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IT

자동차 전시장에 K-디저트가 들어왔다…현대차·요아정, 日서 ‘브랜드 경험 동맹’

  • 오사카 고객체험센터서 첫 ‘현대 테라스’…파르페·차 모양 쿠키 등 선봬
  • 현대차는 브랜드 친밀도, 요아정은 현지 소비자 접점 확대
  • 로손 유통과 체험형 행사를 연결한 이종 업종 협업 모델 주목

자동차를 보러 온 고객에게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건네고, 디저트를 맛보러 온 방문객에게 전기차를 자연스럽게 소개한다. 현대자동차와 디저트 브랜드 요아정이 일본 오사카에서 선보인 협업은 서로 다른 업종의 기업이 고객 경험을 공유하며 해외시장 접점을 넓히는 새로운 마케팅 사례로 주목된다.

요아정은 지난 20일부터 23일까지 현대자동차 일본판매법인이 운영하는 ‘현대 커스터머 익스피리언스 센터 오사카’에서 열린 ‘현대 테라스 #01 서머 아이스 트릿’에 참여했다.

현대 테라스는 현대차의 차량과 기술만 소개하는 행사가 아니라 사람과 도시, 문화가 만나는 생활밀착형 공간을 만들기 위해 기획된 이벤트 시리즈다.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는 물론 일상에서 우연히 공간을 찾은 방문객도 현대차 브랜드를 부담 없이 경험하도록 하겠다는 취지가 담겼다.

첫 번째 협업 대상으로 요아정을 선택한 것도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일본 소비자에게 익숙해지고 있는 K-푸드와 디저트를 활용해 전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고, 요아정은 완성차 브랜드가 보유한 오프라인 공간과 고객 기반을 활용해 새로운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알릴 수 있다.

행사에서는 일본 로손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요아정 파르페와 현대자동차 모양으로 만든 특별 쿠키, 요거트 카라멜 맛 팝콘 등을 한데 구성한 스페셜 디저트가 제공됐다. 행사장 외부에는 요아정 로고 간판을 설치하고 두 브랜드의 협업을 기념해 제작한 랩핑 차량도 전시했다.

디저트를 자동차 모양 쿠키와 랩핑 차량으로 시각화한 것은 단순 시식 행사를 넘어 두 브랜드를 하나의 장면으로 기억하게 만드는 장치다. 소비자가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공유하면 현대차와 요아정이 동시에 노출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행사 공간에서는 현대차의 캐스퍼 일렉트릭 수출 모델인 인스터를 비롯해 코나, 아이오닉 5, 아이오닉 5 N, 수소전기차 넥쏘 등을 살펴보거나 시승할 수 있도록 했다. 디저트가 방문을 유도하는 매개체라면 행사 경험의 중심에는 여전히 현대차의 전동화 제품군이 놓인 구조다.

이번 협업이 흥미로운 이유는 제품을 직접 결합하기 어려운 자동차와 디저트가 ‘공간’과 ‘경험’을 매개로 접점을 만들었다는 데 있다. 현대차가 차량을 이동수단에 머물지 않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확장하고, 요아정은 국내 유행 브랜드를 넘어 일본 소비자의 일상에 진입하는 계기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특히 현대차는 일본 시장에서 판매량 확대와 함께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차량의 주행거리나 출력, 충전 성능을 알리는 전통적인 설명만으로는 자동차에 관심이 적은 소비자를 전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어렵다. 익숙하고 가벼운 디저트 경험을 앞세우면 잠재 고객이 브랜드 공간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고 자연스럽게 차량을 접하게 할 수 있다.

요아정에도 현대차와의 협업은 현지 진출의 폭을 넓힐 기회다. 요아정은 로손을 통해 제품 판매 접점을 확보한 데 이어 이번에는 자동차 고객체험센터에서 브랜드의 맛과 이미지를 직접 전달했다. 편의점이 제품 구매를 위한 유통 채널이라면 팝업 행사는 브랜드의 분위기와 이야기를 전달하는 체험 채널에 가깝다.

해외 진출 초기 소비재 브랜드에는 제품을 많이 진열하는 것만큼 어떤 장소와 브랜드를 통해 처음 경험하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현지 소비자에게 익숙한 유통망과 신뢰도 높은 기업의 공간을 활용하면 단독 매장을 내는 것보다 적은 비용으로 소비자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협업도 이러한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한류 스타를 광고모델로 기용하거나 K-팝 공연을 후원하는 방식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식음료, 패션, 캐릭터, 모빌리티 등 서로 다른 분야의 브랜드가 하나의 체험 공간을 구성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상대 브랜드의 고객층을 공유할 수 있고 소비자에게는 하나의 방문으로 여러 한국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개별 기업이 각자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서로의 유통망과 공간, 콘텐츠를 연결하는 일종의 ‘공동 진출 플랫폼’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다만 행사가 일회성 포토존에 그치지 않으려면 후속 전략이 필요하다. 현대차는 행사 방문객이 회원 가입과 차량 상담, 시승으로 얼마나 이어졌는지 살펴야 한다. 요아정도 시식 경험이 로손 매장에서의 구매와 브랜드 검색, 재구매로 연결됐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일본 전역으로 K-디저트 사업을 확대하려면 현지화도 중요하다. 소비자가 선호하는 당도와 용량, 가격대뿐 아니라 계절별 메뉴와 포장 방식, 냉동 유통망을 세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단기간 화제를 만드는 한정판과 반복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상시 제품의 균형도 필요하다.

이번 협업은 자동차 전시장이 차량만 전시하는 공간에서 음식과 문화, 콘텐츠를 함께 경험하는 복합 브랜드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K-디저트의 해외 진출 경로가 프랜차이즈 매장이나 편의점 판매를 넘어 다른 한국 기업의 고객 공간으로 넓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시했다.

현대차와 요아정의 오사카 협업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진다면 해외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의 공간과 유통망을 신생 소비재 브랜드가 활용하는 사례도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와 디저트의 뜻밖의 만남이 해외 소비자에게 한국 브랜드를 하나의 생활문화로 전달하는 새로운 방식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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