이 시작된 뒤에는 사람이 조종에 개입하지 않는다.
대회 규칙은 공격을 피한 채 시간을 보내는 전략이 지나치게 유리해지지 않도록 설계됐다. 초반에는 사격 가능 범위를 좁게 설정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범위를 확대한다. 이에 따라 AI는 초반 탐색과 위치 선정, 중반 기동 및 에너지 관리, 후반 공격 전환까지 전황에 맞춰 행동을 바꿔야 한다. 단순한 비행 제어보다 연속적인 상황 판단과 전술 선택 능력이 성패를 좌우하는 구조다.
이 같은 시뮬레이션 경쟁은 실제 자율 전투항공기 연구의 초기 개발 방식과 맞닿아 있다.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2020년 ‘알파도그파이트 트라이얼’에서 AI 간 가상 공중전을 진행한 뒤, 관련 알고리즘을 F-16을 개조한 시험기 X-62A VISTA의 실비행 시험으로 확장했다. 시뮬레이션은 위험과 비용을 낮추면서 다양한 전술을 반복 학습할 수 있지만, 현실 비행으로 전환하면 센서 오차와 통신 지연, 기상 변화, 기체 한계 등 훨씬 많은 변수가 발생한다.
이번 대회 역시 실제 무인전투기 성능을 검증하는 시험으로 보기는 어렵다. 참가팀은 동일하게 구성된 가상환경에서 알고리즘을 겨루며, 실제 항공기의 비행제어 장치나 센서·무장 체계를 직접 운용하지 않는다. 다만 제한된 시간 안에 판단과 행동을 반복하는 경쟁을 통해 강화학습, 경로계획, 제어 알고리즘을 검증하고 우수 인재와 아이디어를 발굴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한국항공대는 향후 대회를 2대2와 다대다 유·무인 복합 편대전, 가시거리 밖에서 교전하는 시계외 교전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자전과 센서 탐지 범위, 통신 장애 등 실제 작전 환경의 불확실성도 단계적으로 반영한다는 구상이다. 개별 전투기의 기동 능력에서 여러 기체의 임무 분담과 협력 판단으로 난도가 높아지는 셈이다.
AI 파일럿이 실제 비행체로 이어지려면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작동하는지 설명하고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 지휘관의 명령 범위와 무력 사용 통제, 오작동 때의 개입 절차도 함께 설계해야 한다. 이번 대회의 성과는 누가 우승하느냐뿐 아니라 학생들의 알고리즘을 지속적인 연구·시험 체계와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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