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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 300억달러’ K-조선, 중국 점유율 75%에 맞선다…기술 생태계로 승부

  • 국내 조선 3사, 고부가 선박·해양설비 앞세워 수주와 수익성 동반 개선
  • 중국, 1~7월 세계 수주량 75% 차지…LNG선까지 빠르게 영역 확대
  • 한국의 해법은 가격 경쟁 아닌 친환경·스마트선박·핵심 기자재·서비스 결합

국내 조선업계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초대형 가스운반선,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분야를 중심으로 수주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장기간 계속된 불황과 저가 수주의 후유증을 벗어나 수주와 매출, 수익성이 함께 개선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세계 조선시장의 전체 수주량에서는 중국이 한국을 큰 차이로 앞서고 있다. 과거 벌크선과 중소형 컨테이너선 등 범용선박을 중심으로 성장했던 중국은 최근 대형 LNG 운반선과 친환경 추진선, 해양플랜트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물량의 중국, 기술의 한국’이라는 구분만으로 경쟁 상황을 설명하기 어려운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동일 시점으로 비교할 수 있는 지난 7월 초 기준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 3사의 2026년 누적 수주액은 300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 HD한국조선해양이 157억2000만달러, 삼성중공업이 100억달러, 한화오션이 43억5000만달러를 확보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수주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국내 조선업의 회복세가 기대를 넘어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HD한국조선해양은 LNG 운반선과 컨테이너선, LPG·암모니아 운반선, 석유화학제품운반선 등 다양한 선종에서 수주를 쌓고 있다. 특정 선종에 집중하기보다 수익성과 건조 효율을 고려해 선별적으로 도크를 채우는 전략이다.

올해 2분기에는 매출 8조9270억원, 영업이익 1조6451억원을 기록했다. 생산성 향상과 고선가 선박의 매출 반영이 본격화하면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72.5% 증가했다. 수주 물량의 확대뿐 아니라 계약의 수익성이 실제 경영실적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삼성중공업은 LNG 운반선과 부유식 LNG 생산·저장·하역설비(FLNG)를 양대 축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 8월 초 원유운반선 2척을 추가 수주하면서 상선 부문 누적 수주액은 58억달러로 늘어 연간 상선 수주 목표 57억달러를 조기에 넘어섰다.

FLNG 2기를 포함한 전체 누적 수주액은 102억달러로 연간 목표 139억달러의 73%를 채웠다. 일반 상선보다 계약 규모와 기술 장벽이 높은 FLNG 시장에서 확보한 경쟁력이 전체 수주액과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한화오션은 LNG 운반선과 VLCC, 초대형 암모니아운반선, 해상풍력발전기 설치선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7월 초까지 25척, 43억5000만달러를 수주한 데 이어 7월 중순에는 북미 선주와 3943억원 규모의 VLCC 2척 계약을 추가했다.

한화오션은 상선의 수익성을 높이는 동시에 잠수함과 수상함, 미국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등 특수선 사업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키우고 있다. 상선과 해양플랜트, 방산을 연결해 조선 경기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내 3사의 수주액만 보면 K-조선의 순항이 분명하지만 국가별 수주량을 비교하면 전혀 다른 그림이 나타난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한국은 세계 발주량의 17%인 870만CGT를 수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 증가한 실적이다.

반면 중국은 3802만CGT를 확보해 세계 발주량의 75%를 가져갔다. 7월 한 달만 보면 한국의 수주 점유율은 16%, 중국은 81%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수주잔량에서도 중국은 세계 전체의 66%인 1억4022만CGT를 보유한 반면 한국은 18%인 3823만CGT를 기록했다. 중국이 가격 경쟁력과 대규모 생산능력, 자국 선사들의 안정적인 발주, 국영 금융기관의 지원을 결합해 세계 조선시장의 물량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CGT 중심의 국가별 수주량과 국내 조선사의 달러 기준 수주액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해서는 안 된다. CGT는 선박의 크기와 건조 난도를 반영한 생산량 지표이고, 수주액은 선박 가격과 해양설비 계약까지 포함할 수 있다.

중국이 다수의 범용선을 수주하는 동안 한국은 상대적으로 척당 가격이 높은 LNG선과 FLNG, 대형 가스선에 집중해 왔다. 물량 점유율 격차만으로 국내 조선업의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됐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문제는 중국이 더 이상 저가·범용선 시장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 조선소들은 대형 LNG 운반선 건조 경험을 빠르게 축적하고 있으며 친환경 이중연료 추진선과 초대형 컨테이너선, 해양플랜트 분야에서도 수주와 인도를 늘리고 있다.

업계 집계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LNG선 수주 점유율은 40% 수준까지 높아졌다. 후둥중화조선뿐 아니라 장난조선소와 초상국중공업 등으로 대형 LNG선 건조 역량이 확산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위협은 수주량 확대보다 범용선에서 고부가 선박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데 있다.

