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나우] 1만8500원 초대형부터 2인 1만원 세트까지…버거시장 ‘극과 극’ 승부
- 버거킹, 닭다리살·직화 쇠고기 패티 최대 4장 쌓은 ‘몬스터 맥시멈’ 출시
- 맥도날드·KFC도 더블 패티와 진한 소스로 ‘맥시멀 푸드’ 경쟁 가세
- 롯데리아·KFC는 할인팩 강화…고물가 속 프리미엄 경험과 가성비 소비 양극화
국내 버거시장이 한쪽에서는 패티를 최대 4장까지 쌓은 1만8500원짜리 초대형 버거를 내놓고, 다른 한쪽에서는 버거 2개가 포함된 1만원짜리 세트를 판매하는 ‘극과 극’ 경쟁으로 향하고 있다.
외식물가 상승으로 저렴하고 든든한 한 끼를 찾는 수요가 늘어나는 동시에 가격보다 양과 맛, 새로운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도 커지면서 버거업계가 가성비와 프리미엄 전략을 동시에 강화하는 모습이다.
버거킹은 통닭다리살 패티와 직화 쇠고기 패티를 함께 넣은 ‘몬스터 맥시멈’ 3종을 출시했다. 기존 인기 메뉴인 몬스터와퍼와 패티 적층을 강조해 온 맥시멈 시리즈를 결합한 제품이다.
기본형인 몬스터 맥시멈은 통닭다리살 패티 1장과 쇠고기 패티 1장으로 구성된다. 몬스터 맥시멈 2는 쇠고기 패티를 2장, 몬스터 맥시멈 3은 쇠고기 패티를 3장 넣는다. 최상위 제품은 닭고기와 쇠고기를 합쳐 총 4장의 패티가 들어간다.
통닭다리살의 바삭한 식감과 직화 쇠고기의 육즙에 매콤한 디아블로 소스, 베이컨, 소금과 후추를 더해 고기 풍미와 자극적인 맛을 극대화했다. 제품 가격은 단품 기준 1만1900원부터 1만8500원까지다. 한 끼 식사 가격을 넘어 웬만한 외식 메뉴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번 제품은 기존 맥시멈 시리즈가 단순히 쇠고기 패티 수를 늘리는 방식이었다면 서로 다른 종류의 고기를 한 제품 안에 겹쳤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쇠고기와 닭고기의 맛과 식감을 동시에 경험하도록 구성한 ‘교차 육류형 버거’인 셈이다.
버거킹은 2023년부터 콰트로, 통새우, 더블 오리지널 치즈, 갈릭불고기 등 기존 인기 메뉴에 여러 장의 쇠고기 패티를 더한 맥시멈 제품을 꾸준히 선보여 왔다. 지난해 출시한 ‘더오치 맥시멈’은 출시 2주 만에 약 25만개가 판매되며 초대형 버거에 대한 시장 수요를 확인했다.
올해 3월에는 쇠고기 패티를 최대 4장까지 넣은 ‘갈릭불고기 맥시멈’ 시리즈를 출시했다. 오는 26일까지 판매되는 갈릭불고기 맥시멈에 이어 몬스터 맥시멈을 새로 내놓으면서 대용량 제품을 일회성 화제 메뉴가 아닌 독립적인 브랜드 라인으로 육성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맥시멈 제품의 주요 고객은 단순히 배를 채우려는 소비자만이 아니다. 고기를 좋아하는 마니아와 대용량 메뉴에 도전하는 소비자, 제품 사진과 시식 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는 이용자도 중요한 대상이다.
일반 버거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모습은 스마트폰 화면에서도 차별성이 분명하다. 패티를 여러 장 쌓은 시각적 효과가 콘텐츠가 되고,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한 뒤 직접 인증과 후기를 생산한다. 외식업체 입장에서는 광고비를 들여 설명하지 않아도 제품 자체가 홍보 수단이 되는 셈이다.
가격이 높더라도 평소 경험하기 어려운 제품을 한 번쯤 구매하려는 ‘경험 소비’도 반영됐다. 매일 먹는 식사라기보다 특정 기간에만 도전하는 이벤트형 상품으로 접근하면 소비자가 받아들이는 가격 기준도 달라질 수 있다.
버거킹만 양과 맛을 극대화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맥도날드는 올해 ‘맥앤치즈 더블 비프’와 ‘맥앤치즈 스파이시 치킨’을 선보였다. 더블 비프 제품은 쇠고기 패티 2장에 로마노 치즈와 체다 치즈를 사용한 맥앤치즈를 더했다. 스파이시 치킨 제품은 매콤한 치킨 패티와 진한 맥앤치즈를 결합했다.
맥도날드의 현재 메뉴에도 치킨 패티를 두 장 넣은 ‘더블 맥스파이시 상하이 버거’와 쇠고기 패티 2장을 사용하는 ‘더블 쿼터파운더 치즈’ 등이 포함돼 있다. 패티와 치즈, 소스를 겹쳐 한눈에 푸짐함을 전달하는 제품이 주요 라인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KFC도 올해 초 치킨 필렛을 두 장 넣은 ‘더블 커넬 오리지널’을 출시했다. 치킨 중심 브랜드라는 정체성을 활용하면서 기존 버거보다 고기 비중과 포만감을 높인 제품이다.
