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심장’ 국산화 첫걸음…한화에어로, 국내 첫 장수명 무인기 엔진 공개
- 100% 국내 기술 기반 터보팬·터보프롭 엔진 시제품 첫 공개
- 2030년대 초 비행시험 목표…K-방산 항공엔진 자립 시대 본격 시동
- 전투기 수출 경쟁력·미래 무인전력 확보…68조 원 경제효과 기대
대한민국이 항공산업의 마지막 난제로 꼽히는 항공엔진 독자 개발에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국내 최초로 장수명 무인기용 항공엔진 시제품을 공개하면서 그동안 해외 기술에 의존해 온 항공기 ‘심장’의 국산화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경남 창원1사업장에서 국산 장수명 항공엔진 시제품을 처음 공개하고 지상시험에 착수했다. 이번에 선보인 엔진은 저피탐 무인편대기용 5,500파운드급 터보팬 엔진과 중고도 무인기용 1,400마력 터보프롭 엔진 등 2종이다.
두 엔진 모두 국방과학연구소(ADD)와 공동으로 개발했으며, 100% 국내 기술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앞으로 추가 시험과 비행시험을 거쳐 2030년대 초반 실제 무인기에 장착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성과가 주목받는 이유는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수천 시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장수명 항공엔진 개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기존에도 현무와 천궁 등 미사일에 사용되는 단수명 엔진은 국산화에 성공했지만, 전투기와 무인기처럼 오랜 시간 반복 운용해야 하는 장수명 엔진은 기술 난도가 훨씬 높아 지금까지 해외 기술에 의존해 왔다.
항공엔진은 극한의 온도와 압력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하는 대표적인 초정밀 기계다. 상공 영하 80도의 환경과 내부 1,500도가 넘는 고온을 동시에 견뎌야 하며, 수천 개 부품이 마이크로미터(㎛) 단위 오차 없이 결합돼야 한다.
이 때문에 항공엔진은 흔히 ‘기계공학의 꽃’ 또는 ‘제조업의 정점’으로 불린다.
실제로 글로벌 항공엔진 시장은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소수 국가가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민간 항공기 엔진 시장에서는 미국 GE에어로스페이스와 프랫앤드휘트니(P&W), 영국 롤스로이스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5,500파운드급 터보팬 엔진은 차세대 저피탐 무인편대기에 적용된다. 전투기와 함께 작전을 수행하며 정찰과 전자전, 공격 임무를 담당하는 미래 유무인 복합체계(MUM-T)의 핵심 동력이 된다.
1,400마력급 터보프롭 엔진은 장시간 체공 능력이 필요한 중고도 무인기에 탑재된다. 감시와 정찰, 재난 대응, 해양 감시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핵심 동력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현재 두 엔진 모두 조립을 마친 뒤 지상 시운전을 진행하고 있으며, 단계별 성능 검증을 거쳐 비행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향후 무인기용 엔진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1만 파운드급 터보팬 엔진과 KF-21 등 차세대 전투기에 적용할 2만4,000파운드급 첨단 항공엔진 개발에도 나설 예정이다.
특히 국산 항공엔진 개발은 K-방산 수출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
현재 KF-21과 FA-50 등 국내 전투기는 미국 GE에어로스페이스의 엔진을 사용하고 있어 제3국에 수출할 경우 미국 정부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제무기거래규정(ITAR) 등 수출 통제로 인해 계약이 지연되거나 제한을 받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항공기 수출이 성사됐음에도 엔진 수출 승인을 받지 못해 계약이 무산되거나 지연된 사례가 적지 않다.
반면 국산 엔진을 확보하면 해외 승인 절차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줄일 수 있으며, 항공기와 엔진, 항공전자장비, 무장을 모두 국내 기술로 통합하는 완전한 독자 방산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또한 수출 이후에도 정비(MRO), 부품 공급, 성능 개량 등 장기간의 후속 시장까지 확보할 수 있어 방산 수출의 부가가치도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15년 이후 항공엔진 개발과 생산시설 구축 등에 약 1조8천억 원을 투자했으며, 현재까지 12종의 항공엔진을 개발 완료하거나 개발 중이다. 앞으로도 핵심 소재와 부품 국산화, 제조기술 고도화, 전문 인력 양성을 중심으로 기술 자립을 확대해 장기적으로 항공엔진 국산화율 85%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도 첨단 항공엔진을 국가 전략기술로 육성하고 있다. 첨단 항공엔진 개발사업은 약 5조5천억 원 규모로 추진될 예정이며, 차세대 전투기용 엔진 개발을 포함해 2041년까지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산업연구원은 항공엔진 산업 생태계가 구축될 경우 2050년까지 약 68조 원의 생산유발효과와 10만 명 이상의 고용창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장수명 무인기 엔진 공개가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독립과 미래 방산 경쟁력을 좌우할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평가한다. 위성과 발사체에 이어 항공엔진까지 핵심 기술을 확보하게 된다면 한국은 명실상부한 종합 항공우주 강국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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