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인 1 AI’ 첫발…‘모두의 AI’, 디지털 기본권 시험대 오른다
- SKT·KT·카카오 등 6개 사업자 출사표…이달 말 2∼3곳 선정·연내 서비스 목표
- 무료 챗봇 넘어 복지·교육·금융·생활행정 돕는 개인형 공공 AI로 단계적 확장
- 개인정보·오답 책임·디지털 격차·재정 부담 해결해야 진정한 ‘모두의 AI’ 가능
국민 누구나 비용과 이용량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서비스를 구축하는 ‘모두의 AI’ 프로젝트가 사업자 공모를 마치고 본격적인 경쟁 단계에 들어섰다. 해외 생성형 AI 서비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국산 AI 모델을 국민 생활과 연결하겠다는 정부의 구상이 기술개발을 넘어 실제 대국민 서비스로 전환되는 분기점이다.
‘모두의 AI’는 단순히 무료 챗봇 하나를 제공하는 사업이 아니다. 일상적인 질문과 문서 작성, 정보 검색을 지원하는 범용 AI 챗봇을 시작으로 복지·교육·취업·금융·건강·생활행정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 업무를 대신 처리하거나 절차를 안내하는 공공 AI 에이전트로 발전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장기적으로는 개인의 상황과 필요에 맞춰 학습 코칭과 자산 관리, 노후 설계, 복지서비스 안내 등을 제공하는 ‘국민 1인 1 AI 에이전트’ 체계로 고도화한다는 구상이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생활의 기본 인프라가 된 것처럼 AI 활용 능력과 서비스 접근권도 국민의 새로운 디지털 기본권으로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8일 마감한 사업자 공모에는 SK텔레콤, 엠케이디(MKD), 이스트소프트, 제논, 카카오, KT가 각각 주관하는 총 6개 사업자가 제안서를 제출했다. 당초 통신 3사가 각각 컨소시엄을 주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LG유플러스와 LG AI연구원 등은 카카오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사업 구도가 정리됐다.
SK텔레콤은 자체 독자 AI 모델인 ‘A.X K2’를 중심으로 엘리스그룹, 라이너, 티맵모빌리티, 신한카드, 하나카드, 굿닥, 노타, 셀렉트스타 등 19개 기관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AI 모델과 검색, 데이터 검증, 금융, 의료, 모빌리티, 통신 인프라를 결합해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KT 컨소시엄에는 업스테이지와 모티프테크놀로지스, NC AI를 비롯해 리벨리온, EBS, 매스프레소, 무신사, BC카드, 직방, 솔트룩스, 액션파워 등 16개 기관이 참여했다. KT의 자체 모델 ‘믿:음’에 업스테이지의 ‘솔라’, 모티프테크놀로지스의 ‘모티프’ 등 복수의 국산 모델을 결합하고 교육·금융·주거·쇼핑 분야의 서비스를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카카오는 LG AI연구원, LG전자, LG유플러스, LG CNS를 비롯해 루닛, 서울대학교병원, 신한은행, 데이원컴퍼니, 카카오엔터프라이즈, 크라우드웍스, 퓨리오사AI 등과 손잡았다. 국민 접점이 넓은 카카오의 플랫폼에 LG그룹의 AI 모델·인프라 역량과 의료·금융·교육 분야의 전문성을 결합한 대형 컨소시엄이다.
이스트소프트는 메가존, 와이즈넛, 폴라리스오피스, 한국생산성본부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AI 휴먼과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검색, 업무생산성 분야의 경험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엠케이디와 제논은 별도 참여기관 없이 단독으로 제안서를 제출했다.
반면 자체 생성형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보유한 네이버와 네이버클라우드는 이번 공모에 참여하지 않았다. 네이버의 불참은 국내 주요 모델 기업이 모두 참여하는 단일 연합체보다는 각 사업자가 자체 전략과 사업성을 판단해 선택적으로 참여하는 경쟁 구조라는 점을 보여준다. 동시에 특정 대기업 한 곳의 참여 여부와 관계없이 다양한 국산 모델과 서비스 기업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과제도 남겼다.
이번 사업은 같은 날 발표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의 2차 단계평가와도 연결된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이 국산 AI의 기술력과 독자성을 겨루는 모델 개발 경쟁이라면, 모두의 AI는 개발된 모델이 실제 국민의 질문에 얼마나 정확하고 안전하게 답하고 생활 속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서비스 경쟁이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2차 평가를 통과한 SK텔레콤, LG AI연구원, 업스테이지의 모델이 모두의 AI 컨소시엄에 포함되면서 국내 대표 모델들이 대규모 실제 이용자를 대상으로 성능과 안정성을 겨루게 됐다. 단계평가에서 탈락한 모티프테크놀로지스와 NC AI도 KT 컨소시엄을 통해 서비스 경쟁에 참여한다. 모델 평가 결과가 곧바로 시장 퇴출을 의미하지 않고, 서로 다른 장점을 가진 모델들이 하나의 서비스 안에서 협력할 수 있도록 한 구조다.
