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IT

애플, 시리 AI 전면 개편 승부수…‘아이폰 생태계’ 지키기 위한 반격 시작

  • 개인 맥락 이해하는 차세대 시리 공개…앱 넘나드는 AI 비서로 진화
  • AI 기능 상당수 고가 모델 중심 지원…‘혁신’보다 ‘추격’ 평가도
  • 하드웨어·구독 서비스 결합해 새로운 수익모델 구축 시도

애플이 인공지능(AI) 기능을 대폭 강화한 차세대 음성비서 ‘시리 AI’를 공개하며 AI 스마트폰 경쟁에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단순 음성 명령 수행 수준에 머물렀던 기존 시리를 사용자의 개인 맥락을 이해하고 스마트폰 전반을 제어하는 AI 비서로 진화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혁신보다는 경쟁사 추격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와 함께, 실제 수익화 여부가 향후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애플은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열린 WWDC 2026에서 차세대 시리를 공개했다. 올해 말 베타 버전으로 출시될 예정인 새로운 시리는 문자메시지, 이메일, 일정, 사진 등 개인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여러 앱을 연동해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난주 엄마가 보낸 사진 찾아줘”와 같은 자연어 명령을 이해하고 메시지와 사진 앱을 동시에 검색할 수 있으며, 친구가 보낸 주소를 찾아 내비게이션 경로를 생성하는 작업도 가능하다. 화면에 표시된 내용을 이해하고 후속 질문에 답하는 기능도 지원한다.

이는 AI를 스마트폰의 부가 기능이 아닌 운영체제 자체를 움직이는 핵심 인터페이스로 발전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구글이 제미나이를 안드로이드 전반에 통합하고 삼성전자가 갤럭시 AI를 확대하는 가운데 애플 역시 본격적으로 AI 중심 스마트폰 경쟁에 뛰어든 셈이다.

특히 이번 변화에서 주목받는 부분은 애플의 전략 변화다. 그동안 자체 기술 중심의 폐쇄적 생태계를 유지해왔던 애플은 이번에 외부 AI 모델 활용 가능성을 확대하며 보다 현실적인 방향으로 선회했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AI 경쟁에서 뒤처진 상황을 인정하고 시장 흐름에 맞춘 실용주의 전략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혁명적 변화보다는 점진적 개선 수준”이라고 평가했으며,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삼성전자 갤럭시 AI와 구글 제미나이가 제공하는 기능을 뒤늦게 따라가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AI 기능 지원 범위도 논란거리다. 애플은 자연스러운 음성 표현과 고도화된 음성 받아쓰기 기능 등을 위해 12GB 이상 메모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아이폰 에어와 아이폰17 프로, 프로맥스 등 일부 상위 모델에서만 핵심 기능을 완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반면 최신 제품인 기본형 아이폰17은 8GB 메모리를 탑재해 차세대 시리 AI의 일부 핵심 기능을 활용하지 못한다. 업계에서는 과거 애플이 메모리 용량 확대에 소극적이었던 전략이 AI 시대에 한계로 드러났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현재 사용 중인 아이폰 가운데 13억 대 이상이 차세대 시리 AI의 핵심 기능을 완전히 지원하지 못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애플이 AI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시점에서 적지 않은 부담 요인이다.

그럼에도 애플의 진짜 목표는 단순한 AI 기능 경쟁이 아니라 생태계 강화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리가 사용자의 일정과 연락처, 메시지, 사진 등 개인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학습할수록 이용자는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기 어려워진다. AI가 새로운 고객 락인(Lock-in)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애플은 일부 고급 AI 기능을 아이클라우드 플러스 등 유료 구독 서비스와 연계할 계획이다. AI 이미지 생성 한도 확대, 스마트홈 카메라 분석 기능 등은 유료 가입자를 중심으로 제공될 예정이다. 이는 하드웨어 판매 중심 구조에서 서비스 수익 비중을 높이려는 애플의 장기 전략과도 연결된다.

AI 스마트폰 시장은 이제 단순히 누가 더 똑똑한 AI를 제공하느냐보다 누가 AI를 통해 더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하느냐의 경쟁으로 변화하고 있다. 애플의 시리 AI는 기술적 완성도 측면에서는 아직 경쟁사 대비 평가가 엇갈리지만, 전 세계 10억 명이 넘는 아이폰 사용자를 기반으로 AI를 새로운 플랫폼 전략의 중심축으로 삼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향후 애플이 AI를 아이폰 교체 수요와 구독 서비스 확대라는 실질적 성과로 연결할 수 있을지, 그리고 구글·삼성전자가 선점한 AI 시장에서 존재감을 회복할 수 있을지가 글로벌 IT 산업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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