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IT

한화, 최대 1.7조원 들여 오스탈USA 인수 추진…美 군함·핵잠수함 공급망 공략

  • 한화디펜스USA, 오스탈USA 지분 100% 인수에 10.5억~12억달러 예비 제안
  • 미 해군 함정 34척 인도·수주잔고 100억달러…핵추진잠수함 모듈 공급망에도 참여
  • 필리조선소 이어 美 두 번째 조선 거점 확보 추진…‘마스가’ 핵심 파트너 전략 강화

한화가 호주 조선·방산기업 오스탈의 미국 사업부인 오스탈USA 인수에 나섰다. 최대 12억달러, 우리 돈 약 1조7000억원을 투입해 지분 100%를 확보하는 방안으로, 인수가 성사되면 한화는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에 이어 미국 내 두 번째 대형 조선 거점을 확보하게 된다.

특히 오스탈USA가 미 해군 함정 건조뿐 아니라 핵추진잠수함 모듈 공급망에도 참여하고 있어, 이번 인수는 한화의 미국 방산·조선 사업을 한 단계 확대하는 전략적 승부수로 평가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 자회사인 한화디펜스USA는 오스탈USA의 사업 법인과 운영자산 100%를 인수하기 위해 10억5000만~12억달러 규모의 예비적·비구속적 제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는 현금과 부채를 제외한 오스탈USA의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산정한 금액이다. 양측은 앞으로 사업 운영과 재무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실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오스탈 측은 한화디펜스USA에 실사 기회를 부여했으며 한화는 필요한 자료를 제공받은 뒤 약 4주간 기업가치와 사업성을 검토해 최종 인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오스탈USA는 1999년 설립됐으며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에 본사와 대형 조선소를 두고 있다. 미 해군과 정부기관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는 미국 조선·방산업계의 핵심 업체 중 하나다.

현재까지 미 해군에 인도한 함정은 34척에 달한다. 연안전투함과 신속기동수송함, 예인·구조·인양함, 연안경비 관련 선박, 의료지원함 등 다양한 함정을 건조할 수 있는 생산 경험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 수주잔고는 약 100억달러, 우리 돈 약 14조원 규모로 알려졌다. 향후 수년간 안정적인 생산 물량이 확보돼 있다는 점도 한화가 인수를 추진하는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오스탈USA는 최근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대규모 설비 투자에도 나서고 있다. 기존 알루미늄 선박 중심의 생산 역량에서 벗어나 강철 함정까지 건조할 수 있도록 조선소 설비를 확장하며 미 해군의 차세대 함정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핵추진잠수함 공급망이다.

오스탈USA는 2022년부터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업체인 제너럴다이내믹스 일렉트릭보트와 협력해 버지니아급과 컬럼비아급 핵추진잠수함에 들어가는 일부 모듈을 제작하고 있다.

지휘통제 관련 구조물과 전자갑판 모듈 등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인수가 성사될 경우 한화가 미국 핵추진잠수함 산업의 공급망에 간접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이는 한화가 단순 상선 건조기업을 넘어 미국 해군 함정과 잠수함, 방산 조선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화는 이미 지난해 약 3300억원을 투자해 오스탈 본사의 지분 19.9%를 확보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하지만 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했고 기존 주주들과의 이해관계도 복잡해 미국 사업부를 직접 인수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구체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스탈USA 인수가 완료되면 한화는 미국에서 필리조선소와 모빌조선소라는 두 개의 생산 거점을 확보하게 된다.

한화는 2024년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면서 국내 조선·방산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 내 상업용 조선소를 직접 보유하게 됐다.

필리조선소는 상선과 정부용 선박을 주로 건조해왔지만 최근에는 미국 미사일방어청의 해상 미사일 시험 계측선 건조 사업을 수주하는 등 방산 분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이미 미 해군 함정을 대규모로 건조하고 있는 오스탈USA까지 확보할 경우 한화는 미국의 상선과 군함, 잠수함 모듈을 아우르는 조선 사업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이번 인수 추진은 한국과 미국이 추진하는 미국 조선산업 재건 협력, 이른바 ‘마스가’ 프로젝트와도 맞물려 있다.

미국은 중국과 해양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상선과 군함 모두에서 조선 생산능력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중국이 세계 최대 규모의 상선 건조 능력을 기반으로 해군력까지 빠르게 확대하는 반면 미국 조선업은 높은 건조 비용과 숙련 인력 부족, 노후한 시설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동맹국의 조선 기술과 자본을 활용해 자국 조선산업을 재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생산 기술을 보유한 한국 기업들이 미국 조선산업 재건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하는 배경이다.

특히 미국 군함은 관련 법과 보안 규정 때문에 대부분 미국 내 조선소에서 건조해야 한다. 한국 기업이 미국 해군 함정 사업에 직접 참여하려면 현지 생산시설을 확보하는 것이 사실상 필수적이다.

한화가 필리조선소에 이어 오스탈USA 인수까지 추진하는 것도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넘어 미국 군함 시장에서 본격적인 사업기회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한화는 자체적으로 보유한 함정 설계·건조 기술과 디지털 조선소 운영 노하우를 미국 생산거점에 적용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조선소의 높은 생산성과 자동화 기술을 미국 현지 조선소에 적용할 경우 건조 기간 단축과 생산 효율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거래가 실제로 성사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절차가 적지 않다.

한화의 실사와 최종 인수 결정 이후에도 오스탈 이사회의 승인과 최종 계약 체결 과정이 필요하다. 미국 방산·조선기업이라는 특성상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를 비롯한 관계 당국의 승인 절차도 거쳐야 한다.

특히 핵추진잠수함과 미 해군 함정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을 외국기업이 인수하는 만큼 국가안보와 기술보호 문제에 대한 미국 정부의 검토가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화디펜스USA는 이번 제안이 아직 예비적·비구속적 단계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실사를 통해 오스탈USA의 사업 및 재무상황을 면밀하게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제임스 휴잇 한화디펜스USA 대변인은 “한화는 미국 조선업 재건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며 “미국 내 사업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는 단순한 해외 조선소 추가 확보를 넘어 한화가 미국 방산·조선 생태계 내부로 한층 깊숙이 들어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거래가 최종 성사될 경우 한화는 한국 조선업의 생산 역량과 미국의 군함 수요를 연결하는 대표적인 한미 조선협력 기업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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