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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사람은 몰리는데 읽는 사람은 줄었다…브런치 공모전이 보여준 ‘출판의 역설’

  • 1만4000편 응모에 성인 독서율은 38.5%…창작 과잉·독자 부족 동시 진행
  • 브런치 대상 10편에서 4편으로 축소…선정 넘어 홍보와 독자 연결에 집중
  • 출판사가 작가 고르던 구조에서 작가가 출판사 선택하는 방식으로 전환

글을 쓰고 작가가 되려는 사람은 몰려드는데 정작 책을 읽는 사람은 줄고 있다.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공개할 수 있는 창작 플랫폼은 빠르게 성장했지만, 독자의 시간은 영상과 소셜미디어, 게임 등 수많은 콘텐츠로 분산됐다.

카카오가 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 브런치의 대표 작가 발굴 사업을 전면 개편한 배경에도 이러한 ‘출판의 역설’이 자리 잡고 있다. 과거 출판시장의 부족한 자원이 좋은 원고였다면 이제는 수많은 작품 가운데 읽을 만한 글을 찾아내고 독자의 관심을 연결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카카오는 기존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의 명칭을 ‘브런치 공모전’으로 변경하고 심사와 수상작 선정, 출판사 연결 방식을 개편한 제14회 공모전을 시작했다. 응모는 오는 10월 18일까지 8주 동안 진행되며 최종 수상작은 내년 2월 초 발표된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는 2015년부터 온라인에 숨어 있던 글을 종이책으로 연결하며 신인 작가의 대표적인 등용문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열린 제13회 프로젝트에는 약 1만4000편이 응모해 1400대 1에 가까운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에 글을 쓰고 출간을 꿈꾸는 잠재 작가가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준다. 전문적인 문학 교육이나 출판 경력이 없더라도 자신만의 경험과 지식을 가진 사람이 플랫폼에서 독자 반응을 확인하고 책 출간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직장생활과 육아, 여행, 음식, 과학, 기술, 지역사회 등 기존 출판사가 먼저 기획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소재도 창작물로 등장했다.

하지만 창작 열기가 실제 독서 수요의 확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성인 연간 종합독서율은 38.5%로 직전 조사보다 4.5%포인트 낮아졌다. 성인 10명 가운데 6명 이상이 1년 동안 일반도서를 한 권도 읽거나 듣지 않았다는 의미다.

성인의 연간 종합독서량도 3.9권에서 2.4권으로 줄었다. 평일 하루 평균 독서시간은 18.2분에 그쳤다. 성인 응답자의 24.3%는 책을 읽기 어려운 요인으로 다른 매체와 콘텐츠 이용을 꼽았다.

브런치에 1만4000편의 출간 후보작이 몰리는 동안 국민 한 사람이 1년에 읽는 책은 2.4권으로 줄어든 셈이다. 이 간극은 오늘날 출판산업의 문제가 책을 얼마나 많이 만들어내느냐보다 만들어진 책이 독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느냐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카카오가 이번 개편에서 수상작을 대폭 줄인 것도 이러한 변화와 맞닿아 있다. 기존에는 제휴 출판사 약 10곳이 각각 한 작품을 선택해 매년 대상작 10편을 출간했다. 올해부터는 소설, 에세이·시, 종합 부문별 대상 한 편과 출간 경험이 없는 작가를 위한 신인 작가상 한 편 등 총 4편만 선정한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각각 1000만원, 신인 작가상 수상자에게는 500만원의 상금이 지급된다. 브런치는 자체 서비스와 관련 채널을 활용해 선정 작품의 홍보와 독자 접점 확대를 지원할 예정이다.

당선작을 10편에서 4편으로 줄이면 작가에게 돌아가는 수상 기회는 감소한다. 반면 작품별로 집중할 수 있는 홍보와 마케팅 자원은 늘어나고, ‘브런치 대상’이라는 명칭의 희소성과 인지도도 높일 수 있다.

카카오도 개편 취지를 설명하며 단순히 수상작 숫자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상의 무게’를 바꾸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동안 매년 10편의 수상작을 배출했지만 작품마다 독자에게 주목받는 정도에 차이가 있었던 만큼, 플랫폼이 끝까지 책임지고 알릴 수 있는 규모로 선정 작품을 압축하겠다는 것이다.

심사 방식도 달라진다. 과거에는 출간을 담당할 제휴 출판사가 직접 대상작을 선택했지만 앞으로는 브런치가 공모전의 방향을 정하고 출판 생태계의 외부 전문가로 예심과 본심 심사위원단을 구성한다. 예심과 본심은 서로 다른 심사위원들이 맡으며 최종 수상작 발표와 함께 본심 심사위원과 심사평도 공개한다.