사업 참여자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기준을 충족하는 자사 국산 모델을 50% 이상 사용하고 다른 국내 기업의 국산 모델도 30% 이상 적용해야 한다. 특정 모델 하나에 모든 기능을 의존하지 않고 복수의 국산 모델을 결합하도록 한 것이다.
이 같은 멀티모델 방식은 질문의 성격에 따라 가장 적합한 모델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서 작성과 검색, 수학, 코딩, 의료정보, 법률·행정 안내 등 분야별로 강점이 다른 모델을 배치하고, 중요한 답변은 두 개 이상의 모델이 교차 검증하도록 구성할 수 있다. 한 모델에서 장애나 성능 저하가 발생했을 때 다른 모델로 전환할 수 있어 서비스 안정성과 산업 생태계의 다양성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반면 여러 모델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비용과 응답 시간이 증가하고, 잘못된 답변이 나왔을 때 어느 기업이 책임져야 하는지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 모델별 데이터 처리 방식과 보안 기준이 다르면 개인정보가 여러 사업자 사이를 이동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멀티모델 구조가 단순한 사용 비율 맞추기에 그치지 않으려면 모델 선택 기준과 데이터 이동 경로, 장애 대응, 책임 주체를 명확히 설계해야 한다.
과기정통부는 제출 서류의 적합성을 검토한 뒤 서면평가와 발표평가를 거쳐 이달 말까지 2∼3개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선정된 사업자에게는 정부가 확보한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지원하고, 협약 체결과 베타 서비스를 거쳐 연내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목표다. 이후 이용 분야와 기능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전 국민 대상 개인형 AI 에이전트로 발전시키는 방안이 추진된다.
모두의 AI가 정착하면 국민 생활에는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가장 먼저 기대되는 효과는 AI 이용 격차의 완화다. 현재 고성능 생성형 AI 서비스는 대부분 일정 사용량을 초과하면 유료 구독이 필요하다. 월 구독료가 부담스러운 청소년과 취업준비생, 고령층, 소상공인, 저소득층은 무료 서비스와 유료 서비스 사이에서 정보 접근과 생산성의 차이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국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고성능 국산 AI가 제공되면 학생은 개인별 학습 설명과 외국어 연습에 활용하고, 취업준비생은 자기소개서와 면접 준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소상공인은 상품 설명과 광고 문구, 고객 응대, 매출 분석에 활용할 수 있으며 농어민은 지원사업과 기상·유통 정보를 보다 쉽게 찾을 수 있다. 고령층은 복잡한 복지제도와 연금, 의료기관 이용 절차를 대화형으로 안내받을 수 있다.
다문화가정과 장애인을 위한 접근성 개선도 중요한 효과다. 어려운 행정용어를 쉬운 말로 바꾸고 음성 대화, 화면 읽기, 실시간 번역과 요약 기능을 제공하면 기존 웹사이트와 서류 중심의 공공서비스에서 소외됐던 국민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국민이 여러 기관의 홈페이지를 찾아다니는 대신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면 필요한 제도와 신청 절차를 한 번에 안내받는 방식으로 공공서비스의 중심이 공급자에서 이용자로 이동할 수 있다.
공무원과 공공기관의 업무 방식도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반복되는 민원 분류와 서류 검토, 회의록 작성, 정책자료 검색, 법령 비교 등의 업무를 AI가 보조하면 담당자는 현장 상담과 정책 판단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할 수 있다. 국민은 야간이나 휴일에도 기본적인 행정 안내를 받을 수 있어 공공서비스의 시간적 제약도 줄어든다.
국산 AI 산업 측면에서는 수천만 명의 잠재적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는 대규모 실증 무대가 열린다는 의미가 있다. 국내 AI 기업들은 그동안 해외 빅테크와 비교해 모델을 실제로 사용하고 평가해 줄 이용자와 유료시장이 부족하다는 한계를 겪었다. 모두의 AI를 통해 실제 질문과 이용 패턴을 바탕으로 모델을 개선하고, 교육·의료·금융·행정 등 분야별 전문 서비스를 개발하면 국내 AI 산업의 내수 기반을 넓힐 수 있다.
그러나 ‘무료’라는 표현이 서비스 운영에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국민이 직접 구독료를 내지 않더라도 GPU 운영비와 전력비, 클라우드 비용, 보안·개인정보 보호 비용은 정부 예산과 공공자원으로 부담해야 한다. 이용자가 급증하면 운영비도 함께 증가한다. 사업 초기의 지원이 끝난 뒤에도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도록 이용자당 비용과 실제 활용도, 사회적 편익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장기 재원 조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공공 AI의 정확성과 책임 문제는 더욱 중요하다. AI가 복지 대상 여부나 세금, 법률, 의료, 금융상품에 관해 틀린 정보를 제공하면 국민에게 직접적인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공공 AI는 그럴듯한 답을 빠르게 만드는 것보다 답변의 출처와 기준일, 확실성의 정도를 명확하게 보여줘야 한다.
