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무형유산, 보존을 넘어 오늘의 공예로…30인의 ‘길을 잇고, 길을 짓다’
- 침선장·옥장·매듭장 등 12개 종목 이수자 작품 53점 전시
- 전통에 충실한 작품과 현대적 감각으로 확장한 공예 한자리에
- 10월 1~10일 서울 서촌 유스퀘이크…무료 관람
스승에게 배운 전통기술을 이어가면서 동시대의 생활과 감각에 맞는 새로운 공예의 길을 모색해 온 국가무형유산 이수자들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인다. 완성된 공예품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무형유산이 사람의 손과 생각을 거쳐 어떻게 다음 시대로 전해지는지 살펴볼 수 있는 전시다.
국가유산청과 국가유산진흥원은 10월 1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서촌 유스퀘이크 B동에서 2026년 국가무형유산 이수자 작품 기획전시 ‘길(道)을 잇고, 길(吉)을 짓다’를 개최한다.
전시에는 공모로 선정된 전통기술 분야 12개 종목 이수자 30명이 참여해 30종 53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침선장과 옥장, 매듭장, 소목장, 옹기장, 자수장 등 서로 다른 재료와 기법을 다루는 전승공예 작품을 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 제목의 ‘길’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겼다. 스승에게 배운 기술과 정신을 이어가는 길 도(道)와 전통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가는 길할 길(吉)이다. 전통을 과거의 형태로만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삶과 연결하고 다음 세대가 걸어갈 길을 만든다는 취지다.
전시는 크게 전통의 재료와 기법, 형태를 충실히 계승한 이수자 10인의 작품과 전통기술을 현대적으로 확장한 이수자 20인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같은 전승 체계 안에서도 원형을 지키는 작업과 새로운 표현을 시도하는 작업을 함께 배치해 무형유산이 이어지는 다양한 방식을 보여준다.
침선장 이수자 한미정의 ‘녹원삼’은 좋은 일을 기원하는 나비 문양을 담은 전통 예복이다. 매듭장 이수자 이예다의 ‘방울술삼작노리개’에서는 오랜 시간 반복해 다듬은 매듭 기법을 살펴볼 수 있다. 옥장 이수자 조상옥은 ‘내재적 공간’을 통해 옥이라는 전통 재료에 현대적인 조형 감각을 더했다.
소목장 이수자 김동규의 ‘연(硯)의 자리’는 전통 목가구 기법을 오늘의 공간과 연결하고, 옹기장 이수자 김창호의 ‘질푸레단지’는 흙과 불로 완성되는 옹기의 생활성을 되짚는다. 자수장 이수자 노현민의 ‘창해’는 전통 자수기법을 바탕으로 넓은 바다의 이미지를 창의적으로 표현한다.

전시장 3층에는 작품뿐 아니라 이수자의 삶과 전승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된다. 역대 기획전시를 살펴보는 아카이브존과 이수자들의 생각을 담은 질의응답 카드, 관람객이 작품 이미지를 활용해 새로운 공예품을 구성해 보는 콜라주 체험 등이 운영된다.
국가무형유산은 형태가 남는 건축물이나 유물과 달리 기술을 익힌 사람이 활동을 이어가야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승의 성과는 기술을 정확히 재현하는 능력뿐 아니라 작품을 만들고 전시하며 대중과 만나는 지속적인 활동으로 이어질 때 더욱 분명해진다.
특히 이수자는 보유자와 전수교육생을 잇는 전승 현장의 핵심 인력이다. 이들이 안정적으로 작품을 제작하고 새로운 수요와 만날 기회가 부족하면 숙련된 기술도 사회와의 접점을 잃을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전통공예를 보호해야 할 유산으로만 제시하지 않고, 오늘의 창작과 생활문화로 확장할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시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휴일 없이 운영되며 관람료는 무료다. 개막행사는 10월 1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전시 작품들은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 세계국가유산산업전’에서도 먼저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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