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메모리, 웨이모 자율주행 두뇌에 탑재…‘움직이는 AI 서버’ 시장 공략
- 웨이모 차세대 자율주행 컴퓨팅 플랫폼에 차량용 메모리 공급
- 센서 데이터 실시간 처리 늘며 고성능·저전력 메모리 중요성 확대
- 파운드리·첨단 패키징 협력은 가능성 단계…차량용 반도체 종합 경쟁력 시험대
삼성전자의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가 구글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의 차세대 완전자율주행 컴퓨팅 플랫폼에 탑재된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데이터센터를 넘어 자동차로 확산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로보택시와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기반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웨이모의 완전자율주행 시스템 ‘웨이모 드라이버’에 적용되는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에 차량용 메모리 솔루션을 공급한다. 웨이모는 최근 삼성전자와 AMD, 마이크론, 엔비디아, 샌디스크, TSMC 등을 차세대 시스템 협력사로 공개했다.
웨이모가 자체 설계한 5나노미터 주문형반도체(ASIC)는 차량에 장착된 카메라와 라이다, 레이더에서 들어오는 방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처리한다. 머신러닝 연산 성능은 1000TOPS 이상으로 알려졌다. 자동차가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보행자와 다른 차량의 움직임을 예측한 뒤 주행 경로를 결정하려면 연산장치뿐 아니라 데이터를 빠르게 전달하고 저장하는 고성능 메모리가 필수적이다.
이번 공급의 의미는 단순히 차량 한 대에 메모리 반도체가 추가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완전자율주행차는 여러 센서가 생성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AI 모델을 구동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도로 위를 달리는 AI 서버’에 가깝다. 자율주행 수준이 높아질수록 차량 한 대에 필요한 메모리의 용량과 대역폭도 함께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기존 자동차용 메모리는 내비게이션과 오디오 등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중심으로 사용됐다. 최근에는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운전자 상태 감지, 차량용 AI 비서, 자율주행 컴퓨팅으로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자동차의 경쟁력을 엔진과 기계장치뿐 아니라 반도체와 소프트웨어가 좌우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변화에 맞춰 차량용 저전력 D램과 낸드플래시 기반 저장장치 제품군을 확대해왔다. 차량용 LPDDR5X는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면서 전력 소비를 낮추는 역할을 하고, UFS는 지도와 주행 정보, AI 모델 등 각종 데이터를 저장한다. 삼성전자는 온디바이스 AI에 최적화한 UFS 5.0을 개발하고 연말 양산을 추진하는 등 차량용 저장장치의 성능 고도화에도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에는 웨이모라는 대표적인 자율주행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로보택시는 개인용 자동차보다 운행 시간이 길고 지속해서 주변 데이터를 처리해야 한다. 이에 따라 성능뿐 아니라 내구성과 전력 효율, 장기 공급 능력이 요구된다. 웨이모 공급 경험을 확보하면 향후 완성차 업체와 자율주행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차량용 메모리 사업을 확대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을 모두 보유한 종합반도체 기업이라는 점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차량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를 공급하고 있으며, 5나노 기반 차량용 파운드리 공정 ‘SF5A’를 통해 ADAS와 자율주행용 반도체 수주를 추진하고 있다.
웨이모가 자체 반도체 개발을 확대하면 설계된 칩을 생산하고 메모리와 연결하는 파운드리·패키징 수요도 커질 수 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공급을 계기로 협력을 넓힐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다만 현재 확인된 협력 범위는 차량용 메모리 공급이며, 파운드리와 첨단 패키징 계약은 아직 확정된 사실이 아닌 향후 가능성으로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특성도 넘어야 할 과제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극심한 온도 변화와 진동을 견뎌야 하고 장기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제품 인증과 고객사 검증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데다 완성차 업체들이 공급망 안정성을 위해 복수 업체를 활용할 가능성도 크다. 웨이모 공급이 실제 매출 확대와 후속 수주로 얼마나 이어지는지가 향후 평가의 기준이 될 전망이다.
자율주행 시대의 반도체 경쟁은 연산장치 하나의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센서에서 들어온 정보를 처리하는 프로세서, 데이터를 전달하고 저장하는 메모리, 여러 반도체를 하나로 연결하는 첨단 패키징, 차량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게 하는 소프트웨어가 하나의 생태계로 결합돼야 한다.
삼성전자의 웨이모 메모리 공급은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이 같은 종합 역량을 시험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앞으로 협력이 메모리를 넘어 파운드리와 패키징으로 확대된다면 삼성전자는 자율주행차 부품 공급사를 넘어 차세대 차량용 AI 컴퓨팅 생태계의 핵심 파트너로 도약할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더 좋은 미래를 위한 콘텐츠 플랫폼 – <굿퓨처데일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