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IT

퀄컴, AI 승부처 칩에서 소프트웨어로…엣지·데이터센터 ‘하나의 스택’ 추진

  • 모듈러 인수로 모조·맥스·클라우드 아우르는 통합 개발환경 구축
  • 스냅드래곤부터 데이터센터용 드래곤플라이까지 지원 범위 확대
  • 타사 하드웨어에도 개방…개발자 확보와 실제 성능 최적화가 관건

퀄컴이 스마트폰과 PC, 각종 엣지 기기부터 데이터센터까지 동일한 환경에서 인공지능(AI)을 개발하고 배포할 수 있는 통합 소프트웨어 스택 구축에 나선다. CPU와 GPU, NPU 등 하드웨어별로 나뉜 개발환경을 하나로 연결해 AI 반도체 경쟁의 무게중심을 칩 성능뿐 아니라 개발자 생태계로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크리스 래트너 퀄컴 첨단 AI 소프트웨어 및 플랫폼 총괄 부사장은 미국 하와이 마우이에서 열린 ‘스냅드래곤 서밋 2026’에서 AI 소프트웨어 기업 모듈러의 기술을 기반으로 한 통합 AI 컴퓨팅 환경을 공개했다.

퀄컴은 지난 7월 모듈러 인수를 완료했다. 모듈러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였던 래트너 부사장도 퀄컴에 합류해 통합 소프트웨어 전략을 이끌고 있다. 그는 LLVM 컴파일러와 스위프트, MLIR 등 주요 프로그래밍 언어·컴파일러 기술 개발에 참여한 인물이다.

현재 AI 개발자는 사용하는 CPU나 GPU, 가속기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른 개발도구와 라이브러리를 적용해야 한다. 새로운 하드웨어로 모델을 옮길 때 코드를 수정하거나 최적화 작업을 다시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퀄컴은 이 같은 소프트웨어 파편화가 다양한 AI 반도체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모듈러의 소프트웨어 스택은 프로그래밍 언어 ‘모조(Mojo)’, AI 모델 개발·서빙 프레임워크 ‘맥스(MAX)’, 대규모 컴퓨팅 환경을 관리하는 ‘모듈러 클라우드’로 구성된다.

모조는 AI 개발에서 널리 쓰이는 파이썬과 유사한 생산성을 제공하면서 시스템 프로그래밍과 하드웨어 제어 성능을 함께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모조 언어와 컴파일러, 관련 도구는 아파치 2.0 라이선스와 LLVM 예외조항 아래 오픈소스로 공개됐다.

맥스는 AI 모델을 여러 종류의 하드웨어에서 실행하고 성능을 최적화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모듈러 클라우드는 모델 배포와 추론 서비스를 운영할 때 발생하는 인프라 관리의 복잡성을 줄이는 계층이다. 다만 모조가 완전한 오픈소스로 전환된 것과 달리, 통합 스택 전체의 공개 범위와 상용 이용 조건은 구성 요소별로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퀄컴은 모듈러 스택의 지원 범위를 기존 데이터센터 CPU·GPU 환경에서 자사 전체 반도체 포트폴리오로 확대할 계획이다. 스마트폰과 PC, 웨어러블 등에 사용되는 스냅드래곤과 데이터센터용 드래곤플라이 CPU·AI 가속기를 같은 개발환경으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핵심은 퀄컴 제품에만 제한하지 않는 개방성이다. 퀄컴은 타사의 CPU와 GPU, AI 가속기도 지원해 개발자가 특정 반도체 업체의 소프트웨어에 종속되지 않고 용도와 비용, 전력 효율에 맞는 하드웨어를 선택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는 모조의 윈도 네이티브 지원을 추진한다. 협력이 현실화되면 개발자는 윈도 PC에서 작성한 AI 프로그램을 스냅드래곤 기반 PC뿐 아니라 데이터센터와 엣지 환경으로 확장하기가 한층 쉬워질 수 있다.

이번 전략은 AI 반도체 시장에서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차지하는 영향력을 보여준다. 엔비디아가 CUDA를 통해 GPU와 개발자를 강하게 연결한 것처럼, 후발 반도체 기업도 익숙한 개발도구와 라이브러리 없이는 하드웨어 성능만으로 시장을 넓히기 어렵다. 퀄컴은 모듈러를 통해 개발자의 코드와 자사 칩 사이에 존재하던 진입장벽을 낮추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하나의 스택’은 아직 완성된 결과라기보다 확장 중인 로드맵에 가깝다. 서로 다른 하드웨어에서 동일한 코드가 작동하는 것과 각각의 성능을 충분히 끌어내는 것은 별개의 과제다. 지원 모델과 연산자, 개발도구의 완성도, 오류 대응, 문서와 개발자 공동체까지 갖춰야 실제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퀄컴의 시도가 성과를 거두면 AI 개발자는 데이터센터와 스마트폰을 별개의 생태계로 다루는 대신 하나의 모델과 코드 기반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다. 반대로 타사 하드웨어 지원과 성능 최적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또 하나의 전용 개발환경에 머물 가능성도 있다. 통합 스택의 성패는 개방성이라는 선언보다 실제 개발자가 체감하는 이식성과 성능에서 갈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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