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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의심한’ 구자하·‘목소리를 바꾼’ 백석종…K-공연예술 새 이정표

  • 구자하, 국제입센상 아시아 최초·역대 최연소 수상
  • 백석종, 오페라어워즈 남자 성악가상 한국인 최초 최종 후보
  • K팝 넘어 연극·오페라로 넓어지는 한국 예술가의 세계 경쟁력

한국 공연예술가들이 연극과 오페라라는 서로 다른 무대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 연극의 형식을 끊임없이 의심해온 공연예술가 구자하는 ‘연극계의 노벨상’을 품었고, 바리톤에서 테너로 자신의 목소리를 바꾼 백석종은 ‘오페라계의 오스카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구자하는 9월 26일 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 국립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2026 국제입센상과 상금 250만크로네를 받았다. 아시아 예술가로는 처음이자 역대 최연소 수상이다.

국제입센상은 노르웨이 정부가 세계적인 극작가 헨리크 입센을 기리기 위해 2007년 제정한 상이다. 특정 작품 하나의 흥행이나 완성도가 아니라 예술가와 극단이 축적한 작업 전반과 연극 발전에 미친 영향을 평가해 격년으로 수여한다.

구자하는 수상 무대에서도 ‘의심’과 ‘질문’을 자신의 연극을 움직이는 힘으로 제시했다. 그는 과거의 형식에 머물거나 변화하는 세계에 귀 기울이지 않는 연극을 경계하며, 무대에 누가 설 수 있고 누구의 목소리를 아직 듣지 못하고 있는지 계속 질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의 작품은 음악과 영상, 텍스트, 로봇 오브제를 결합해 인간 배우 중심의 전통적인 무대 문법에서 벗어난다. ‘롤링 앤 롤링’, ‘쿠쿠’, ‘한국 연극의 역사’로 이어지는 하마티아 3부작에서는 한국 사회의 언어와 경제위기, 문화적 제국주의를 개인의 경험과 연결했다. ‘하리보 김치’에서는 음식과 포장마차를 통해 디아스포라의 삶과 정체성을 탐구했다.

오페라 무대에서는 테너 백석종이 새로운 기록에 도전한다. 백석종은 인터내셔널 오페라 어워즈의 2026년 ‘올해의 남자 성악가’ 부문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한국인이 이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것은 처음이며 수상자는 11월 21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발표된다.

백석종의 이력은 기존의 성공 공식과 다르다. 미국 오페라 무대에서 바리톤으로 활동했던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테너로 성부를 전향했다. 이미 구축한 경력을 내려놓고 새로운 음역과 발성, 배역에 다시 도전한 선택이었다.

그는 2022년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의 ‘삼손과 델릴라’에서 삼손 역을 맡아 전문 테너로 데뷔했다. 이후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와 독일 도이체오퍼 베를린 등 주요 극장으로 무대를 넓혔으며, 지난 7월에는 예술의전당 제작 오페라 ‘투란도트’의 칼라프 역으로 한국 관객과 만났다.

두 사람의 예술 세계는 다르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구자하는 연극의 형식을 바꿨고 백석종은 자신의 목소리를 바꿨다. 이미 익숙한 길을 잘 따라간 것이 아니라 기존 질서에 질문을 던지고 불확실한 방향으로 이동한 결과가 세계 무대의 평가로 이어졌다.

이번 성취는 한국 공연예술의 국제화가 K팝이나 드라마의 인기에 기대는 단계를 넘어 개별 예술가의 작품 세계와 전문성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적 경험을 세계적인 질문으로 바꾼 구자하와 개인적인 전환을 새로운 성악적 경쟁력으로 만든 백석종의 사례는 서로 다른 방식의 세계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증명한다.

다만 구자하는 수상이 확정됐고 백석종은 최종 후보라는 차이가 있다. 백석종의 수상 여부와 관계없이 세계 오페라계가 평가하는 정상급 성악가들과 나란히 후보에 오른 것 자체가 한국 성악계의 외연을 넓힌 성과로 평가된다.

두 예술가의 행보가 일시적인 개인의 성공에 머물지 않으려면 국제 공동제작과 해외 순회공연, 장기 레지던시, 전문적인 해외 매니지먼트에 대한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세계가 발견한 한국 예술가가 지속적으로 새로운 작품과 배역에 도전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 다음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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