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테크

LG·엔비디아, 피지컬 AI 동맹 본격화…2027년 1분기 휴머노이드 공개

  • 구광모·젠슨 황 두 달 만에 재회…로봇·AI 팩토리·모빌리티 3대 분야 협력
  • 엔비디아 ‘아이작 그루트·젯슨 토르’에 LG 전자·이노텍·에너지솔루션 역량 결집
  • 연내 美 테네시 공장서 휠 기반 로봇 실증…천안 80MW AI 팩토리도 추진

LG와 엔비디아가 피지컬 인공지능(AI) 시대를 겨냥한 전략적 동맹을 본격화한다. 양사는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부터 AI 팩토리, 자율주행차까지 협력 범위를 확대하고, 내년 1분기 엔비디아의 로봇 AI 플랫폼을 탑재한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개할 계획이다.

LG와 엔비디아는 13일 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에서 전략적 사업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비롯해 권봉석 LG 최고운영책임자, 류재철 LG전자 CEO, 홍범식 LG유플러스 CEO, 현신균 LG CNS CEO, 이홍락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 등 주요 경영진이 참석했다. 엔비디아에서는 젠슨 황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와 핵심 경영진이 자리했다.

이번 협약은 지난 6월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양사 최고경영진이 만난 이후 약 두 달 만에 구체화된 결과다. 당시 회동 이후 양사 실무진은 로봇과 AI 팩토리, 모빌리티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 방안을 논의해 왔으며 이번 MOU를 계기로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간다.

가장 먼저 가시화되는 분야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LG는 2027년 1분기 공개를 목표로 이족보행형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로봇에는 온보드 연산과 추론·제어를 담당하는 엔비디아의 로봇 컴퓨팅 플랫폼 ‘젯슨 토르(Jetson Thor)’가 탑재될 예정이다.

로봇의 AI 두뇌 역할은 엔비디아의 개방형 휴머노이드 파운데이션 모델 ‘아이작 그루트(Isaac GR00T)’가 담당한다. 여기에 로봇의 안전한 작동을 위한 통합 안전 시스템 ‘헤일로스 포 로보틱스(Halos for Robotics)’도 적용한다.

하드웨어에는 LG 계열사의 핵심 기술이 결집된다.

LG전자는 로봇의 관절과 움직임을 구현하는 엑추에이터를, LG이노텍은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센서를, LG에너지솔루션은 로봇의 장시간 구동을 위한 배터리 기술을 각각 담당한다.

엔비디아가 로봇의 AI 플랫폼과 연산 기술을 제공하고 LG가 하드웨어와 제조 역량을 결합하는 구조다. 양사는 이를 통해 실제 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레퍼런스 모델을 구축하고 향후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LG는 휴머노이드 공개에 앞서 연내 휠 기반 로봇인 ‘LG 클로이드’를 실제 생산현장에 투입한다.

LG전자의 미국 테네시 공장 세탁기 생산라인에서 로봇의 이동과 작업 수행 능력, 안전성 등을 실증하고 데이터를 확보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로봇의 성능과 활용성을 고도화한 뒤 글로벌 생산시설과 가정, 상업 공간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협력은 단순히 휴머노이드 한 종류를 개발하는 것을 넘어 ‘피지컬 AI’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피지컬 AI는 AI가 디지털 공간에서 정보를 분석하는 수준을 넘어 현실 세계를 인식하고 판단해 직접 행동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로봇과 자율주행차, 스마트팩토리 등이 대표적인 적용 분야다.

생성형 AI 경쟁이 언어와 이미지 중심에서 현실 공간을 이해하고 움직이는 AI로 확장되면서 글로벌 빅테크와 제조기업들의 피지컬 AI 경쟁도 빠르게 가열되고 있다.

LG는 세계적인 제조·부품 역량과 실제 생산 현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로봇을 연구실에서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체 공장에서 반복 실증하며 대규모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 팩토리 분야에서도 양사의 협력은 본격화된다.

LG는 엔비디아의 ‘DSX’ AI 팩토리 아키텍처에 LG전자 냉각 기술과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LG CNS와 LG유플러스의 설계·운영 역량, LS의 전력 솔루션을 결합할 계획이다.

우선 2027년 상반기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 루빈(Vera Rubin)’을 기반으로 냉각과 전력, IT 기술을 시험하고 검증하는 레퍼런스 사이트를 구축한다.

이후 2028년 상반기까지 충남 천안에 80MW 규모의 AI 팩토리로 확대할 계획이다.

천안 AI 팩토리에는 서버와 냉각·전력설비를 모듈 형태로 사전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프리패브(Prefab)’ 방식이 적용된다. LG는 이를 통해 기존 건설 방식보다 구축 기간을 20% 이상 단축한다는 목표다.

이 시설은 일반적인 AI 데이터센터를 넘어 피지컬 AI와 휴머노이드,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고 학습시키는 인프라로 활용될 예정이다.

LG는 냉각과 전력, IT 설계·운영 기술을 이곳에서 통합 검증하고, 검증된 솔루션을 하나의 패키지로 만들어 글로벌 빅테크의 AI 데이터센터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플랫폼 ‘드라이브 하이페리온(Drive Hyperion)’과 LG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및 소프트웨어 기술을 결합한다.

양사는 이를 기반으로 차세대 ‘AI 정의 차량(AIDV)’용 고성능 컴퓨팅 플랫폼을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에서 AI가 주변 상황을 실시간으로 인식·판단하고 지속적으로 소프트웨어가 진화하는 지능형 플랫폼으로 변화하는 흐름에 대응하는 것이다.

LG와 엔비디아는 기술 개발부터 현장 실증, 사업화까지 속도를 높이기 위해 공동 태스크포스도 운영한다.

양사의 연구개발과 사업 전문가들이 참여해 로봇과 AI 팩토리, 모빌리티 분야의 개별 과제를 구체적인 사업 성과로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협력은 AI 시대의 경쟁 구조가 소프트웨어 기업과 제조기업 간 경계를 넘어서는 흐름을 보여준다.

엔비디아는 GPU와 AI 모델,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기반으로 피지컬 AI 생태계를 확대하고 있으며, LG는 전자와 배터리, 센서, 자동차 부품, 데이터센터 인프라 등 현실 세계에서 AI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양사의 협력이 성공적으로 이어질 경우 엔비디아의 AI 플랫폼과 LG의 제조·부품 기술을 결합한 레퍼런스 모델이 로봇과 AI 팩토리, 자동차 분야에서 새로운 산업 표준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양사의 협업이 속도를 내면서 AI 팩토리, 피지컬 AI, 모빌리티 분야에서 함께할 과제가 명확해졌다”며 “산업을 선도하는 레퍼런스 구축을 통해 AI 확산을 가속하겠다”고 밝혔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피지컬 AI가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기회는 모든 기계가 현실 세계를 이해하고 추론하며 사람과 함께 안전하게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데 있다”며 “LG의 제품 엔지니어링과 제조 리더십에 엔비디아 기술을 결합해 로봇과 AI 팩토리, 자율주행차의 새로운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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