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유통

[유통가 지금] 뷔페는 상권 확장, 도넛은 메뉴 실험…외식매장 ‘경험 플랫폼’으로 진화

  • 아워홈 ‘테이크’, 종각 흥행 발판으로 잠실·미아사거리 잇단 출점
  • 던킨 ‘원더스’, 전통 호두과자 재해석한 제품으로 프리미엄 실험 지속
  • 고물가 속 가격 만족과 새로운 경험 동시 추구…품질 표준화가 확장 성패 좌우

국내 외식업계의 매장 전략이 달라지고 있다. 음식을 판매하는 공간을 넘어 새로운 메뉴와 서비스를 시험하고, 소비자 반응을 확인한 뒤 다른 상권과 일반 매장으로 확산하는 ‘경험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아워홈의 뷔페 브랜드 ‘테이크(TAKE)’와 SPC 비알코리아가 운영하는 던킨의 프리미엄 콘셉트 ‘원더스(Wonders)’가 대표적이다. 테이크가 대형 외식 공간의 성공 모델을 여러 상권으로 복제하는 전략이라면, 원더스는 특화 매장에서 실험적인 제품을 먼저 선보인 뒤 대중화 가능성을 검증하는 방식이다.

아워홈은 오는 11월 서울 강북구 미아사거리 와이스퀘어에 테이크 3호점을 개점한다. 매장은 302평, 290석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와이스퀘어는 지하철 4호선 미아사거리역과 연결돼 있으며 주변에 대단지 아파트가 밀집해 가족 단위 외식 수요가 풍부한 상권으로 꼽힌다.

테이크는 아워홈이 단체급식과 식자재 유통에서 축적한 메뉴 개발 및 대규모 식음 운영 역량을 소비자 대상 외식사업으로 확장하기 위해 올해 5월 선보인 뷔페 브랜드다.

서울 종각역 인근 영풍빌딩에 문을 연 1호점은 지난 8월 말까지 누적 방문객 9만명을 기록했다. 아워홈은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오는 10월 잠실 롯데월드 어드벤처에 2호점을 열고, 한 달 뒤 미아사거리에 3호점을 추가할 계획이다.

1호점 출범 후 약 6개월 만에 3호점까지 출점하는 셈이다. 종각에서 직장인과 관광객 수요를 확인한 데 이어 잠실에서는 테마파크 방문객, 미아사거리에서는 가족 고객을 공략하며 상권별 성장 가능성을 검증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테이크는 ‘글로벌 푸드 마켓’을 콘셉트로 세계 여러 나라의 음식을 한 공간에서 경험하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국가별 음식과 현장 조리, 이용자가 직접 조합하는 메뉴 등을 결합해 뷔페를 단순히 많은 음식을 제공하는 장소가 아니라 여행과 체험의 공간으로 차별화했다.

가을 시즌에는 오는 11월까지 ‘세계 골목을 따라 떠나는 가을 미식 여행’을 주제로 약 25종의 신메뉴를 운영한다. 하베스트 피칸 고구마 캐서롤과 허니 무화과 고르곤졸라 피자, 전통시장 DIY 비빔밥 등 익숙한 재료에 국가별 조리법과 체험 요소를 결합한 메뉴를 선보인다.

영풍문고와 협업한 ‘테이크 북 클럽’도 11월 10일까지 운영한다. 식사와 도서 콘텐츠를 연결해 매장을 음식 소비에만 머무르지 않는 복합문화 공간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던킨은 ‘원더스’를 신제품 개발과 소비자 반응 검증의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원더스는 던킨이 국내 진출 30주년을 맞아 선보인 프리미엄 콘셉트로, 청담점과 강남점 등에서 일반 매장과 차별화된 도넛과 음료를 먼저 소개한다.

최근에는 1934년 천안에서 출발한 전통 간식 브랜드 ‘할머니학화호도과자’와 협업해 호두과자의 맛과 이미지를 도넛으로 재해석했다. 팥앙금을 채운 ‘학화호도 먼치킨 세트’와 구운 호두·팥앙금·버터를 조합한 ‘학화호도 앙버터’를 전국 매장에 출시했다.

원더스 강남점과 청담점에서는 앙금과 백앙금, 말차, 쫀득 등으로 구성된 학화호도 먼치킨 4종과 세트를 별도로 판매한다. 전국 매장에는 대중성이 높은 핵심 제품을 공급하고, 원더스에서는 재료와 식감의 변주를 확대한 제품을 운영하는 이중 전략이다.

이번 협업은 전통 간식의 익숙함과 글로벌 도넛 브랜드의 현대적인 이미지를 결합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중장년층에게는 호두과자에 대한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젊은 소비자에게는 사진과 영상으로 공유할 만한 새로운 K디저트를 제공한다.

