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길이 도시의 일상을 바꾼다…세계 UAM 경쟁과 2028년 K-UAM의 승부
• 한국, 시범운용구역 지정해 사람·화물·관광 등 실제 서비스 검증
• 미국은 대규모 실증, 중국은 인증, 유럽은 제도 선점…일본·UAE도 상용화 속도
• 공항·도서·응급 이동부터 시작될 전망…요금·안전·소음·접근성이 대중화 관건
도심항공교통(UAM)이 기술 시연 단계를 넘어 실제 교통서비스를 준비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를 이용해 도심과 공항, 관광지, 섬과 산간지역을 연결하려는 경쟁이 세계 주요국에서 동시에 전개되면서 자동차와 철도에 이어 하늘길을 누가 먼저 선점할지가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새로운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도 2028년 초기 상용화를 목표로 실질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24일부터 9월 4일까지 UAM 시범운용구역 예비신청 대상 공모를 진행한다. 지방정부와 공공기관의 준비 상황을 살핀 뒤 버티포트와 항로, 공역, 안전관리체계 등을 갖춘 지역을 시범운용구역으로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시범운용구역은 기존 실증사업구역과 성격이 다르다. 고흥과 아라뱃길 등 기존 실증구역이 기체와 통신, 교통관리 기술을 시험하는 공간이었다면 시범운용구역은 사람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하는 상용화 전 단계다. 구역으로 지정되면 규제 특례를 바탕으로 사람과 화물 운송, 관광비행, 수색·구조, 의료·응급후송 등 지역 여건에 맞는 사업을 검증할 수 있다.
지난 7월 공개된 K-UAM 초기 상용화 모델은 조종사 탑승을 기본으로 최대 50㎞ 안팎의 노선을 운항하는 방안을 담았다. 기체 운항뿐 아니라 버티포트 운영, 승객 탑승 절차, 교통관리, 사고 대응을 하나의 서비스 체계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제주에서는 공항과 주요 관광지를 잇는 관광·교통형 모델이 시연됐으며, 향후에는 수도권 공항 접근과 도서지역 이동, 응급환자 이송 등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 국토교통부의 2028년 초기 상용화 모델 역시 기술 실증을 실제 서비스 운영으로 전환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세계 UAM 경쟁은 국가마다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미국은 민간기업의 기체 개발 역량과 광범위한 실증을 결합하는 전략을 택했다. 미 연방항공청(FAA)은 올해 3월 26개 주에 걸친 8개 eVTOL 통합 실증 프로젝트를 선정했다. 조비에비에이션과 아처에비에이션, 베타테크놀로지스 등이 참여해 도심 에어택시뿐 아니라 지역 여객운송, 물류, 응급의료, 해상 에너지시설 이동, 자율비행까지 실제 운항환경에서 검증한다. 실증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향후 운항 규정과 전국 단위 교통관리체계에 반영한다는 구상이다. FAA가 발표한 실증 프로그램은 기체 개발 경쟁을 넘어 국가 공역에 UAM을 어떻게 편입할 것인지에 무게를 두고 있다.
중국은 인증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다. 중국 민항당국은 2025년 3월 이항의 무인 여객용 eVTOL ‘EH216-S’를 운용하는 두 사업자에게 운항 자격을 부여했다. 형식증명과 생산허가, 감항증명에 이어 운항 자격까지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이를 곧바로 일반 승객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정기 에어택시 서비스가 시작됐다는 의미로 보기는 어렵다. 이항은 2026년 1분기 자료에서 내부 시험 상업운항과 3,000회 이상의 비행을 진행했지만, 일반 승객 대상 유상 항공권 판매를 위해 추가 안전·운영 요건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인증과 생산 기반에서는 앞서 있지만 대규모 대중 서비스는 여전히 다음 단계인 셈이다.
