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전략 리포트] 현대로템, ‘수주 기업’에서 ‘플랫폼 기업’으로…철도·방산·미래기술 3축 성장 본격화
- 철도 해외 수주 확대와 방산 기술 고도화 동시에 추진
- 북미·아시아 시장에서 잇단 성과…글로벌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
- 미래 모빌리티와 첨단 무기체계까지 확장하며 성장 기반 다변화
현대로템이 최근 철도와 방산 분야에서 잇따라 성과를 내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 캐나다와 대만에서 해외 철도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항공무장과 미래 추진체계 개발에도 속도를 내면서 단순 제조기업을 넘어 글로벌 종합 모빌리티·방산 기업으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최근 공개된 사업들을 종합하면 현대로템의 전략은 단순히 수주 규모를 키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철도에서는 차량 제작을 넘어 전기·신호·유지보수까지 아우르는 시스템 사업으로, 방산에서는 지상무기 중심에서 항공·우주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구조적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해외 철도사업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캐나다 에드먼턴시는 기존 32량 계약에 이어 추가 구매 옵션을 행사하며 경전철 8량을 추가 도입하기로 했다. 초기 계약 이후 차량 성능과 사업 수행 능력을 인정받아 후속 물량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영하 40도의 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운행할 수 있도록 설계한 맞춤형 기술이 경쟁력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철도산업은 첫 계약보다 후속 계약의 의미가 더 크다. 발주기관이 실제 운행 성능과 유지관리 능력을 검증한 뒤 추가 발주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 계약은 현대로템이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기술력과 신뢰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대만에서도 사업 영역은 한 단계 진화하고 있다. 최근 타오위안 그린라인 전기·기계(E&M) 공급사업을 확보하며 차량 공급을 넘어 전력·신호·통신까지 포함하는 고부가가치 철도 시스템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글로벌 철도시장이 차량 중심에서 턴키 방식의 통합 인프라 사업으로 전환되는 흐름 속에서 현대로템 역시 시스템 공급 역량을 강화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방산 부문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최근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과 KF-21 무장체계 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K2 전차와 장갑차 등 지상무기체계 중심이던 사업영역을 항공무장 분야로 확대하는 첫 단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여기에 극초음속 추진기관과 재사용 발사체, 장거리 유도무기 등 미래 추진체계 연구개발도 지속 확대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신규 사업 진출이 아니라 미래 국방산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현대로템의 해외 전략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국가별 환경에 맞춘 ‘현지 최적화’ 전략이다. 캐나다에서는 혹한기 대응 기술을, 중동에서는 고온 환경 대응 기술을, 아시아에서는 도시별 철도 운영 환경에 맞춘 시스템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철도차량은 동일한 플랫폼이라도 국가마다 기후와 운행환경, 전력 방식, 승객 수요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현지 맞춤형 기술력이 해외 철도사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현대로템 역시 이러한 전략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철도사업은 한 번의 계약으로 끝나는 산업이 아니다. 차량 공급 이후 유지보수와 추가 차량 도입, 노선 연장, 신호시스템 개선 등 장기간에 걸쳐 후속 사업이 이어진다. 캐나다 에드먼턴 사례처럼 최초 계약 이후 추가 구매 옵션이 실행되는 구조는 해외 철도사업에서 가장 이상적인 사업 모델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최근 해외 거점을 재정비하고 우즈베키스탄 지사를 신설하는 등 조직 개편도 이러한 장기 운영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물론 과제도 남아 있다. 최근 방산 부문에서는 K2 전차 폴란드 1차 물량 종료 이후 수익성이 다소 둔화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는 특정 대형 프로젝트 의존도가 높을 경우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철도사업은 해외 프로젝트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고, 방산 역시 항공무장과 미래 추진체계로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수익 구조가 보다 안정적으로 다변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현대로템의 행보를 종합하면 기업의 변화 방향은 분명하다. 과거 철도차량과 전차를 만드는 제조기업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철도 시스템과 미래 모빌리티, 첨단 방산 기술을 아우르는 종합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철도에서는 차량을 넘어 시스템과 유지관리까지, 방산에서는 지상무기에서 항공·우주 기술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새로운 성장축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 철도 인프라 투자 확대와 글로벌 방산시장 성장세가 이어질 경우, 현대로템은 단순한 수주 기업을 넘어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는 글로벌 기술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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