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끝의 환상부터 세대 잇는 웃음까지…수원·부산 물들이는 공연축제
- ‘2026 경기발레페스타’ 26~27일 개최…민간발레단 6곳 다채로운 무대
-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30일까지…9개국 52개 팀 부산 전역서 공연
- 발레의 새로운 가능성과 한국 코미디의 유산 잇는 지역 문화축제
정교한 몸짓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발레와 관객의 웃음으로 완성되는 코미디가 8월의 수원과 부산을 공연예술의 무대로 바꾸고 있다. 장르는 서로 다르지만 오랜 전통을 오늘의 감각으로 재해석하고 시민들이 공연을 가까이에서 경험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두 축제는 닮아 있다.
국내 민간발레단들의 다양한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2026 경기발레페스타’가 오는 26일부터 27일까지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다.
발레STP협동조합이 주최·주관하고 경기문화재단이 후원하는 이번 행사는 올해로 2회를 맞았다. 서울발레시어터, SEO(서)발레단, 와이즈발레단, 정형일 발레크리에이티브, 댄스시어터샤하르, 윤별발레컴퍼니 등 민간발레단 6곳이 참여해 클래식 발레부터 컨템포러리 작품까지 폭넓은 무대를 선보인다.
첫날인 26일에는 서울발레시어터의 ‘피에스타’가 현대인의 고단한 일상과 예술이 전하는 위로를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풀어낸다. 댄스시어터샤하르는 ‘지젤이 지그프리트를 만났을 때’를 통해 고전 발레 ‘지젤’과 ‘백조의 호수’를 새로운 시선으로 재구성한다.
윤별발레컴퍼니는 클래식 발레의 대표 레퍼토리인 ‘돈키호테 그랑 파드되’를 무대에 올린다. 발레리나의 32회전 푸에테와 남성 무용수의 힘찬 도약 등 고난도 기술을 통해 클래식 발레 특유의 화려함을 보여줄 예정이다.
27일에는 와이즈발레단이 쇼팽의 선율에 맞춰 시인과 요정들의 몽환적인 세계를 그린 ‘레 실피드’를 선보인다. SEO발레단의 ‘프렐류드 세레나데’는 비트박스와 힙합, 클래식 음악을 결합해 정형화된 발레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다.
축제의 마지막은 정형일 발레크리에이티브의 ‘제7의 포지션’이 장식한다. 발레가 지나온 약 300년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기존의 여섯 가지 기본 포지션을 넘어 발레가 앞으로 나아갈 새로운 방향과 가능성을 탐색하는 작품이다.
공연 시작 전 대극장 로비에서는 궁정발레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로얄 발레 포토타임’도 진행된다. 공연은 48개월 이상 관람할 수 있으며 양일 모두 오후 7시30분부터 중간 휴식 없이 75분간 이어진다. 전석 무료로 온오프믹스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수원에서 발레가 고전과 미래를 잇는다면 부산에서는 한국 코미디의 역사를 되새기고 새로운 웃음을 발견하는 축제가 펼쳐지고 있다.
제14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BICF·부코페)은 지난 21일 개막해 오는 30일까지 부산 전역에서 열린다. 아시아 최초의 국제 코미디 축제로 출발한 부코페에는 올해 9개국 52개 팀이 참여해 토크쇼와 공개 코미디, 마술, 무언극, 거리예술 등 다양한 공연을 선보인다.
올해 축제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한국 코미디의 기틀을 세운 고(故) 구봉서와 전유성을 기리는 헌정무대다. 구봉서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김학래·이용식 대환장 토크쇼’는 고인의 일대기를 담은 영상과 후배 코미디언들의 이야기로 한국 코미디의 황금기를 돌아봤다.
김학래와 이용식은 구봉서와 함께 활동했던 시절의 일화를 유쾌하게 풀어냈고, 구봉서의 두 아들과 김준호 부코페 집행위원장, 김대희 이사도 현장을 찾아 의미를 더했다. 한 시대를 웃긴 코미디언의 삶을 후배와 가족, 관객이 함께 기억하는 무대로 꾸며졌다.
전유성 1주기를 기린 ‘전유성 없는 전유성 쇼’에서는 이홍렬과 신봉선, 김신영, 졸탄 등이 토크와 콩트, 노래를 통해 고인의 독창적인 발상과 실험정신을 되살렸다. 전유성이 아꼈던 캐릭터 ‘둘째 이모 김다비’로 분한 김신영은 노래와 퍼포먼스로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개그콘서트’ 공연에서는 ‘거울남녀’, ‘전부노래자랑’, ‘썽난 사람들’, ‘심곡파출소’ 등 인기 코너들이 관객을 만났다. 세계 정상급 마술사들이 참여한 ‘더블’은 마술과 코미디, 관객 참여를 결합하며 장르의 경계를 넓혔다.
축제 기간 해운대 구남로에서는 국내외 공연팀이 참여하는 ‘코미디 스트리트’가 펼쳐진다. 부산항 크루즈 선착장과 유라리광장, 다대포 해변공원 등에서는 시민을 직접 찾아가는 ‘코미디 오픈콘서트’도 이어진다. 오는 30일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열리는 폐막식에서는 개그와 노래를 결합한 ‘나는개가수다’가 축제의 대미를 장식한다.
경기발레페스타와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은 대형 공연장이 밀집한 서울을 벗어나 지역 시민에게 다양한 공연예술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한쪽은 민간발레단의 창작 작품과 고전 레퍼토리를 한 무대에 모으고, 다른 한쪽은 국내외 코미디와 거리공연을 도시 곳곳으로 확장한다.
발레는 고전적인 아름다움 위에 힙합과 비트박스, 현대적인 움직임을 더하고 있다. 코미디는 원로 예술인의 유산을 후배들의 새로운 무대로 이어간다. 공연예술의 전통은 기록 속에만 남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창작자와 관객을 만날 때 다시 생명력을 얻는다.
수원의 발끝과 부산의 웃음이 보여주는 것도 공연예술의 이러한 힘이다. 서로 다른 세대와 장르, 지역을 연결하는 두 축제가 시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넓히는 동시에 국내 공연예술의 다음 무대를 준비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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