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전광판부터 커피 주문까지…기업들이 다시 발견한 한글
- 우리말 브랜드·무료 서체·참여 행사로 한글날 접점 확대
- 해외에서는 한국적 개성, 국내에서는 친숙한 고객 경험에 주목
한글날을 맞아 기업들이 우리말을 브랜드와 서비스에 담고 있다. 뉴욕의 대형 전광판에 한글 광고를 내걸고, 커피 주문 화면의 외국어를 우리말로 바꾸며, 브랜드의 개성을 담은 서체를 공개하는 방식이다. 기념일을 알리는 문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소비자가 읽고 쓰고 참여하는 경험으로 확장하는 모습이다.
빙그레는 냉장주스 브랜드 ‘따옴’의 한글 광고를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현지시간 8~9일 선보인다. 순우리말 이름인 따옴이 올해 아름다운 우리말 상표 선정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것을 계기로 마련됐다. 해외에서도 한글 이름을 브랜드의 인상으로 활용하는 사례다.
파리바게뜨는 건강 베이커리 브랜드 ‘파란라벨’과 동남아시아의 ‘안녕’ 캠페인 등을 통해 한국적 요소를 강조하고 있다. 해외 소비자에게 익숙한 표현으로만 이름을 바꾸기보다 우리말의 소리와 이미지를 브랜드에 담으려는 접근으로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일상적인 이용 과정에 한글을 적용하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이디야커피는 이달 말까지 멤버십 앱의 아이콘과 로고를 한글로 바꾸고, 음료의 크기와 온도를 구분하는 외국어 표기도 우리말로 변경한다. 9~15일에는 고객이 음료에 우리말 이름을 붙이는 ‘우리말 작명소’ 행사도 진행한다.
서체를 통해 소비자와 만나는 기업도 있다. GS25는 도시락 브랜드의 로고를 바탕으로 만든 ‘GS혜자로운체’를 9일부터 무료 배포한다. BGF리테일은 산돌과 개발한 ‘좋은친구’ 서체를 산돌구름에서 3개월간 무료로 제공한다. 상품 포장에 쓰이던 글자의 인상이 개인의 창작과 생활 속으로 이어지는 방식이다.
롯데리아는 11일까지 서울의 일부 매장에서 ‘맛깔리아’ 팝업을 운영한다. 자체 서체와 한글 조형물, 맛과 식감을 표현한 포스터를 전시해 글자를 보고 즐기는 공간을 마련했다. 한글의 뜻뿐 아니라 모양과 표현의 재미를 활용한 행사다.
이들 사례에서 한글은 서로 다른 역할을 한다. 해외에서는 한국 브랜드의 개성을 드러내고, 국내에서는 친숙한 표현으로 고객과의 거리를 좁힌다. 서체와 전시는 한글을 디자인 재료로 활용하며 소비자의 참여를 이끌어낸다.
다만 개별 행사가 브랜드 성과로 얼마나 이어지는지는 별도의 확인이 필요하다. 한글을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 고객의 이해나 편의가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주문 화면과 안내문에서 뜻이 분명한 표현을 쓰고, 읽기 쉬운 글자를 제공하는 일이 함께 중요하다.
한글날 이후에도 이어갈 수 있는 변화는 크지 않아도 된다. 상품 설명을 더 쉽게 쓰고, 불필요하게 어려운 외국어를 줄이며, 고객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서비스를 안내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최근 기업들의 행사는 한글을 기념하는 일이 일상의 소통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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