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 차세대 고속철 첫 공개…‘속도 경쟁’ 넘어 승객 경험까지 혁신
- 현대차 디자인센터와 협업…공기역학·한국적 곡선미 결합
- KTX-청룡 EMU-320 실차 전시로 국산 고속철 기술력 알려
- AI 자율주행 수소전기트램 공개…미래 철도 수출 경쟁력 확대
현대로템이 세계 최대 철도산업 전시회에서 차세대 고속철도차량의 새로운 디자인 방향을 공개했다. 속도와 운송 능력을 중심으로 발전해 온 고속철에 자동차 산업의 디자인 역량과 승객 중심의 사용자 경험을 결합하며 글로벌 철도시장 공략 범위를 넓히려는 전략이다.
현대로템은 25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제15회 베를린 국제 철도차량·수송기술 박람회 이노트란스 2026’에 참가해 차세대 고속철도차량 콘셉트 모델을 처음 선보였다. 이노트란스는 1996년부터 격년으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철도 박람회다. 2024년 행사에는 59개국 2900여개 기업과 관람객 16만9000여명이 참가했다.
차세대 고속철 콘셉트 모델은 현대자동차그룹 남양연구소 현대디자인센터와 공동 개발했다. 외관에는 생체모방에서 착안한 공기역학적 설계를 적용해 고속주행 때 발생하는 저항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실내는 한국 고유의 ‘절제된 아름다움’과 유려한 곡선미를 바탕으로 구성했다.
승객의 자세와 이동, 수하물 이용 방식 등 실제 행동을 고려한 인체공학적 설계도 반영했다. 객실 단면 구조를 최적화해 좌석 앞 다리 공간과 수하물 선반의 활용성을 높였다. 차량 제작사가 기술적 성능뿐 아니라 장시간 이동하는 승객의 체감 품질까지 고속철의 핵심 경쟁력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다만 이번에 공개된 차량은 향후 고속철 개발 방향을 보여주는 콘셉트 모델이다. 최고운행속도와 좌석 수, 동력 방식, 양산 및 상업운행 일정 등은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현대로템이 연구개발 중인 시속 370㎞급 차세대 고속차량과 이번 디자인 모델의 관계도 공식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만큼 동일한 차량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현대로템은 박람회 야외 전시장에 최고 영업속도 시속 320㎞의 동력분산식 고속차량 EMU-320도 실차로 전시했다. EMU-320은 국내에서 운행 중인 KTX-청룡의 기반 모델이다. 동력장치가 여러 객차에 분산돼 가속과 감속 성능이 우수하고, 기관차가 별도로 필요한 동력집중식보다 객실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EMU-320은 유럽 철도시장 진출에 필요한 상호운용성 기술기준인 TSI 설계 부문 인증도 획득했다. 현대로템이 우즈베키스탄에 국산 동력분산식 고속차량을 수출한 데 이어 유럽을 포함한 해외 고속철 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넓히는 기반으로 평가된다. 이번 실차 전시는 운행 경험을 확보한 국산 고속철 기술을 해외 발주처에 직접 보여준다는 의미가 있다.
AI 기반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수소전기트램 축소모형도 공개됐다. 운행 전 점검과 자율주행, 유지보수에 이르는 과정을 AI가 지원하며,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차량 내부 지능형 CCTV와 관제 시스템이 연계해 대응하도록 구성했다. 현대로템은 자체 개발한 철도차량용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을 토대로 수소전기트램의 완전자율주행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도로 위를 달리는 트램은 보행자와 자동차, 자전거 등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에 노출돼 폐쇄된 선로를 이용하는 무인 지하철보다 높은 수준의 인지·판단 기술이 필요하다. 따라서 자율주행 수소전기트램의 상용화는 친환경 동력원 개발을 넘어 철도 안전과 운행 효율을 함께 개선하는 기술적 도전이다.
이번 전시는 현대로템의 경쟁축이 차량 제작에서 디자인, AI 운행, 디지털 유지보수, 수소에너지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철도사업은 차량 공급 이후 수십 년간 유지보수와 시스템 운영이 이어지는 장기 산업이다. 차세대 콘셉트가 실제 양산차와 해외 수주로 연결되려면 안전성 검증과 국제인증, 운행 데이터 축적이 뒤따라야 한다. 현대로템이 KTX-청룡으로 축적한 기술을 승객 경험과 자율주행까지 확장할 수 있을지가 한국 철도산업의 다음 경쟁력을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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