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의료 AI ‘연구’에서 ‘사업’으로…10월 전담조직 출범
- 테크비즈니스 부문 산하 헬스케어 조직 신설…세나클 공동대표가 지휘
- 클라우드 EMR에 AI·검색·예약 결합…진료 전후 잇는 플랫폼 구상
- 의료 데이터 보호·AI 답변 신뢰성·수익모델 확보가 사업화 관건
네이버가 디지털 헬스케어 전담 조직을 신설하며 의료 인공지능(AI) 사업을 본격적인 사업화 단계로 끌어올린다. 의료 특화 AI 모델을 개발하는 데 머물지 않고 검색과 병원 예약, 전자의무기록(EMR), 개인 건강관리 서비스를 연결해 이용자의 진료 전후 과정을 아우르는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오는 10월 1일 테크비즈니스 부문 산하에 디지털 헬스케어 전담 조직을 신설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조직 명칭과 책임자의 직책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설 조직은 네이버가 지난해 인수한 클라우드 EMR 기업 세나클의 위의석·박찬희 공동대표가 함께 이끌 예정이다. 의료 현장에 적용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운영해 온 두 대표가 네이버 내부에서 의료 AI와 플랫폼 서비스를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다.
세나클은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클라우드 기반 EMR 서비스 ‘오름차트’를 제공하고 있다. 병원 예약과 접수부터 진료비 청구, 처방, 환자 관리까지 의원 운영에 필요한 업무를 지원한다. 오름차트와 연동해 이용자가 본인과 가족의 진료·건강 기록을 관리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클레’도 운영하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지난해 11월 세나클에 추가 투자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이번 전담 조직 출범은 계열사 편입 이후 네이버의 AI·클라우드·플랫폼 기술과 세나클의 의료 현장 경험을 실제 서비스로 연결하기 위한 후속 조치로 볼 수 있다.
네이버가 주목하는 지점은 의료서비스 이용 과정이 여러 단계로 분절돼 있다는 점이다. 이용자는 검색을 통해 증상과 질환 정보를 확인한 뒤 별도로 의료기관을 찾고 예약한다. 병원에서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접수와 진료를 진행하며, 진료가 끝난 뒤에는 검사 결과와 처방 기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어렵다.
네이버가 보유한 검색과 지도, 예약, 인증 기술에 세나클의 EMR과 개인건강기록 서비스를 결합하면 건강정보 탐색에서 병원 선택과 예약, 진료, 사후 건강관리까지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네이버가 단순한 의료정보 제공자를 넘어 환자와 의료기관을 이어주는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을 지향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업무 지원도 중요한 사업 영역이다. AI가 진료 대화와 문진 내용을 정리하고 의무기록 작성을 보조하면 의료진이 행정업무에 투입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환자의 과거 진료·검사 기록을 요약하거나 필요한 정보를 신속하게 찾도록 지원하는 기능도 가능하다.
네이버는 의료 AI 연구 역량도 본사로 모으고 있다. 올해 3월 의료 특화 AI 모델 개발 등을 담당하던 ‘어플라이드 AI’ 그룹을 네이버클라우드에서 네이버 테크비즈니스 부문으로 이동시켰다. 기술 연구조직과 의료 현장의 사업 기반을 같은 부문 안에서 연계해 서비스 출시 속도를 높이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서울대병원과 공동 개발한 의료 특화 대규모언어모델 ‘Kmed.ai’도 네이버 의료 AI 전략의 한 축이다. 이 모델은 국내 의료법과 진료지침, 한국 의료 현장의 표현과 맥락을 반영해 의료진의 문서 작성과 정보 탐색, 판단을 보조하는 방향으로 개발됐다.
네이버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헬스 에이전트’도 선보일 계획이다. 건강검진 결과지를 대화형 AI 검색 서비스 ‘AI탭’에 올리면 주요 수치를 쉽게 설명하고 이용자에게 맞는 생활습관과 건강관리 방법을 제안하는 형태다. 장기적으로는 건강정보 검색 이후 병원 추천과 예약, 방문으로 이어지는 서비스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전담 조직 출범의 가장 큰 의미는 네이버의 의료 AI 전략이 개별 기술과 투자 단계에서 하나의 사업구조를 만드는 단계로 이동한다는 데 있다. 의료 특화 AI와 클라우드, EMR, 개인건강기록, 검색·예약 서비스를 모두 확보한 만큼 흩어진 자산을 실제 이용자가 사용하는 하나의 흐름으로 묶는 작업이 시작되는 셈이다.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은 네이버가 의료 AI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는 현실적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대형병원에 비해 전산화와 전문 인력 확보 여력이 부족한 의원에서는 진료기록 작성과 예약·접수, 보험 청구를 지원하는 클라우드형 서비스의 효용이 상대적으로 크다. 오름차트를 사용하는 의료기관이 늘어나면 네이버의 AI 서비스가 의료 현장에 적용될 접점도 함께 확대된다.
사업화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진료기록과 건강검진 결과는 민감도가 매우 높은 개인정보인 만큼 수집과 저장, AI 활용 범위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환자가 동의한 목적을 넘어 데이터를 활용하지 않도록 접근권한과 암호화, 보관·폐기 기준을 엄격하게 운영해야 한다.
생성형 AI가 부정확하거나 과도하게 단정적인 의료정보를 제공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건강관리 안내와 의료적 진단의 경계를 분명하게 설정하고, 중요한 판단은 의료진이 최종 확인하도록 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답변의 근거와 한계를 이용자에게 알리고 오류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를 정하는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
수익모델 역시 관건이다. 의료기관이 실제 비용을 지불할 만큼 행정업무를 줄이고 진료 효율을 높이는지, 일반 이용자가 건강관리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이유가 있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검색이나 예약 서비스와의 연결이 특정 의료기관에 유리하게 작동하지 않도록 추천 기준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네이버는 국내에서 방대한 이용자 접점과 AI·클라우드 기술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세나클의 의료 현장 경험이 결합하면 의료진의 업무 효율화와 환자의 이용 편의를 함께 개선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의료 분야는 이용자 수보다 정확성과 안전, 신뢰가 먼저 검증돼야 하는 시장이다.
오는 10월 출범할 전담 조직의 성과도 화려한 AI 기능의 수보다 의료기관과 환자가 실제로 겪는 불편을 얼마나 안전하게 줄였는지에 따라 평가될 전망이다. 네이버가 검색에서 시작한 이용자 접점을 신뢰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 경험으로 확장할 수 있을지가 의료 AI 사업의 성패를 가를 핵심이다.
더 좋은 미래를 위한 콘텐츠 플랫폼 – <굿퓨처데일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