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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ASML과 12인치 마스크 동맹…D램 미세화 ‘차세대 표준’ 선점 나서

  • 하이-NA EUV 정밀도 높지만 노광 면적 줄어…대형 마스크로 제약 완화
  • 2028년 첨단 D램 제조에 차세대 장비 적용 추진…AI 메모리 경쟁력 강화
  • 장비 가격·수율·마스크 생태계 완성도가 양산 경쟁력 좌우

삼성전자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주도하는 ‘대형 마스크 컨소시엄’에 참여한다. 현재 반도체 노광 공정의 표준인 6인치 포토마스크를 12인치로 확대하기 위한 공동 연구와 표준 개발에 나서는 한편, 2028년 첨단 D램 제조에 하이-NA 극자외선(EUV) 장비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협력은 삼성전자가 단순히 차세대 장비를 구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반도체 제조 표준을 만드는 과정에 직접 참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세공정 경쟁이 장비 한 대의 성능보다 포토마스크와 소재, 검사·보정 장비, 공정 운영 기술이 맞물리는 종합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포토마스크는 반도체 회로 패턴이 정밀하게 새겨진 일종의 ‘틀’이다. 노광장비가 빛을 이용해 마스크의 회로를 웨이퍼에 옮겨 새기기 때문에 포토마스크의 정밀도와 결함 관리 능력은 반도체 성능과 수율을 좌우한다.

하이-NA EUV는 렌즈가 빛을 모으는 능력을 나타내는 개구수(NA)를 기존 EUV 장비의 0.33에서 0.55로 높인 차세대 노광장비다. 기존보다 미세한 회로를 구현할 수 있어 첨단 D램과 시스템반도체의 미세화 한계를 연장할 핵심 기술로 꼽힌다.

다만 정밀도가 높아진 대신 현재의 6인치 포토마스크를 사용하면 한 번에 노광할 수 있는 면적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한다. 면적이 큰 회로를 여러 구역으로 나눠 새긴 뒤 연결하는 ‘다이 스티칭’ 공정이 필요해지면 생산 기간이 길어지고 회로를 맞붙이는 과정에서 오차나 불량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

12인치 포토마스크는 이러한 제약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다. 한 번에 더 넓은 영역을 노광할 수 있게 되면 공정 횟수와 재작업을 줄이고 장비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칩 제조원가를 낮출 여지가 생긴다. 회로가 복잡하고 면적이 큰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용 반도체일수록 대형 마스크 도입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컨소시엄에 조기에 합류한 것은 기술 규격이 확정되기 전부터 자사의 공정 요구사항을 반영하고 관련 경험을 축적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협의체에는 TSMC와 인텔 등 주요 반도체 기업도 참여하며 SK하이닉스 역시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차세대 노광 기술 경쟁이 개별 기업의 연구개발을 넘어 산업 표준 경쟁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2028년 하이-NA EUV를 첨단 D램 제조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보다 미세한 회로를 구현하면서 공정 단계를 줄일 수 있다면 같은 면적의 웨이퍼에서 더 많은 칩을 생산하고 D램의 성능과 전력 효율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AI용 메모리 경쟁과도 맞닿아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성능을 높이려면 적층과 첨단 패키징 기술뿐 아니라 기반이 되는 D램 칩의 집적도와 전력 효율도 함께 개선해야 한다. 하이-NA EUV는 삼성전자가 D램 미세화 속도를 높이고 차세대 HBM에 적용할 메모리 경쟁력을 강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다만 2028년 하이-NA EUV 도입 계획과 12인치 포토마스크의 본격적인 상용화는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대형 마스크는 마스크 기판과 패턴 작성 장비, 결함 검사·수리 기술, 보호막, 운송 시스템 등 공급망 전반의 규격을 바꿔야 하는 장기 프로젝트다.

삼성전자는 우선 하이-NA EUV의 D램 적용 경험을 확보하면서 대형 마스크 표준 개발에도 참여하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초기 양산 경험을 통해 확보한 공정 데이터와 운영 기술을 향후 12인치 마스크 시대의 경쟁력으로 연결하려는 것이다.

경제성도 넘어야 할 과제다. 하이-NA EUV 장비는 대당 가격이 최대 4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가 장비를 도입하더라도 가동률과 수율이 충분히 올라오지 않으면 감가상각 부담이 커져 칩 제조원가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 공정 단축으로 절감되는 비용이 신규 장비와 기반시설 투자비를 얼마나 상쇄할지가 실제 도입 속도를 결정할 전망이다.

국내 반도체 소재·장비업계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대형 마스크 전환이 본격화하면 마스크 소재와 검사·세정·보정 장비, 공정 제어 소프트웨어 등에서 신규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핵심 장비와 소재에 대한 해외 의존이 이어질 경우 최첨단 공정 투자가 국내 공급망 경쟁력 확대로 연결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앞으로 삼성전자의 성과는 하이-NA EUV 장비를 먼저 도입하는 것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양산 현장에서 안정적인 수율과 생산성을 확보하고 이를 D램과 HBM의 성능·원가 경쟁력으로 연결해야 기술 선점의 의미가 완성된다.

12인치 포토마스크 역시 당장 생산라인을 바꾸는 기술이라기보다 2030년대 반도체 제조 방식을 준비하는 기반에 가깝다. 삼성전자가 ASML과의 협력을 통해 표준화 단계부터 영향력을 확보하고 2028년 D램 적용 과정에서 축적한 경험을 대형 마스크 시대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가 차세대 메모리 경쟁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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