테이크와 원더스는 업종과 매장 규모가 다르지만 공통된 방향을 보여준다. 소비자가 일부러 찾아갈 이유가 있는 공간을 만들고, 그곳에서 새로운 메뉴와 운영 방식을 검증한 뒤 사업 전체로 확산한다는 점이다.

과거 외식 브랜드의 플래그십 매장은 브랜드 이미지를 보여주는 전시 공간의 성격이 강했다. 최근에는 신제품 개발과 판매, 소비자 조사, 콘텐츠 마케팅이 동시에 이뤄지는 실질적인 사업 거점으로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테이크는 종각점에서 검증한 글로벌 메뉴와 대규모 운영 시스템을 잠실과 미아사거리로 확장한다. 다만 모든 매장을 동일하게 복제하기보다 상권별 핵심 이용자를 고려해 메뉴와 좌석, 이용 시간, 프로모션을 조정해야 한다.

직장인 중심의 종각에서는 빠른 점심 이용과 회전율이 중요하지만, 가족 고객이 많은 미아사거리에서는 주말 수요와 단체 좌석, 어린이 메뉴와 가족 편의성이 매장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 테마파크 안에 들어서는 잠실점은 이동 동선과 짧은 체류 시간, 방문객 집중 현상에 대응할 운영 방식이 필요하다.

원더스는 소수의 특화 매장에서 제품을 시험한 뒤 반응이 확인된 메뉴를 전국 가맹점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험 비용과 실패 위험을 줄이면서도 일반 매장에 지속적으로 새로운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

실제로 원더스에서 먼저 선보였던 일부 대용량 음료와 트렌드형 디저트가 소비자 반응을 바탕으로 판매처를 확대했다. 원더스가 프리미엄 매장인 동시에 전국 던킨의 메뉴 경쟁력을 높이는 연구개발 거점으로 기능하는 구조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고물가로 달라진 소비자의 외식 기준이 있다. 소비자는 가격만 낮은 상품보다 지불한 금액 안에서 얼마나 다양한 음식과 새로운 경험을 얻을 수 있는지를 따진다.

뷔페는 정해진 가격으로 식사와 디저트, 음료를 함께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격 만족도를 제공한다. 프리미엄 도넛과 협업 제품은 비교적 부담이 적은 비용으로 새로운 유행과 브랜드 경험을 즐기게 한다.

외식기업 입장에서도 신제품 하나의 판매량보다 매장을 방문하고 사진을 찍고 온라인에서 공유하게 만드는 경험이 중요해졌다. 매장에서 형성된 화제성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하면 별도의 광고보다 강력한 브랜드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체험형 전략이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어지려면 운영의 완성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테이크처럼 메뉴가 많은 뷔페는 식재료 원가와 폐기율, 조리 인력, 혼잡 시간대의 품질 유지가 수익성을 좌우한다. 매장이 빠르게 늘어날수록 점포마다 음식의 맛과 서비스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일도 어려워진다.

던킨은 원더스에서 개발한 제품을 전국 가맹점으로 확대할 때 제조 난도와 물류, 판매되지 않은 제품의 폐기 부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화려한 비주얼과 복합적인 식감이 매력적이더라도 일반 매장에서 동일한 품질을 구현하기 어렵다면 가맹점의 운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새로움에 대한 피로도도 경계해야 한다. 소비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지나치게 크거나 자극적인 제품을 반복하면 일시적인 화제는 얻을 수 있지만 브랜드의 정체성이 흐려질 수 있다. 실험적인 메뉴와 오랫동안 판매할 대표 제품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다.

테이크와 원더스의 시도는 국내 외식시장의 경쟁 기준이 매장 수와 가격에서 콘텐츠와 경험, 제품 개발 속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형 뷔페와 도넛 매장 모두 소비자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방문 이유를 만들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향후에는 지역 특산물과 전통 식품 브랜드, 문화·관광 콘텐츠를 결합한 협업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테이크가 상권별 이야기를 메뉴와 공간에 담고, 원더스가 전통 간식을 현대적인 디저트로 재해석한다면 국내 외식 브랜드의 차별화뿐 아니라 K푸드 콘텐츠 확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결국 매장은 완성된 상품을 진열하는 마지막 유통 단계가 아니라 새로운 상품과 경험이 시작되는 실험실로 변하고 있다. 테이크와 원더스가 일시적인 화제에 머물지 않고 검증된 혁신을 다른 점포로 안정적으로 확산할 수 있을지가 외식업계의 새로운 매장 전략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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