이들 제품에는 공통적으로 ‘더블’, ‘맥시멈’, ‘스파이시’, ‘꾸덕함’처럼 양과 맛의 강도를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표현이 사용된다. 새로운 식재료를 섬세하게 설명하기보다 얼마나 크고 진하며 강한지를 즉시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는 짧은 영상과 이미지 중심으로 상품을 접하는 소비환경과 관련이 있다. 화면에서 곧바로 차이가 보이지 않는 제품은 관심을 끌기 어렵다. 여러 장의 패티와 흘러내리는 치즈, 강렬한 색상의 소스는 맛을 보기 전에도 제품의 특징을 전달한다.
반대편에서는 가격 부담을 낮추는 가성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롯데리아는 8월 할인쿠폰을 통해 클래식치즈버거와 더블치킨버거를 각각 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핫크리스피치킨버거와 리아 새우베이컨도 할인된 콤보 상품으로 제공한다.
치킨버거와 양념감자, 치즈스틱, 음료로 구성된 1인팩은 7800원이다. 더블데리버거와 데리버거, 감자튀김, 치즈스틱, 음료 2잔을 포함한 2인팩은 1만원으로 구성했다.
버거킹 몬스터 맥시멈 3 단품 한 개 가격이 1만8500원인 것과 비교하면 롯데리아 2인팩은 두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약 절반 수준의 가격에 제공하는 셈이다. 양쪽 모두 ‘푸짐함’을 내세우지만 하나는 패티와 고기의 양을 집중적으로 늘리고, 다른 하나는 여러 메뉴를 묶어 가격 대비 구성을 높였다는 차이가 있다.
KFC는 9월 7일까지 치킨이나 스낵, 감자튀김과 맥주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켚썸머 맥주세트’를 8000원대에 한정 판매하고 있다. 고가의 대용량 제품보다는 여름철 치맥 수요를 겨냥해 한 끼와 주류를 합리적인 가격에 즐기도록 구성했다.
할인상품을 이용할 때는 구매 조건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롯데리아의 8월 쿠폰은 제품별로 다운로드와 사용 횟수가 제한되며 배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KFC의 맥주세트도 주류를 판매하지 않는 매장과 일부 특수매장에서는 이용할 수 없다.
버거업계의 양극화 전략은 외식시장 전반이 부진한 가운데 주요 버거 브랜드들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과 맞닿아 있다. 지난해 롯데리아와 버거킹, 맘스터치, KFC 등 주요 브랜드는 매출 증가와 최대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점심 외식비가 1만원을 넘어서는 지역이 늘어나면서 버거는 상대적으로 가격과 구성, 식사 시간을 예측하기 쉬운 메뉴로 부상했다. 키오스크와 모바일 주문, 배달 등 구매 방식이 편리하고 브랜드별 할인쿠폰과 세트 선택지가 많다는 것도 성장 요인이다.
그러나 원재료비와 인건비, 임대료 상승으로 버거킹과 맥도날드, 맘스터치, KFC, 롯데리아 등 주요 브랜드는 올해 잇따라 가격을 올렸다. 과거 ‘저렴한 패스트푸드’로 인식됐던 버거의 단품과 세트 가격이 일반 외식 메뉴에 근접하면서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도 높아졌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모든 메뉴를 일괄적으로 저렴하게 판매하기보다 소비 목적에 따라 가격대를 세분화하고 있다. 일상적인 식사 수요에는 할인쿠폰과 점심세트, 묶음상품을 제공하고, 마니아층에는 재료와 양을 크게 늘린 고가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초대형 버거는 판매량뿐 아니라 브랜드 전체를 알리는 ‘대표 화제 상품’ 역할도 한다. 실제 구매자가 많지 않더라도 강렬한 제품이 소비자의 관심을 끌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기본형과 일반 메뉴의 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 맥시멈 1·2·3처럼 패티 수를 선택하게 하는 것도 최고가 제품이 중간 가격대 제품의 부담을 낮춰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양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영양정보 제공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패티와 베이컨, 치즈, 소스가 늘어날수록 열량과 포화지방, 나트륨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고기가 많다’는 점을 곧바로 건강한 고단백 식품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업체는 대용량 제품의 영양정보를 소비자가 주문 전에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패티 수에 따른 열량과 나트륨 차이도 명확히 표시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 역시 가격과 크기뿐 아니라 자신의 식사량과 건강 상태를 고려해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버거업계의 경쟁은 더 이상 어느 브랜드가 가장 저렴한가만을 겨루지 않는다. 매일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한 끼와 한 번쯤 도전해 보고 싶은 초대형 메뉴가 같은 시장 안에서 서로 다른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패티 4장의 1만8500원짜리 버거와 버거 2개가 포함된 1만원짜리 세트는 상반된 상품처럼 보이지만,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분명한 가치를 제공해야 선택받는다는 점에서는 같다. 하나는 압도적인 양과 경험을, 다른 하나는 지출 대비 높은 구성을 판매한다.
몬스터 맥시멈의 흥행 여부는 초대형 메뉴가 소수 마니아의 일회성 도전을 넘어 지속 가능한 제품군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동시에 버거업계가 고가 프리미엄과 가성비 사이에서 얼마나 정교하게 소비자의 선택지를 설계할지도 앞으로의 경쟁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핵심 요약: 버거킹이 패티 최대 4장과 단품 최고 1만8500원의 몬스터 맥시멈을 내놓은 가운데, 맥도날드·KFC는 더블 패티 제품을 확대하고 롯데리아·KFC는 할인 세트를 강화하면서 국내 버거시장이 ‘맥시멀 경험’과 ‘가성비 한 끼’로 양극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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