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만장 ‘붉은사막’, 첫 DLC로 장기 흥행 승부…한국형 글로벌 IP 시험대
- 10월 16일 ‘미지의 여정’ 출시…항해·해저 탐험·하우징 등 콘텐츠 확장
- 본편 출시 7개월 만에 유료 DLC…600만 이용자 기반 추가 매출 기대
- 단발성 패키지 흥행 넘어 지속형 IP 도전…완성도와 과금 수용성이 관건
펄어비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600만장 이상 판매된 ‘붉은사막’의 첫 대형 유료 다운로드 콘텐츠(DLC)를 오는 10월 선보인다. 국내 게임사가 대규모 제작비를 투입한 패키지게임으로 세계 시장에 진입한 데 이어 후속 콘텐츠를 통해 장기적인 지식재산권(IP)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펄어비스는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의 온라인 쇼케이스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를 통해 붉은사막의 첫 대형 DLC ‘미지의 여정(Charting the Unknown)’을 공개했다. 출시일은 한국 시간으로 10월 16일이며 가격은 2만7800원이다.
미지의 여정은 본편에서 육지를 중심으로 펼쳐졌던 모험의 범위를 바다와 해저로 넓힌다. 이용자가 배를 직접 운항해 새로운 섬을 탐험하고 잠수 장비를 착용해 해저 유적과 보물을 찾는 콘텐츠가 추가된다. 새로운 육상·해상 적과 전투를 벌이는 요소도 포함된다.
생활형 콘텐츠도 대폭 강화된다. 주거 공간을 집에서 성 규모로 확장해 꾸밀 수 있는 하우징 시스템과 시설 운영, 논플레이어 캐릭터(NPC)에게 선물을 주고 관계를 형성하는 호감도 시스템이 도입된다. 본편의 서브 주인공인 데미안과 웅카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이야기도 펼쳐질 예정이다.
이번 DLC가 관심을 끄는 가장 큰 이유는 출시 시점이다. 붉은사막은 지난 3월 출시된 이후 83일 만에 세계 누적 판매량 600만장을 넘어섰다. 펄어비스는 출시 약 5개월 만에 스토리와 콘텐츠를 보완한 ‘인핸스드’ 버전을 공개한 데 이어 약 7개월 만에 첫 대형 유료 DLC를 투입한다.
일반적으로 대형 패키지게임의 확장팩은 본편 출시 후 상당한 개발 기간을 거쳐 등장한다. 붉은사막의 빠른 콘텐츠 공급은 출시 이후 나타난 이용자 요구에 대응하는 동시에 초기 흥행 열기가 식기 전에 관심을 다시 끌어올리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는 붉은사막을 한 차례 판매로 끝나는 패키지 상품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콘텐츠와 매출을 만들어내는 장기 IP로 육성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패키지게임은 출시 초기에 판매가 집중되고 시간이 지나면 신규 구매가 감소하는 특성이 있다. 흥행작은 DLC와 확장팩, 신규 플랫폼 출시, 할인 판매 등을 통해 이용자를 다시 불러들이고 제품 수명을 늘린다.
이미 확보한 600만명의 본편 구매자는 펄어비스가 활용할 수 있는 강력한 기반이다. 단순 계산으로 기존 구매자의 10%인 60만명이 DLC를 정가로 구매하면 총판매액은 약 167억원, 20%인 120만명이 구매하면 약 334억원에 이른다. 실제 회사에 반영되는 매출은 플랫폼 수수료와 할인, 세금 등에 따라 달라지지만 신규 게임을 처음부터 개발하는 것보다 효율적으로 추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DLC가 본편 판매를 다시 끌어올리는 효과도 기대된다. 항해와 해저 탐험, 하우징, NPC 관계 형성처럼 기존 전투 중심 이미지와 다른 콘텐츠가 알려지면 구매를 미뤘던 이용자나 생활형 게임을 선호하는 새로운 이용자층이 유입될 수 있다. 외신이 붉은사막의 라이프 시뮬레이션 요소에 주목한 것도 이러한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닌텐도 스위치2 버전도 IP 수명 연장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PC와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에서 구축한 이용자 기반을 새로운 플랫폼으로 넓히고 DLC와 본편을 묶은 상품을 선보일 경우 추가적인 판매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붉은사막의 행보는 국내 게임산업에도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그동안 국내 주요 게임사의 수익모델은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의 지속적인 아이템 판매에 집중돼 있었다. 붉은사막이 본편 판매와 대형 DLC, 신규 플랫폼 진출을 결합해 안정적인 수익을 만들어낸다면 국내에서도 글로벌 콘솔·PC 패키지게임을 장기 IP로 운영할 수 있다는 선례가 마련된다.
펄어비스가 자체 개발한 게임엔진과 오픈월드 제작 역량을 실제 사업 성과로 연결할 수 있는지도 관전 요소다. 그래픽과 전투 기술뿐 아니라 출시 이후 이용자 의견을 반영하고 일정한 속도로 양질의 콘텐츠를 공급하는 운영 역량까지 입증해야 글로벌 대형 IP와 경쟁할 수 있다.
다만 빠른 출시 속도가 반드시 장점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본편 출시 초기에 제기됐던 서사와 콘텐츠 완성도 문제가 충분히 개선됐는지, DLC가 본편에서 빠진 내용을 별도로 판매한다는 인상을 주지는 않는지가 중요하다. 2만7800원이라는 가격에 걸맞은 콘텐츠 규모와 플레이 시간을 제공하지 못하면 이용자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생활형 요소의 확대가 붉은사막 고유의 정체성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전투와 탐험을 기대한 이용자와 하우징·경영·관계 형성을 선호하는 이용자의 요구를 무리 없이 결합해야 한다. 다양한 기능을 늘리는 것보다 각각의 콘텐츠가 서로 영향을 주고 하나의 세계 안에서 작동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붉은사막의 첫 DLC는 추가 판매량만을 확인하는 상품이 아니다. 한국 게임사가 글로벌 패키지 흥행작을 출시한 뒤 이용자 공동체를 유지하고 후속 콘텐츠를 통해 수익과 브랜드 가치를 장기간 축적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첫 시험대에 가깝다.
미지의 여정이 이용자에게 가격 이상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면 붉은사막은 단발성 성공작을 넘어 펄어비스의 장기 성장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그 성과는 국내 게임산업이 모바일 중심의 수익구조를 벗어나 세계 콘솔·PC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IP 사업자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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