생명·건강·재산·권리에 영향을 주는 고위험 분야에서는 AI가 최종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 AI는 정보 검색과 초안 작성, 선택지 설명을 보조하되 자격 판정과 처분, 진단, 대출 심사 등은 책임 있는 사람이 최종 확인해야 한다. 이용자가 AI의 안내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담당자와 직접 상담할 수 있는 절차도 반드시 제공돼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 역시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조건이다. 개인형 AI 에이전트가 생활을 편리하게 하려면 소득과 건강, 가족관계, 금융, 교육, 위치 등 민감한 정보에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 편리함을 이유로 한 번에 포괄적인 동의를 받는 방식은 위험하다. 서비스별로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만 수집하고, 이용자가 자신의 데이터가 어디에 사용됐는지 확인하고 삭제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의 질문과 문서가 AI 모델의 추가 학습에 자동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원칙을 명확히 해야 한다. 컨소시엄 참여 기업 간 데이터 제공 범위와 보관 기간, 국외 이전 여부, 사고 발생 시 통지와 보상 기준도 공개할 필요가 있다. 개인정보와 공공데이터를 활용하는 과정에 대한 독립적인 보안점검과 정기 감사도 요구된다.
AI가 국민과 정부 사이의 주요 정보 창구가 될 경우 답변의 중립성도 중요한 문제가 된다. 정책과 사회적 쟁점에 대해 정부에 유리한 정보만 제공하거나 특정 기업과 상품을 우선 추천한다면 공공 AI에 대한 신뢰는 무너질 수 있다. 추천과 검색 순위가 결정되는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치적·상업적 편향을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디지털 격차를 줄이기 위해 만든 서비스가 새로운 격차를 만들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무료 AI가 제공되더라도 질문을 잘 작성하고 답변의 오류를 판단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는 활용 성과의 차이가 생긴다. 학교와 도서관, 주민센터, 복지관 등을 통해 AI 활용 교육을 제공하고, 고령층과 장애인에게는 대면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
서비스 평가는 모델의 시험 점수만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 국민이 실제로 체감하는 응답 품질과 접속 안정성, 개인정보 보호, 장애인 접근성, 지역·세대별 이용률, 잘못된 답변의 수정 속도, 상담원 연결 여부가 핵심 평가 지표가 돼야 한다. 이용자 수를 늘리기 위한 과도한 이벤트보다 국민의 시간과 비용을 얼마나 줄였는지를 측정해야 한다.
네이버의 불참이나 특정 대기업의 참여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선정된 사업자 간 실질적인 경쟁을 유지하는 일이다. 정부 지원을 받은 2∼3개 서비스가 사실상 하나의 플랫폼처럼 운영되면 혁신과 품질 개선이 정체될 수 있다. 국민이 서비스를 자유롭게 선택하고 자신의 데이터를 다른 서비스로 옮길 수 있도록 데이터 이동권과 상호운용성을 보장해야 한다.
사업 종료 후에도 특정 기업에 종속되지 않도록 모델과 클라우드, 사용자 데이터의 분리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성능이 떨어지는 모델이나 사업자를 교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중소 AI 기업과 스타트업이 분야별 기능을 추가할 수 있도록 개방형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모두의 AI의 가장 큰 의미는 AI 주권의 기준을 ‘국산 모델 보유’에서 ‘국민이 실제로 사용하는 서비스’로 확장했다는 데 있다. 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모델을 개발해도 국민 생활과 산업현장에서 사용되지 않으면 기술 주권은 완성될 수 없다. 반대로 국산 모델을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품질과 안전에 대한 검증을 낮춰서도 안 된다.
모두의 AI는 정부가 운영하는 하나의 거대한 AI를 만드는 사업이 아니라 여러 민간 모델과 전문 서비스를 공공적 기준 아래 연결하는 새로운 디지털 인프라 실험에 가깝다. 성공한다면 대한민국은 AI를 일부 기업과 고소득 이용자의 생산성 도구가 아니라 모든 국민이 이용하는 보편적 생활 인프라로 전환한 선도 사례를 만들 수 있다.
결국 성패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가입했는지가 아니라 AI로 인해 국민의 생활이 실제로 나아졌는지에 달려 있다. 복잡한 행정 절차가 쉬워지고, 정보 취약계층이 필요한 지원을 빠르게 찾으며, 학생과 소상공인의 기회가 넓어져야 한다. 동시에 개인정보와 선택권, 인간의 최종 판단이 보호돼야 한다.
‘모두의 AI’가 이름 그대로 모두를 위한 AI가 되려면 기술 경쟁과 함께 신뢰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 정확성, 안전성, 투명성, 접근성, 지속가능한 비용 구조를 갖출 때 이 프로젝트는 무료 챗봇을 넘어 대한민국의 새로운 디지털 사회안전망이자 AI 기본권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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