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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이책] 영화가 깨운 2800년의 고전…지금 다시 『오디세이아』를 읽는 이유

• 놀런 감독 영화 흥행에 원작도 역주행…교보문고 순위 30계단 뛰어 종합 8위
• 관련 도서 판매량 전년 대비 595.5% 증가…30~50대가 구매층의 중심
• 신과 괴물의 모험 너머 ‘어떻게 나답게 돌아갈 것인가’를 묻는 귀향의 서사

약 2800년 전 탄생한 고대 그리스의 대서사시가 다시 서점가의 중심으로 돌아왔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가 지난 5일 국내 개봉한 뒤 원작을 직접 읽으려는 독자가 늘면서 고전으로는 이례적인 판매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

교보문고 8월 둘째 주 베스트셀러 집계에서 현대지성의 『오디세이아(고대 그리스어 완역본)』는 전주보다 30계단 상승한 종합 8위에 올랐다. 크리스토퍼 놀런의 영화가 고대 서사시를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끌어낸 ‘스크린셀러’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책에 대한 관심은 영화 개봉 전부터 빠르게 커졌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제목에 ‘오디세이’, ‘오디세이아’, ‘오뒷세이아’ 등이 포함된 도서의 지난 7월 판매량은 전년 동월보다 595.5% 증가했다. 증가율은 4월 87.5%, 5월 194.0%, 6월 291.7%를 기록한 뒤 7월에는 약 6배 수준으로 확대됐다. 완역본뿐 아니라 입문서와 해설서, 만화 등으로 관심이 확산됐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번 열풍의 첫 번째 이유는 분명 영화다. ‘인터스텔라’, ‘덩케르크’, ‘오펜하이머’ 등을 통해 시간과 기억, 인간의 선택을 탐구해온 놀런 감독이 인류 문학의 가장 오래된 모험담을 영화로 옮기면서 관객의 관심이 자연스럽게 원전으로 향했다. 영화를 본 뒤 생략되거나 변형된 장면을 확인하려는 독자와 영화를 보기 전에 신과 영웅의 관계를 미리 이해하려는 독자가 동시에 늘었다.

그러나 영화 효과만으로 이번 인기를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오디세이아』는 제목과 주요 장면은 익숙하지만 원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사람은 많지 않은 대표적인 고전이다.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 사람을 유혹하는 세이렌, 마녀 키르케, 바다 괴물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오디세우스를 붙잡아두려는 칼립소 등은 그리스·로마 신화와 영화, 소설, 게임을 통해 끊임없이 재해석돼 왔다. 독자에게는 낯선 작품을 처음 만나는 것보다 흩어져 있던 이야기의 원형을 찾아가는 독서에 가깝다.

구매층에서도 이 같은 특징이 나타난다. 교보문고 집계에서 40대가 33.1%로 가장 많았고 50대가 24.0%, 30대가 21.9%를 차지했다. 30~50대가 전체 구매자의 약 79%에 이른다. 단순히 영화 팬덤만 움직였다기보다 삶의 중간 지점에서 방황과 귀환, 가족과 책임이라는 작품의 주제에 공감한 성인 독자들이 고전 읽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성별 구매 비중도 여성 57.1%, 남성 42.9%로 비교적 고르게 나타났다.

『오디세이아』는 트로이아 전쟁이 끝난 뒤 이타케의 왕 오디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그린다. 전쟁은 10년 동안 계속됐지만 귀향에도 다시 10년이 걸린다. 오디세우스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분노를 사면서 폭풍과 난파, 괴물과 유혹을 차례로 만난다. 함께 떠난 동료들을 모두 잃고 이름과 지위마저 감춘 채 고향에 도착하지만, 그의 시련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고향 이타케에서는 아내 페넬로페에게 결혼을 강요하는 구혼자들이 왕궁을 차지하고 재산을 탕진하고 있다. 아들 텔레마코스는 아버지의 생사조차 모른 채 성장한다. 오디세우스는 영웅의 모습으로 당당하게 귀환하는 대신 늙은 거지로 신분을 감추고 누가 자신을 기억하고 신뢰하는지를 시험한다.