유럽은 속도보다 규칙을 먼저 확립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유럽항공안전청(EASA)은 2024년 수직이착륙 항공기와 에어택시 운항을 위한 법적 패키지를 마련한 데 이어 2025년에는 운항사업자, 조종사 자격, 공역 운용에 관한 세부 지침을 제시했다. 여러 국가의 영공을 연결해야 하는 유럽의 특성상 공통 인증과 안전기준, 소음 및 지역사회 수용성을 먼저 정립해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려는 접근이다.
일본은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의 비행 시연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3월 로드맵을 다시 짰다. 2027~2028년 일부 지역에서 조종사가 탑승한 상업운항을 시작하고, 2030년대 전반에는 원격조종 여객운송과 새로운 항공교통관리체계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2030년대 후반에는 일부 자동·자율운항까지 추진한다.
UAE는 관광과 공항 접근 수요가 높은 두바이를 중심으로 버티포트 네트워크와 에어택시 서비스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조비에비에이션 기체를 활용한 상업운항을 준비하는 한편, 라스알카이마까지 연결되는 광역 항로도 구상하고 있다. 미국이 실증, 중국이 인증, 유럽이 제도, 일본이 단계적 확산에 강점을 보인다면 UAE는 도시개발과 관광산업에 UAM을 빠르게 결합하는 실용화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UAM이 상용화되면 국민이 가장 먼저 체감할 변화는 이동시간의 재구성이다. 도로로 1시간 이상 걸리는 공항 접근이나 도심 간 이동을 비행시간 기준 10~15분대로 줄일 수 있다. 섬과 산간지역에서는 배편이나 굽은 도로에 의존하던 이동이 크게 단축되고, 응급환자와 의료물품을 신속하게 운송할 수 있다. 재난으로 도로와 교량이 끊긴 상황에서도 공중 이동망은 새로운 공공교통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초기 UAM이 곧바로 지하철이나 버스를 대체하거나 도심 교통체증을 획기적으로 해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기체 한 대의 탑승 인원이 적고 버티포트까지 이동하는 시간, 보안과 탑승 절차, 기상에 따른 결항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행시간이 15분이더라도 출발지에서 버티포트까지의 이동과 대기시간을 포함한 실제 문전 이동시간은 더 길어진다. UAM은 기존 대중교통의 대체재보다 철도·버스·택시·항공을 연결하는 보완 교통망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요금도 초기 대중화의 중요한 변수다. 기체 가격과 조종사 인건비, 배터리 교체, 버티포트 구축·운영비가 반영되면 초창기에는 일반 택시보다 훨씬 비싼 공항 이동이나 관광 중심의 프리미엄 서비스가 될 수밖에 없다. 이후 기체 양산과 운항 횟수 증가, 원격·자율운항 도입으로 비용이 낮아져야 일상적인 교통수단으로 확산될 수 있다.
소음과 안전, 지역 간 형평성도 풀어야 할 과제다. 전기 추진 방식은 헬리콥터보다 소음을 낮출 수 있지만 주거지역에서 여러 기체가 반복 운항하면 새로운 생활 소음이 될 수 있다. 배터리 화재와 통신 장애, 악천후, 비상착륙에 대비한 기준도 필요하다. 버티포트가 대도시 중심과 고가 시설에만 집중될 경우 UAM이 일부 계층만 이용하는 ‘하늘 위 프리미엄 교통’에 머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따라서 한국의 UAM 전략은 첫 비행 시점을 앞당기는 것만으로 평가돼서는 안 된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안전성,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편의, 합리적인 요금, 소음 보상과 지역사회 협의, 도서·산간 및 응급의료 분야의 공공성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 기체와 버티포트, 통신, 관제, 배터리, 보험, 정비산업을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는 것도 중요하다.
2028년은 하늘을 나는 택시가 전국 도심을 가득 채우는 시점이라기보다 제한된 지역과 노선에서 새로운 교통체계의 가능성을 국민이 처음 직접 확인하는 출발점에 가깝다. UAM 경쟁의 진정한 승자는 가장 먼저 기체를 띄운 국가가 아니라 안전하고 편리하며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하늘길을 지속 가능한 교통망으로 정착시킨 국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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