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테크

삼성전자, HBM5보다 최대 8배 빠른 ‘zHBM’ 공개…차세대 AI 메모리 승부수

  • AI 가속기 위에 HBM 수직 적층…성능 최대 8배·전력효율 최대 3배 향상
  • 온디바이스 AI용 ‘zNAND-O’와 400단 이상 10세대 V낸드도 업계 최초 공개
  •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 결합한 원스톱 역량으로 AI 반도체 주도권 강화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가속기 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수직으로 쌓는 차세대 3차원 메모리 ‘zHBM’을 처음 공개했다. 기존 HBM의 배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 데이터 이동 거리를 줄이고 성능과 전력효율을 크게 높인 기술로, 포스트 HBM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새로운 승부수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 최대 메모리·스토리지 행사 ‘FMS 2026’에서 차세대 3D 메모리 아키텍처인 zHBM과 고성능 낸드 솔루션 ‘zNAND-O’의 목업을 업계 최초로 공개했다고 5일 밝혔다.

zHBM은 기존처럼 AI 가속기 옆에 HBM을 배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가속기 상단에 메모리를 수직으로 적층하는 구조다. 프로세서와 메모리 사이의 물리적 거리를 줄여 데이터 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연과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zHBM 기반의 차세대 인터페이스 시스템은 8세대 HBM인 HBM5와 비교해 성능을 최대 8배 높일 수 있다. 전력 대비 성능은 최대 3배 향상되고 열저항은 절반 이하로 낮아져, 대규모 AI 모델을 학습하고 추론하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초고속 데이터 처리와 발열 관리 능력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다.

현재 AI 반도체 시스템은 그래픽처리장치나 AI 가속기 주변에 여러 개의 HBM을 배치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AI 모델의 규모와 연산량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데이터 이동 속도와 전력 사용량, 발열 문제가 시스템 성능을 제한하는 주요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zHBM은 메모리를 가속기 바로 위에 쌓아 데이터 이동 거리를 단축함으로써 이러한 병목을 줄이는 기술이다. 단순히 HBM 자체의 속도를 높이는 것을 넘어 가속기와 메모리, 패키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 설계하는 방향으로 AI 반도체 경쟁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삼성전자는 zHBM을 고객 맞춤형 3D 메모리 구조로 개발할 계획이다. 메모리와 AI 가속기 사이에 배치되는 인터레이어에 고객사가 요구하는 설계자산을 적용해 메모리 용량을 확대하거나 가속기의 일부 기능을 보완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AI 프로세서 업체와 공동으로 가속기와 메모리 구조를 최적화하고, 고객별 시스템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제품 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향후 AI 메모리 시장에서는 범용 제품의 성능뿐 아니라 고객사의 가속기 구조에 맞춰 설계하는 맞춤형 역량이 핵심 경쟁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도 새로운 3D 적층 기술을 공개했다. 차세대 고성능 낸드 솔루션인 ‘zNAND-O’는 기존 V낸드의 수직 적층 기술에 실리콘관통전극 기술을 결합해 낸드 칩 4개 또는 8개를 수직으로 쌓는 구조다.

제품명에 포함된 ‘O’는 온디바이스 AI 환경에 최적화됐다는 의미다. 한정된 기기 내부 공간에서 데이터 저장 용량과 로딩 대역폭을 높이고 응답 시간을 줄여 스마트폰, 개인용 컴퓨터, 로봇, 자동차 등에서 AI를 직접 구동하는 환경을 겨냥했다.

생성형 AI가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스마트 기기와 자동차, 산업용 장비로 확산하면서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불러오는 고성능 낸드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zNAND-O는 기존 저장장치의 역할을 넘어 AI 연산을 보조하는 고속 데이터 공급 장치로 낸드의 활용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행사에서 업계 최초로 400단 이상 적층한 10세대 V낸드 ‘V10 BV-NAND’도 공개했다. 전작인 286단 9세대 제품 이후 300단대를 건너뛰고 400단 이상 제품을 선보이며 초고적층 낸드 경쟁에서도 기술적 도약을 제시했다.

V10 BV-NAND는 데이터가 저장되는 셀 영역과 주변 회로를 각각 제작한 뒤 수직으로 접합하는 본딩 버티컬 구조를 적용했다. 웨이퍼 본딩과 3스택 공정을 활용해 적층 단수가 높아질수록 커지는 공정 난도와 칩 두께 문제에 대응하도록 설계됐다.

집적도는 이전 세대보다 약 58% 향상됐다. 같은 면적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으며 읽기·쓰기 성능과 입출력 속도도 개선해 AI 데이터센터와 고성능·고용량 기업용 저장장치 시장을 겨냥했다.

삼성전자는 zHBM과 zNAND-O, V10 BV-NAND 외에도 HBM4E와 HBM5, 메모리 내부에 연산 기능을 적용한 LPDDR5X-PIM, 차세대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을 전시했다. AI 클라우드부터 엣지·온디바이스 환경까지 아우르는 메모리와 스토리지 포트폴리오를 제시한 것이다.

특히 HBM5에는 메모리 내부의 열을 외부로 빠르게 전달하는 ‘히트 패스 블록’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나노 공정 기반의 베이스 다이와 새로운 열관리 기술을 통해 HBM4E보다 성능을 약 2배 높이고 열저항은 20%가량 낮추는 것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이번 발표는 AI 메모리 경쟁의 중심이 단순한 적층 단수와 대역폭 확대에서 시스템 전체의 구조 혁신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가속기와 메모리를 수직으로 통합하고, 낸드까지 3차원으로 적층하는 기술은 반도체 설계와 제조, 패키징 사이의 경계를 빠르게 허물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을 함께 제공할 수 있는 종합반도체 기업의 강점을 활용해 고객사의 AI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까지 지원한다는 전략이다. 가속기와 메모리, 패키징을 동시에 최적화해 개발 기간을 줄이고 성능과 전력효율을 높이는 원스톱 솔루션을 차세대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AI 반도체 시장에서는 향후 HBM뿐 아니라 고성능 낸드와 기업용 SSD, 첨단 패키징을 포함한 종합적인 기술 역량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zHBM을 비롯한 차세대 기술을 선제적으로 공개한 것도 AI 메모리의 세대 전환 과정에서 기술 표준과 고객 생태계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더 좋은 미래를 위한 콘텐츠 플랫폼 – <굿퓨처데일리>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