이러한 변화는 브런치가 단순히 원고와 출판사를 연결하는 중개 플랫폼에서 작품을 평가하고 독자에게 추천하는 큐레이터로 역할을 확장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많은 작품이 플랫폼에 올라오는 것만으로는 창작 생태계가 작동하기 어렵고, 신뢰할 수 있는 기준으로 좋은 작품을 선별하는 과정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출판사의 역할도 조정된다. 기존에는 심사에 참여한 출판사가 선택한 작품을 해당 출판사와 바로 계약하는 1대1 매칭 방식이었다. 올해부터는 브런치가 수상작뿐 아니라 부문별 최종 후보작까지 여러 제휴 출판사에 소개한다.

출판사들은 관심 있는 작가에게 출간 조건을 제안하고 작가는 여러 제안을 비교해 자신의 작품을 가장 잘 이해하는 출판사를 선택할 수 있다. 지금까지 출판사가 원고와 작가를 선택하는 구조였다면 앞으로는 선택받은 작가도 자신과 함께할 출판사를 고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만 수상작이라고 해서 출간이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여러 출판사로부터 제안을 받을 가능성은 커지지만 출간 제안이 없거나 계약 조건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작가의 선택권이 확대되는 동시에 출간의 불확실성도 높아지는 구조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플랫폼이 수상 발표에 그치지 않고 출판사 설명회와 계약 자문, 편집 방향 협의, 출간 이후 홍보까지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공모전의 성과도 응모작 수나 경쟁률보다 실제 출간율과 판매량, 독자 평가, 수상 작가의 후속 집필 활동으로 평가해야 한다.

독서율 하락이 모든 세대와 매체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2025년 조사에서 20대의 연간 종합독서율은 75.3%로 전체 성인 평균보다 크게 높았다. 특히 20대 전자책 독서율은 59.4%로 종이책 독서율 45.1%를 앞섰다.

이는 젊은 세대가 글을 읽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모바일과 전자책, 오디오북 등 새로운 방식으로 텍스트를 소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브런치 같은 플랫폼은 글의 연재와 구독, 독자 반응, 종이책과 전자책 출간을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변화한 독서 습관에 대응할 잠재력이 있다.

앞으로 출판 플랫폼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글을 보유했는지보다 독자가 자신의 관심과 상황에 맞는 작품을 얼마나 쉽게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느냐에 달릴 가능성이 크다. 편집자의 추천과 독자 평가, 주제별 큐레이션, 개인화 추천, 독서모임과 작가와의 대화 등이 출간 이후의 핵심 기능으로 부상할 수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확산은 이러한 선별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전망이다. 짧은 시간에 대량의 원고를 작성할 수 있게 되면서 공모전과 출판 플랫폼에 제출되는 작품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심사 기준의 투명성과 AI 활용 범위, 인간 창작자의 기여도를 어떻게 확인할 것인지도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작품이 많아졌다고 좋은 책을 만날 가능성이 자동으로 커지는 것은 아니다. 지나치게 많은 선택지는 오히려 독자가 무엇을 읽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 창작의 문턱이 낮아질수록 신뢰할 수 있는 심사와 추천, 편집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반대로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면 특정한 문체와 소재, 대중성이 반복적으로 선택될 위험도 있다. 수상작을 소수로 줄이는 과정에서 실험적인 글이나 소수자의 이야기, 당장의 판매 가능성은 낮지만 사회적 가치가 있는 작품이 배제되지 않도록 심사위원 구성과 평가 기준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제14회 브런치 공모전의 진정한 성과는 네 편의 수상작을 선정하는 데 있지 않다. 1만편이 넘는 원고 속에서 발견한 작품을 실제 독자에게 전달하고, 작가가 다음 작품을 계속 쓸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 있다.

쓰는 사람이 늘고 읽는 사람이 줄어드는 시대에는 출간 자체가 결승점이 될 수 없다. 좋은 글을 발견하고 적합한 출판사를 연결하며, 독자가 그 책을 선택하고 끝까지 읽도록 돕는 전체 과정이 하나의 출판 생태계로 작동해야 한다.

브런치의 이번 개편은 창작 기회 확대에 집중했던 플랫폼이 이제 독자의 관심과 신뢰를 확보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 가장 부족한 것은 원고가 아니라 독자의 시간이다. 앞으로 출판 플랫폼의 가치는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작가라는 이름을 붙여줬는지보다 그들의 이야기를 얼마나 오래 살아남게 했는지에 따라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더 좋은 미래를 위한 콘텐츠 플랫폼 – <굿퓨처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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