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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 사이를 달리는 말…설연미 작가 ‘꽃, 말’ 초대전 개막

  • 한국마사회 말박물관 올해 세 번째 초대전…9월 4일부터 10월 18일까지
  • 모란·국화 등 꽃의 상징성과 말의 생명력, 전통 채색화로 한 화면에 담아
  • 1970년대 스프링 목마의 추억에서 출발…꿈과 희망 전하는 현대적 길상화

화려한 꽃잎 사이로 말이 힘차게 달리고 도약한다. 부귀와 사랑, 기다림과 위로를 상징하는 꽃과 성공과 발전, 건강과 충성의 의미를 품은 말이 한 화면에서 만나 새로운 길상적 풍경을 만든다.

한국마사회 말박물관은 올해 세 번째 초대전으로 설연미 작가의 ‘꽃, 말(馬)(flower, horse)’을 4일 오전 10시 말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개막한다. 전시는 다음 달 18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전통 채색화의 조형적 아름다움에 현대적인 감성을 더해온 설 작가의 작품 세계를 소개한다. 작가는 오랜 세월 동양 회화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녀온 꽃과 말을 하나의 화면에 배치해 화려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장면을 완성했다.

꽃은 인간이 자연을 바라보며 자신의 마음과 소망을 표현해온 상징적 언어다. 사랑과 설렘, 기다림과 위로처럼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대신 전해왔다. 전통 회화에서는 모란이 부귀와 영화, 국화가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는 등 꽃의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말 역시 오랜 시간 인간의 삶과 역사를 함께 만들어온 동반자다. 교통과 노동의 수단을 넘어 영웅성과 충성, 힘과 건강, 성공과 발전을 상징하며 고대 벽화부터 민화와 궁중회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미술 작품의 주요 소재로 등장했다.

설 작가는 꽃과 말이 모두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정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꽃과 역동적인 생명력을 상징하는 말을 결합함으로써 서로 다른 두 소재가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도록 했다.

작품은 전통 화조영모화의 형식을 바탕으로 한다. 화조영모화는 꽃과 새, 동물 등을 세밀하게 묘사한 전통 회화 장르다. 설 작가는 이러한 전통적 표현법을 따르면서도 강렬한 색채와 현대적인 화면 구성으로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했다.

여러 겹의 물감을 섬세하게 쌓아 올린 작품에서는 사찰의 단청과 탱화를 떠올리게 하는 깊고 선명한 색감이 나타난다. 화면을 가득 채운 꽃과 힘차게 움직이는 말의 조화는 장식적인 아름다움과 역동적인 에너지를 동시에 전달한다.

작품 속 말이 과거의 전쟁이나 노동 현장에 등장하는 사실적인 말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꽃잎 사이를 달리고 허공으로 도약하는 말은 현실의 동물인 동시에 꿈과 상상의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존재로 표현된다.

이러한 이미지의 출발점에는 작가의 어린 시절 기억이 있다. 1970년대 거리와 놀이터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스프링 목마는 당시 어린이들에게 단순한 놀이기구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목마에 올라 몸을 앞뒤로 움직이는 순간 아이들은 작은 공간을 벗어나 먼 곳으로 달려가는 상상의 여행을 경험했다.

설 작가는 그 기억을 현재의 시선으로 다시 불러낸다. 작품 속에서 힘차게 질주하고 도약하는 말은 어린 시절의 자유로운 상상과 아직 도착하지 않은 미래를 향한 기대를 함께 품는다. 말을 둘러싼 꽃잎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꿈과 희망, 행복을 기원하는 감정의 언어로 기능한다.

‘꽃, 말’이라는 전시 제목에는 꽃을 뜻하는 명사와 말을 의미하는 한자 ‘馬’가 나란히 놓였다. 동시에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는 ‘말’이라는 우리말도 자연스럽게 연상시킨다. 꽃과 말이 전하는 상징을 통해 작가가 관람객에게 건네는 희망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전시는 말을 역사·산업의 대상으로 소개해온 말박물관이 말의 문화적·예술적 의미를 현대 회화로 확장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박물관이라는 공간에서 전통 회화의 상징과 개인의 기억, 현대적인 색채 감각이 만나면서 말에 관한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어린 시절 목마를 타본 세대에게 작품은 오래된 기억을 불러오는 매개가 될 수 있다. 어린 관람객에게는 화려한 꽃과 역동적인 말의 모습을 통해 전통 채색화와 상징의 세계를 친숙하게 접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말의 강인한 생명력과 꽃이 품은 따뜻한 소망을 함께 담은 설연미 작가의 작품은 빠르게 변화하는 일상에서 잠시 잊고 있던 꿈과 희망을 되돌아보게 한다. 앞으로 달려가는 말과 화면을 가득 채운 꽃은 관람객 각자의 삶에 보내는 응원과 축원의 이미지로 다가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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