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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억원 쏘아 올린 ‘서울의 밤’…한화 불꽃축제, 기업행사 넘어 도시 콘텐츠로

  • 100만명 여의도 운집·온라인 조회 268만회…서울 대표 가을축제로 성장
  • 전체 비용의 35%인 45억원 안전에 투입…인력 5000명·5G 관제 가동
  • 26년 장기 사회공헌의 성과…환경·혼잡·자리 상업화 해소는 남은 과제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의 밤하늘을 수놓은 불꽃을 보기 위해 약 100만명의 시민이 한강변에 모였다. 2000년 시작된 ‘한화와 함께하는 서울세계불꽃축제’는 이제 한 기업의 사회공헌 행사를 넘어 서울의 가을을 상징하는 대규모 도시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올해로 22회째를 맞은 서울세계불꽃축제에는 한국과 미국, 영국의 불꽃팀이 참여했다. 코로나19 등으로 행사를 열지 못한 기간을 제외하면 26년에 걸쳐 이어진 장기 프로젝트다.

한국 대표로 참가한 ㈜한화는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별이 빛나는 밤’에서 영감을 받은 ‘더 스타리 나이트-빛의 퍼즐’을 주제로 공연을 펼쳤다. 불안과 설렘, 슬픔과 기쁨, 절망과 희망 등 서로 다른 감정이 하나의 빛으로 완성되는 과정을 불꽃으로 표현했다.

원효대교를 중심으로 한강 양쪽에서 불꽃이 대칭으로 터지는 ‘데칼코마니’와 교량 구조물을 활용한 ‘타워불꽃’도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서울’과 ‘위 아 한화’ 등의 문구를 형상화한 불꽃과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에 맞춘 서정적인 연출도 관람객의 호응을 얻었다.

이번 축제에 투입된 비용은 약 130억원으로 한화그룹이 전액 부담했다. 이 가운데 안전관리에 사용한 금액은 45억원으로 전체 행사비의 약 35%에 달한다. 지난해 안전관리비 38억5000만원보다 약 17% 늘어난 규모다.

불꽃의 화려함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100만명 규모 행사를 떠받친 안전 운영체계다. 현장에는 한화 임직원 봉사단 1200여명을 포함해 역대 최대 규모인 약 5000명의 안전관리·질서유지 인력이 배치됐다.

서울시와 소방재난본부, 서울경찰청 등 관계기관은 종합상황실을 운영하고 여의도와 원효대교, 마포·이촌 지역의 이동 상황을 점검했다. 특정 장소에 인파가 과도하게 집중될 경우 분산을 유도할 수 있도록 구역별 관제도 강화했다.

기술도 대규모 인파 관리에 활용됐다. 통신사 데이터와 연계한 안전관리 스마트앱 ‘오렌지세이프티’로 실시간 밀집도를 확인하고, KT의 5G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을 적용한 폐쇄회로(CC)TV 통합관제 시스템으로 통신량이 급증한 상황에서도 현장 영상을 전송했다.

이는 대규모 축제의 안전관리가 경험과 인력에만 의존하는 단계에서 데이터와 통신기술을 결합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지역축제와 스포츠 경기, 대형 공연 등 사람이 집중되는 행사에도 적용할 수 있는 실증 사례가 될 수 있다.

온라인 참여도 크게 늘었다. 한화TV 등을 통한 생중계 조회 수는 268만회, 최고 동시접속자는 26만명을 기록했다. 현장 관람객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디지털 채널을 통해 불꽃축제를 접한 셈이다.

불꽃축제가 더 이상 여의도에 모인 사람만을 위한 행사가 아니라 온·오프라인이 결합된 도시 미디어 이벤트로 확장되고 있다는 의미다. 초고화질 중계와 다중 카메라 화면, 가상현실·확장현실 기술 등을 접목하면 해외 시청자를 겨냥한 관광 콘텐츠로도 발전할 수 있다.

한화는 국가유공자 등 보훈가족 300여명을 특별 초청했다. 행사 종료 후에는 임직원 봉사단이 늦은 밤까지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클린 캠페인’을 진행했다.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오랜 기간 지속된 배경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함께 멀리’ 경영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김 회장은 축제를 앞두고 한화가 불꽃을 쏘아 올리는 이유에 대해 하늘을 바라보는 모든 사람이 함께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전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안전한 행사 운영을 당부했다.

이 행사는 기업 사회공헌이 어떤 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자산이 될 수 있는지도 보여준다. 일회성 기부나 단기 캠페인과 달리 매년 같은 계절과 장소에서 행사를 이어가면서 시민의 기억과 기업 이미지를 함께 축적했다.

한화가 오랫동안 불꽃과 화약 분야에서 쌓은 기술과 경험을 활용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기업의 사업 역량과 사회공헌을 연결하면 다른 기업이 쉽게 모방하기 어려운 고유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무료로 개방된 대규모 문화행사라는 점에서는 공공성도 크다. 경제적 여건과 관계없이 한강변 여러 장소에서 불꽃을 볼 수 있고, 현장을 찾기 어려운 시민도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효과는 분명하다. 100만명이 현장을 방문하고 온라인 조회 수가 수백만 회에 이르는 행사는 일반 광고로 얻기 어려운 브랜드 경험을 제공한다. 시민에게 즐거움을 제공하는 사회공헌과 기업 브랜드 홍보가 동시에 이뤄지는 구조다.

다만 규모가 커질수록 해결해야 할 문제도 늘어난다. 행사 전날부터 명당을 확보하기 위해 주인 없는 돗자리를 펼쳐 놓거나 주차권과 관람 자리를 돈을 받고 거래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불특정 다수에게 무료로 개방한 행사의 관람 공간이 일부 개인의 사적 거래 대상으로 바뀌면 축제의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다. 무인 자리 선점 물품을 신속하게 수거하고 유료 거래를 단속하는 것과 함께 합법적인 예약·추첨 관람구역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교통 혼잡과 소음, 쓰레기 문제도 매년 반복되는 과제다. 행사 당일뿐 아니라 준비와 철거 과정에서 영향을 받는 여의도와 한강변 주민, 상인들의 의견을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불편을 줄일 수 있는 운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불꽃이 발생시키는 연기와 미세 입자, 잔해에 대한 환경관리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저연기 화약과 친환경 소재 사용을 확대하고 대기질과 수질 영향을 측정해 공개한다면 축제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행사의 성과를 관람객 수만으로 평가해서도 안 된다. 안전사고 발생 여부와 인파 분산 효과, 대중교통 이용률, 폐기물 회수량, 시민과 주민의 만족도, 온라인 해외 시청자 수 등 다양한 지표가 함께 제시돼야 한다.

서울세계불꽃축제는 민간기업이 장기간 비용을 부담하고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소방·통신사가 협력해 운영하는 민관 협력형 축제다. 이러한 방식이 지속되려면 기업의 투자뿐 아니라 공공기관의 역할과 비용, 안전 책임의 범위도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

한화의 26년 불꽃축제가 남긴 가장 큰 자산은 한 번의 화려한 장면이 아니라 꾸준함이다. 오랜 기간 같은 약속을 이어가면서 기업의 행사가 시민이 기다리는 도시의 전통으로 바뀌었다.

앞으로 서울세계불꽃축제의 가치는 얼마나 더 큰 불꽃을 쏘아 올리느냐보다 100만명이 안전하고 공정하게 축제를 즐기고, 행사가 끝난 뒤 도시와 환경에 남는 부담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따라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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