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AI로 ‘색의 오차’ 줄인다…도료 조색도 데이터 경쟁
- ‘스마트 3.0’, 수성·유성·특수도료 달라도 일관된 색감 구현
- 수만 가지 조합·발색 데이터 학습해 제품별 최적 배합비 산출
- 인테리어 완성도부터 기업 아이덴티티·대리점 현장 대응력까지 향상
인공지능(AI)이 사람이 눈으로 색을 비교하고 경험에 따라 안료를 배합하던 조색 작업까지 바꾸고 있다. 서로 다른 종류의 페인트를 사용하면서 발생하던 미세한 색상 차이를 AI와 빅데이터로 줄이면서 도료산업의 경쟁력도 색상 수에서 정밀한 품질관리 능력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KCC는 AI 기반 초정밀 컬러 매칭 기술을 적용한 조색 시스템 ‘KCC 스마트 3.0’을 공개했다고 27일 밝혔다. 수성과 유성, 특수도료처럼 성질이 다른 제품을 함께 사용하더라도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의 색상 일치도를 구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같은 컬러번호가 적힌 페인트라도 실제 시공 결과가 언제나 같은 것은 아니다. 도료에 사용되는 원료와 광택, 건조 방식, 빛을 반사하는 특성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벽면에는 수성도료를 바르고 문틀이나 몰딩에는 유성도료를 사용하는 경우 경계 부분에서 미세한 색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색상 차이가 크지 않더라도 넓은 벽면이나 조명이 강한 상업 공간에서는 예상보다 쉽게 드러난다. 고급 주택과 호텔, 매장, 기업 사옥처럼 공간 전체의 색상 통일성이 중요한 현장에서는 작은 편차도 시공 완성도와 고객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KCC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만 가지 도료 조합과 제품별 발색 데이터를 축적했다. AI는 특정 도료에서 구현된 색상을 기준으로 삼은 뒤 다른 제품의 원료와 광택, 발색 특성을 분석해 가장 유사한 색이 나오도록 배합 비율을 조정한다.
단순히 하나의 표준 조색표를 모든 제품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마다 다른 특성을 반영해 별도의 조색 레시피를 만드는 방식이다. KCC는 이를 제품 간 색상 편차를 줄이는 ‘상대적 조색 최적화’ 기술로 설명했다.
스마트 3.0을 활용하면 벽과 천장, 몰딩, 문틀 등 서로 다른 소재와 도료가 적용되는 공간에서도 색상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심리스 디자인을 구현하기 쉬워진다. 현장에서 색이 맞지 않아 도료를 다시 배합하거나 재시공하는 작업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의 브랜드 컬러를 건물 전체에 적용할 때도 활용도가 높다. 외벽에는 내후성이 강한 도료를 사용하고 내부에는 친환경 수성도료를 적용하더라도 색감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어 기업 로고와 공간 디자인에 사용되는 고유 색상을 보다 정교하게 표현할 수 있다.
이번 시스템은 AI가 화려한 결과물을 새로 만들어내는 대신 기존 산업현장의 작은 오차를 줄이는 데 활용된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소비자가 알아차리기 어려웠던 미세한 품질 차이를 데이터로 관리하고, 숙련자의 경험에 의존하던 작업을 일정한 공정으로 전환하는 산업 AI의 특성을 보여준다.
KCC의 조색 기술은 단계적으로 발전해왔다. 스마트 1.0은 국내 주요 컬러북에 수록된 색상을 정확하게 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스마트 2.0은 디지털 측색기로 가구와 옷, 소품 등 일상에서 발견한 색을 측정해 페인트로 구현하는 수준으로 활용 범위를 넓혔다.
스마트 3.0은 원하는 색을 만드는 단계를 넘어 서로 다른 제품군에서 그 색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조색 기술의 목표가 ‘색상 재현’에서 ‘제품 간 품질 통일’로 진화한 셈이다.
대리점의 현장 대응력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객이 특정 색상을 요청했을 때 도료 종류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차이를 미리 계산해 조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업자의 숙련도에 따른 편차를 줄이고 재조색과 반품, 현장 재방문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조색 시스템의 신뢰도를 높이려면 실제 시공 환경에서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축적해야 한다. 같은 도료도 바탕 소재와 도포 두께, 건조 온도, 습도, 조명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어 실험실의 배합 결과를 다양한 현장 조건에서 검증하고 보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KCC는 스마트 3.0을 통해 대리점의 전문성과 영업 경쟁력을 높이고, 고객에게 보다 정밀한 컬러 경험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현장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반영한다면 조색뿐 아니라 필요한 도료량 예측과 불량 가능성 분석, 시공 후 색상 변화 관리까지 적용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페인트산업에서 색은 감각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지만 이제는 측정하고 학습하며 최적화할 수 있는 데이터가 되고 있다. KCC 스마트 3.0은 AI가 제조와 건설 현장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오차를 줄이고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실용적인 도구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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