한국은 아직 초저온 화물창 시공과 증발가스 관리, 연료 효율, 품질관리, 납기 준수, 장기 운항 신뢰성에서 우위를 갖고 있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선박을 발주하는 글로벌 선주가 가격만큼 실제 건조 경험과 사후 대응 능력을 중시한다는 점도 한국에 유리하다.

FLNG와 대형 LNG선처럼 설계·조달·건조·시운전을 통합해야 하는 프로젝트에서는 국내 조선사들이 오랜 기간 축적한 경험을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렵다. 같은 선종이라도 운항 효율과 고장 가능성, 정비 편의성, 중고선 가치까지 고려하면 선박의 실제 경쟁력은 건조 가격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이 충분한 건조 실적을 확보하고 품질 격차까지 줄인다면 한국이 누려온 가격 프리미엄도 약해질 수 있다. 국내 조선소의 도크가 2029년 전후까지 상당 부분 채워져 있다는 점도 양면성을 갖는다.

안정적인 일감과 높은 선가를 확보했다는 의미인 동시에 새로운 발주를 받아들일 공간이 부족해 선주들이 중국 조선소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한국이 현재의 높은 수주잔량을 안심할 근거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이유다.

앞으로의 경쟁은 배 한 척을 얼마나 싸게 만드는가보다 선박의 전 생애주기에서 얼마나 큰 가치를 제공하는가를 놓고 벌어질 전망이다. 암모니아·메탄올·수소 등 차세대 연료 추진 기술과 자율운항, 디지털트윈, 운항 최적화 소프트웨어, 원격 유지보수, 탄소배출 관리가 하나의 패키지로 결합해야 한다.

선박을 인도한 뒤에도 운항 데이터와 정비 서비스를 통해 반복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조선사가 선박 제조기업을 넘어 해양 모빌리티와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다.

핵심 기자재의 기술 자립도 중요한 과제다. 국내 조선사는 세계 최고 수준의 LNG선 건조 능력을 확보했지만 화물창 등 일부 핵심 기술에서는 여전히 해외에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다.

한국형 화물창의 대형선 적용 실적을 확보하고 친환경 엔진과 연료공급장치, 전력변환장치, 선박용 센서와 제어 소프트웨어를 국내 기자재 생태계와 함께 고도화해야 한다. 조선소의 수주가 기자재와 소프트웨어 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생산 경쟁력도 기술 경쟁력의 일부로 봐야 한다. 인력 부족을 단순히 외국인 근로자 확대로 보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용접·도장·배관·검사 공정의 로봇화와 AI 기반 생산관리, 조선소 간 공정 표준화를 서둘러야 한다.

설계 변경과 공정 지연을 줄이고 동일한 인력으로 더 많은 고부가 선박을 건조할 수 있어야 중국의 생산능력 확대에 대응할 수 있다. 스마트 조선소는 비용을 낮추기 위한 수단인 동시에 품질과 납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핵심 기반이다.

국내 해운·금융·기자재 산업과의 연결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조선소만 강하고 자국 선사와 금융, 기자재 기반이 약한 구조로는 중국의 국가 단위 산업 전략과 장기간 경쟁하기 어렵다.

국가필수선대 확대와 선박금융 강화, 친환경 선박 발주 지원 등을 통해 국내에서 기술을 실증하고 운항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시장을 조성해야 한다. 정부와 화주, 선사, 조선사, 기자재 기업이 각각 움직이는 구조에서 벗어나 하나의 해양산업 생태계로 연결될 필요가 있다.

한·미 조선 협력과 함정 MRO 시장은 한국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미국이 자국 조선업 재건과 중국 의존도 축소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은 상선 건조뿐 아니라 군함 정비와 조선소 현대화, 기자재 공급, 인력 교육까지 협력 범위를 넓힐 수 있다.

다만 이를 일시적인 정책 수혜로 소비하기보다 국내 생산기반과 기술 생태계를 강화하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 해외 조선소 투자와 현지 생산 확대가 국내 일자리와 연구개발, 기자재 수출로 연결될 수 있는 구조도 함께 설계해야 한다.

K-조선은 수주량만으로 중국과 경쟁하기 어려운 구조에 들어섰다. 그렇다고 고부가 선박의 현재 우위만 믿고 안심할 수도 없다. 중국이 물량을 기반으로 기술과 건조 경험을 축적하는 동안 한국은 친환경 추진체계와 스마트선박, 해양플랜트, 특수선, 핵심 기자재와 서비스가 연결된 산업으로 한 단계 더 진화해야 한다.

앞으로의 조선 경쟁에서 중요한 것은 중국보다 더 많은 배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중국이 쉽게 대신 만들 수 없는 배와 기술, 서비스를 확보하는 일이다. 올해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 호조는 회복의 완성이 아니라 다음 기술 격차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과 투자 여력을 확보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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