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5·PC 거쳐 스위치2로…시프트업, ‘스텔라 블레이드’로 성장 공식을 다시 쓰다
- 데스티니 차일드·니케·스텔라 블레이드로 모바일 넘어 글로벌 콘솔시장 안착
- 누적 판매 300만장 IP, 스위치2·후속작으로 확장…개발사에서 직접 퍼블리셔로
- 높은 수익성 뒤 양대 IP 의존은 과제…프로젝트 스피릿이 다음 성장 시험대
게임 일러스트레이터가 세운 작은 개발사가 모바일게임을 거쳐 글로벌 트리플A(AAA) 콘솔게임 개발사로 성장했다. 시프트업이 ‘스텔라 블레이드’를 플레이스테이션5(PS5)와 PC에 이어 닌텐도 스위치2로 확장하면서 다시 한번 성장의 변곡점을 맞고 있다.
시프트업은 액션 어드벤처 게임 ‘스텔라 블레이드’의 닌텐도 스위치2 버전 신규 트레일러와 키아트를 공개했다. 지난 6월 닌텐도 다이렉트를 통해 연내 출시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실제 기기 환경에 맞춘 플레이 장면을 선보이며 출시 준비가 본격화됐음을 알렸다.
스위치2로 출시되는 ‘스텔라 블레이드 컴플리트 에디션’에는 본편과 출시 이후 제공된 추가 콘텐츠가 모두 담긴다. 스위치2 하드웨어에 맞춘 최적화와 함께 조이콘2 모션 컨트롤을 지원해 기존 PS5와 PC 버전과 차별화된 조작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번 출시는 단순한 플랫폼 이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2024년 PS5 독점작으로 출발한 게임이 PC를 거쳐 닌텐도의 최신 콘솔까지 진입하면서 특정 플랫폼에 의존하던 단일 타이틀에서 장기간 판매되는 멀티플랫폼 프랜차이즈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프트업의 성장 과정도 스텔라 블레이드의 플랫폼 확장과 닮아 있다. 김형태 대표는 게임업계에서 캐릭터 디자인과 일러스트로 이름을 알린 뒤 2013년 시프트업을 설립했다. 회사는 독창적인 캐릭터와 시각적 표현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으면서 기획과 프로그래밍, 영상과 음악 제작 역량을 내부에 축적했다.
첫 번째 성장의 계단은 2016년 출시한 수집형 역할수행게임(RPG) ‘데스티니 차일드’였다. 이 게임은 출시 직후 국내 주요 앱마켓 매출 1위에 오르며 시프트업의 캐릭터 제작 역량과 서브컬처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데스티니 차일드는 캐릭터와 일러스트에 강한 개발사라는 시프트업의 초기 정체성을 만들었다. 동시에 개성 있는 비주얼만으로는 장기적인 성장을 보장할 수 없다는 과제도 남겼다. 게임 운영과 콘텐츠 업데이트, 글로벌 서비스, 차기작 개발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조직으로의 전환이 필요했다.
시프트업은 이후 상당한 개발 기간과 신작 공백을 감수하며 ‘승리의 여신: 니케’와 당시 ‘프로젝트 이브’로 불렸던 스텔라 블레이드 개발에 투자했다. 단기간에 여러 게임을 출시하기보다 소수의 프로젝트에 인력과 자원을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두 번째 도약은 2022년 11월 출시된 ‘승리의 여신: 니케’에서 시작됐다. 니케는 캐릭터 수집형 RPG에 3인칭 슈팅 요소를 결합하고, 고품질 일러스트와 애니메이션, 서사 중심의 콘텐츠를 앞세워 한국과 일본, 북미 등 주요 시장에서 흥행했다.
니케의 성공은 시프트업의 사업 기반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데스티니 차일드가 개발사의 이름을 알린 작품이었다면 니케는 글로벌 라이브 서비스와 안정적인 수익창출 능력을 증명한 게임이었다.
실적도 빠르게 성장했다. 시프트업의 매출은 2022년 660억원에서 2023년 1686억원으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82억원에서 1110억원으로 확대됐다. 니케의 글로벌 흥행을 바탕으로 대규모 콘솔 프로젝트에 계속 투자할 수 있는 재무적 기반도 마련됐다.
서비스 4년 차에 접어든 2026년에도 니케는 주요 업데이트 때마다 한국과 일본 앱마켓 매출 상위권에 다시 진입하고 있다. 신규 캐릭터와 풀 보이스 스토리, 미니게임,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공연과 팝업스토어, 상품 등으로 팬과의 접점을 넓히며 게임을 장기 운영형 IP로 발전시키고 있다.
세 번째 도약은 2024년 4월 출시한 스텔라 블레이드였다. 시프트업은 모바일 서브컬처 게임에서 쌓은 캐릭터와 비주얼 역량을 고난도 액션과 보스전, 3차원 세계 설계에 접목했다. 국내 게임사가 대규모 자본과 긴 개발 기간이 필요한 싱글 플레이 콘솔게임 시장에 도전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았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한국 게임 최초로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SIE)의 세컨드 파티 타이틀로 선정돼 PS5 독점작으로 출시됐다. 출시 후 미국과 영국, 캐나다, 일본 등 주요 시장에서 판매 상위권에 올랐고, 이용자 평가와 플레이스테이션 연말 시상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모바일게임 중심이던 시프트업이 글로벌 콘솔 이용자에게도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순간이었다. 회사는 같은 해 7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고, 공모가 기준 약 3조48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창업 11년 만에 국내 대표 상장 게임사 대열에 들어선 것이다.
