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틀리 첫 전기 SUV ‘토르칼’ 공개…888마력·16분 충전
- 113kWh 배터리로 WLTP 기준 최대 600㎞ 주행
- 고성능 ‘토르칼 S’, 정지 상태서 시속 100㎞까지 2.9초
- 메리노 울·재생 장식재·전용 사운드로 브랜드 감성 재구성
벤틀리가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차 ‘토르칼’을 공개하며 럭셔리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시장의 전동화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강력한 주행 성능과 초급속 충전 기술을 앞세우면서도 천연 소재와 맞춤 제작, 전용 주행 사운드 등 기존 벤틀리의 정체성을 전기차 환경에 맞게 재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벤틀리모터스는 24일 영국 런던에서 도심형 럭셔리 전기 SUV 토르칼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토르칼은 컨티넨탈 GT, 플라잉스퍼, 벤테이가에 이은 벤틀리의 네 번째 모델 라인으로, 디자인과 개발, 생산 전 과정이 영국 크루에서 이뤄진다. 회사는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중심이던 제품군에 전기차를 추가해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힐 계획이다.
제품은 기본형과 고성능 모델인 ‘토르칼 S’로 구성된다. 기본형은 최고출력 821마력, 최대토크 121.7㎏·m를 발휘하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3.4초 만에 도달한다. 토르칼 S는 런치 컨트롤 작동 시 최고출력 888마력과 최대토크 137.7㎏·m를 내며,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2.9초가 걸린다. 최고속도는 각각 시속 250㎞와 260㎞다.
두 모델에는 영구자석 동기식 모터 2개와 사용 가능 용량 113kWh의 배터리, 800V 전기 시스템이 적용됐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유럽 WLTP 기준 최대 600㎞다. 최대 400kW급 급속 충전을 이용하면 배터리 잔량을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16분이 걸리며, 7분 충전으로 약 160㎞의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벤틀리의 설명이다. 다만 실제 주행거리와 충전시간은 기온과 운전 조건, 충전기 성능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차체 길이는 약 5m로 벤틀리의 4도어 모델 가운데 가장 짧다. 적재공간은 후면 460L와 전면 90L로 구성됐다. 풀 액티브 서스펜션과 어댑티브 2밸브 댐퍼를 적용하고, 뒷바퀴를 최대 5도까지 조향하는 전자제어식 사륜 조향 기능을 기본으로 탑재했다. 차량에 설치된 25개의 레이더와 카메라는 주행 보조와 주차 기능에 필요한 주변 정보를 수집한다.

실내에는 커브드 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를 배치하면서 자주 사용하는 기능에는 물리 버튼을 유지했다. 안면 인식을 통해 운전자를 식별하고 시트와 스티어링 휠, 운전자 보조 기능 설정을 불러오는 기능도 제공한다. 영국 직물업체 폭스 브라더스와 개발한 100% 메리노 울 패브릭과 월넛 자투리 목재, 재활용 크래프트 페이퍼를 활용한 장식 소재도 선택할 수 있다.
벤틀리는 엔진음이 사라진 전기차에서도 브랜드 특유의 감각을 전달하기 위해 ‘벤틀리 다이내믹 심포니’를 개발했다. V8 엔진음의 리듬에서 영감을 얻어 드럼과 비올라, 베이스 기타 등 실제 악기 연주를 활용했으며, 차량 속도와 운전자가 요구하는 토크에 따라 소리가 달라진다. 운전자가 원하면 해당 기능을 끌 수 있다.
토르칼은 럭셔리 자동차의 경쟁 기준이 배기량과 엔진음에서 배터리 성능, 충전 속도, 소프트웨어와 소재 경험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전동화 과정에서 사라지는 기계적 감성을 어떻게 대체할 것인지는 고급차 브랜드들이 공통으로 마주한 과제다. 벤틀리는 인공적인 엔진음 재현보다는 실제 악기와 친환경 소재, 물리적 조작감을 결합하는 방향을 택했다.
향후 시장의 평가는 최대 600㎞라는 인증 주행거리가 실제 환경에서 어느 수준으로 구현되는지, 400kW 충전 성능을 활용할 기반이 충분한지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토르칼이 기존 벤틀리 고객에게는 새로운 선택지가 되고, 전기차 고객에게는 차별화된 럭셔리 경험으로 받아들여질지가 브랜드 전동화 전략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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