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BYD가 흔든 ‘안방’…한국차, 가격·소프트웨어 경쟁 시험대
- 테슬라·BYD, 8월 수입차 판매 약 45% 차지…전기차 비중 50.9%
- 모델Y, 국산 베스트셀링카 넘어…독일 프리미엄 중심 수입차 질서 재편
- 한국 완성차, 보급형 전기차·소프트웨어·충전·중고차 가치까지 대응 필요
테슬라가 7개월 연속 국내 수입차 판매 1위를 차지하고 중국 BYD가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에 이어 4위로 올라섰다. 전기차가 8월 수입 승용차 등록의 절반을 넘어선 가운데 국내 자동차시장의 경쟁 구도도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중심에서 미국과 중국 전기차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8월 수입 승용차 신규 등록은 2만9817대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9.2% 증가했다. 테슬라는 1만400대를 기록해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유일하게 1만대를 넘겼고 BMW 6180대, 메르세데스-벤츠 4037대, BYD 3002대가 뒤를 이었다.
테슬라와 BYD의 등록 대수를 합하면 1만3402대로 전체 수입차의 약 45%에 해당한다. 테슬라 한 브랜드가 차지한 비중도 34.9%에 이른다. 올해 1∼8월 누적 등록은 테슬라가 7만6776대로 전년 동기보다 122.3%, BYD는 1만7523대로 800% 증가했다.
연료별 변화는 더 뚜렷하다. 전기차가 1만5183대로 수입차 등록의 50.9%를 차지했고 하이브리드도 40%에 달했다. 반면 가솔린과 디젤을 합친 비중은 9.1%에 그쳤다. 수입차 시장에서는 전동화 차량이 대안이 아니라 사실상 주류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모델별로는 테슬라 모델Y 프리미엄이 7490대 등록돼 기아 쏘렌토의 국내 판매량 6397대를 웃돌았다. 모델Y 전체 등록은 9638대에 달했다. 수입 전기차가 일부 고소득층이 선택하는 틈새 상품을 넘어 국내 대중차와 직접 경쟁하는 단계에 진입한 것이다.
다만 수입차 통계는 신규 등록, 국내 완성차 실적은 제조사가 발표하는 판매·출고를 기준으로 해 집계 방식에 차이가 있다. 테슬라도 선박 도착과 고객 인도 시점에 따라 월별 실적 변동이 큰 만큼 한 달의 수치만으로 시장 지배력이 확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테슬라가 7개월 연속 수입차 1위를 유지하고 누적 판매를 두 배 이상 늘렸다는 점은 일시적인 물량 효과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가격 경쟁력과 긴 주행거리, 충전망, 온라인 판매,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운전자 보조 기능이 결합된 상품 체계가 한국 소비자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신호다.
BYD의 부상도 국내 업체에는 가볍지 않은 변화다. 배터리부터 차량까지 아우르는 수직계열화와 중국의 생산 규모를 기반으로 소형 전기차, 스포츠유틸리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차종을 빠르게 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돌핀과 씨라이언7이 판매 상위권에 진입한 것은 중국차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가격과 상품성을 중심으로 바뀔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국 완성차 업체가 마주한 경쟁은 두 방향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테슬라는 소프트웨어와 충전 생태계, 브랜드 충성도를 앞세우고 있으며 BYD를 비롯한 중국 업체는 배터리 원가와 생산 속도, 폭넓은 가격대를 무기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 독일 브랜드와의 품질·고급화 경쟁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다.
현대차와 기아는 제조 품질과 전국 서비스망, 다양한 차종, 하이브리드 경쟁력에서 우위를 갖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 시장에서는 차량 가격뿐 아니라 충전 편의성과 앱 사용성, 무선 업데이트 범위, 배터리 보증, 사고 수리비와 중고차 잔존가치까지 구매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차량을 잘 만드는 능력과 디지털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능력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
수입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비중이 40%에 이른다는 점은 국내 업체에 기회이면서 경고다. 현대차·기아가 강점을 지닌 하이브리드는 전기차 수요 둔화기에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지만, 여기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보급형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경쟁력 확보 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
국내 업체는 중저가 전기차 라인업을 빠르게 확대하는 동시에 배터리 용량을 키우는 방식에서 벗어나 전비와 차체 경량화, 충전 속도, 생산 원가를 함께 개선해야 한다. 구매 이후에도 기능이 향상되는 소프트웨어 경험과 충전·정비·인증 중고차를 연결하는 장기 고객 관리 체계도 필요하다.
정부 정책 역시 국적을 기준으로 시장을 막는 방식보다 안전과 소비자 보호 기준을 정교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 배터리 정보 공개와 화재 안전성, 개인정보의 국외 이전, 차량 사이버보안, 수리 부품 공급과 보증 이행 능력을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해야 국내 산업을 보호하면서도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킬 수 있다.
한국은 현대차와 기아가 강력한 생산·판매 기반을 갖춘 시장이면서 전기차 기술과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 수준도 높다. 테슬라와 BYD가 한국에서 판매 기반을 확대한다면 다른 해외 시장에서도 한국 업체와의 경쟁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테슬라의 7개월 연속 1위는 단순한 수입차 순위 변화가 아니다. 자동차 경쟁의 중심이 엔진과 하드웨어에서 배터리 원가, 소프트웨어, 충전 생태계와 고객 데이터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자동차산업에는 안방 점유율 방어를 넘어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 방식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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