이 지점에서 작품은 단순한 해양 모험담을 넘어선다. 핵심은 ‘얼마나 멀리 갔는가’보다 ‘수많은 유혹과 실패를 거친 뒤에도 자신이 돌아갈 곳과 자신이 누구인지를 기억할 수 있는가’에 있다. 오디세우스는 압도적인 힘을 지닌 영웅이 아니다.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신분을 바꾸며 때로는 오만과 잘못된 판단으로 동료들을 위험에 빠뜨린다. 그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힘보다 지혜와 언어, 인내다.

페넬로페 역시 수동적으로 남편만 기다리는 인물이 아니다. 낮에 짠 시아버지의 수의를 밤마다 다시 풀며 재혼을 미루고, 돌아온 남자가 진짜 남편인지 확인하기 위해 두 사람만 아는 침대의 비밀을 시험한다. 오디세우스의 여행이 바다 위에서 벌어지는 생존의 투쟁이라면 페넬로페의 기다림은 왕궁 안에서 벌어지는 또 하나의 지적 투쟁이다.

아들 텔레마코스의 성장도 중요한 축이다. 『오디세이아』는 오디세우스의 모험에서 곧바로 시작하지 않는다. 아버지의 부재 속에서 무력감을 느끼던 텔레마코스가 아버지의 소식을 찾아 떠나는 과정이 먼저 펼쳐진다. 한 사람의 귀환과 동시에 다음 세대가 자신의 목소리와 책임을 찾아가는 이야기인 셈이다.

이번에 베스트셀러에 오른 현대지성 판본은 호메로스의 고대 그리스어 원전을 박문재가 번역한 책으로 2025년 4월 출간됐다. 고대 그리스어 서사시의 반복과 운율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으며, 작품의 배경과 인물을 이해할 수 있도록 거장들의 명화와 이미지 104점을 실었다. 43쪽 분량의 해설과 303개의 각주는 낯선 신과 지명, 고대 그리스의 관습을 설명한다. 책은 672쪽이며 정가는 2만7000원이다.

명화와 주석을 결합한 구성은 원전 완역본의 진입 장벽을 낮춘다. 『오디세이아』는 총 24권, 1만2110행으로 이뤄진 장대한 서사시다. 등장인물과 신들의 관계가 복잡하고 시간 순서도 현재와 과거를 오간다. 오디세우스의 모험담도 이야기의 출발점에서 곧바로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중반부에 이르러 주인공의 회상으로 제시된다. 원전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라면 명화와 각주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길잡이 역할을 한다.

주말에 처음 책을 펼치는 독자라면 전체 분량을 한 번에 읽으려 하기보다 세 부분으로 나눠 접근하는 것이 좋다. 1~4권에서는 아버지를 찾아 나서는 텔레마코스를, 5~12권에서는 키클롭스와 세이렌 등 오디세우스의 모험을, 13~24권에서는 이타케로 돌아온 뒤 벌어지는 정체 확인과 복수의 과정을 중심으로 읽으면 서사의 구조가 선명해진다. 작품에 들어가기 전 트로이아 전쟁과 『일리아스』의 줄거리를 간단히 확인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일리아스』가 전쟁터에서 분노와 명예, 죽음의 의미를 묻는다면 『오디세이아』는 전쟁 이후 인간이 어떻게 삶을 회복하는지를 묻는다. 승리한 영웅도 집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길을 잃고, 자신이 지키려던 것을 되찾기 위해 다시 이름과 관계를 증명해야 한다.

이 작품이 2800년 동안 살아남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누구나 인생에서 예상보다 먼 길을 돌아가고, 목적지를 잊게 만드는 유혹과 좌절을 만난다. 『오디세이아』가 말하는 귀향은 단순히 옛집으로 돌아가는 일이 아니다. 수많은 변화와 상실을 통과한 뒤에도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지키며 살아야 하는지를 다시 발견하는 과정이다.

영화가 『오디세이아』를 다시 베스트셀러로 만들었지만, 독자를 마지막 장까지 데려가는 힘은 결국 작품 안에 있다. 올여름의 흥행이 일시적인 유행으로 끝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한 편의 영화가 오래된 책을 홍보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2800년 전의 질문이 여전히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정확히 닿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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