스텔라 블레이드의 성장 가능성은 2025년 PC 버전 출시로 다시 확인됐다. PC판은 출시 당일 스팀 글로벌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최대 동시 접속자 18만명을 넘었다. 출시 사흘 만에 100만장이 판매됐으며, PS5와 PC를 합친 누적 판매량은 300만장을 돌파했다.
PC판의 성과는 플랫폼 확대가 기존 게임의 수명을 연장하는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새로운 게임을 처음부터 개발하는 것보다 적은 위험으로 추가 이용자를 확보하고, 후속작 출시 전까지 IP의 관심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위치2판은 이러한 멀티플랫폼 전략의 세 번째 단계다. 닌텐도 이용자층은 플레이스테이션과 PC 시장과 성격이 다른 만큼 새로운 고객을 확보할 기회가 될 수 있다. 휴대와 거치 환경을 오가는 스위치2의 특성과 조이콘2 모션 조작을 어떻게 스텔라 블레이드의 빠른 액션에 맞춰 구현하느냐가 흥행의 관건이다.
시프트업의 성장 공식은 ‘적은 수의 게임을 높은 완성도로 개발하고, 흥행한 IP를 장기간 확장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다수의 신작을 짧은 주기로 출시하는 국내 대형 게임사들과 달리 시프트업은 2016년 데스티니 차일드, 2022년 니케, 2024년 스텔라 블레이드로 이어지는 소수 정예 전략을 택했다.
사업 구조도 상호 보완적이다. 니케가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캐릭터 콘텐츠를 통해 반복 매출을 만드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이라면 스텔라 블레이드는 플랫폼을 넓히며 판매량을 누적하는 패키지 게임이다. 모바일과 콘솔·PC라는 서로 다른 시장의 흥행작을 동시에 보유하면서 단일 플랫폼 의존도를 낮췄다.
두 게임을 서로 연결하는 전략도 활용하고 있다. 니케와 스텔라 블레이드의 협업 콘텐츠를 통해 양쪽 이용자가 다른 게임과 캐릭터를 경험하게 하고, 공연과 상품, 영상 등 게임 밖 콘텐츠로 IP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여러 자체 IP를 보유한 개발사만이 시도할 수 있는 내부 협업이다.
시프트업은 2025년 연간 매출 2945억원과 영업이익 1814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다만 2026년 2분기에는 전년도 PC판 출시 효과에 따른 기저 부담으로 매출 557억원, 영업이익 28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감소했지만 전분기와 비교하면 각각 17.8%, 30.7% 증가했다.
이 같은 실적 흐름은 시프트업의 강점과 과제를 동시에 보여준다. 흥행작이 출시되면 높은 수익성을 거둘 수 있지만 대형 신작 출시 주기가 길어지면 분기별 실적 변동도 커질 수 있다. 니케와 스텔라 블레이드에 매출이 집중돼 있다는 점 역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시프트업은 스텔라 블레이드를 단일 게임에서 프랜차이즈로 키우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6월 열린 서머 게임 페스트에서는 후속작 ‘스텔라 블레이드: 블러드 레인’을 처음 공개했다. 전작 이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새로운 주인공 ‘이비’가 등장하며 전투와 세계관, 서사를 확장할 예정이다.
특히 후속작은 시프트업이 직접 퍼블리싱을 맡는다. 전작에서 SIE와 협력해 글로벌 콘솔 개발 경험을 쌓았다면 후속작부터는 마케팅과 유통, 이용자 소통까지 직접 주도하겠다는 의미다. 개발 중심 스튜디오에서 글로벌 IP 사업자이자 퍼블리셔로 한 단계 더 성장하려는 시도다.
직접 퍼블리싱은 수익 배분과 브랜드 통제력을 높일 수 있지만 그만큼 책임과 위험도 커진다. 국가별 마케팅과 유통, 고객지원, 플랫폼 협상 역량을 내부에 구축해야 하고 대규모 개발비와 흥행 위험도 직접 감당해야 한다.
신규 IP ‘프로젝트 스피릿’도 다음 성장을 좌우할 핵심 프로젝트다. 이스턴 판타지를 표방하는 크로스 플랫폼 게임으로, 니케와 스텔라 블레이드 이후 시프트업이 준비하는 새로운 플래그십 타이틀이다. 기존 두 작품을 넘어 세 번째 장기 흥행 축을 만들 수 있는지가 시장의 주요 관심사다.
스위치2판 출시는 시프트업 성장사의 작은 후속 장면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회사가 선택한 전략이 압축돼 있다. 한 번 흥행한 게임을 특정 기기에 가두지 않고 다른 플랫폼과 추가 콘텐츠, 협업, 후속작으로 확장해 IP의 생명주기를 늘리는 전략이다.
캐릭터를 잘 그리는 개발사에서 출발한 시프트업은 니케를 통해 글로벌 팬덤과 라이브 서비스 역량을 확보했고, 스텔라 블레이드를 통해 국내 게임산업이 취약했던 콘솔 패키지 시장에 진입했다. 이제는 멀티플랫폼과 직접 퍼블리싱, 신규 IP를 통해 글로벌 종합 게임사로의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시프트업의 다음 성장은 또 하나의 게임이 단기간 흥행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니케의 장기 흥행을 유지하고 스텔라 블레이드를 글로벌 프랜차이즈로 키우는 동시에 프로젝트 스피릿까지 성공시켜야 ‘소수의 흥행작을 가진 개발사’에서 ‘성공을 반복할 수 있는 글로벌 IP 기업’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닌텐도 스위치2로 향하는 스텔라 블레이드는 그 가능성을 시험하는 새로운 출발점이다. 한 명의 일러스트레이터가 세운 스튜디오가 모바일과 콘솔, PC를 잇는 게임사로 성장한 이야기가 이제 플랫폼 확장을 넘어 지속 가능한 글로벌 프랜차이즈 구축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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