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1120만개 전세기로 공수…식품 공급망 ‘비상 대응’ 나선 LX판토스
- 미국·태국산 신선란 800t, 전세 화물기 10편으로 국내 수송
- 적정 온도 유지·파손 방지 특수 포장…고난도 항공 물류 역량 활용
- 긴급 수입은 단기 안전판…국내 생산 기반·수입선 다변화 병행해야
LX판토스가 미국과 태국산 신선란 1120만개를 전세 화물기로 국내에 들여오는 항공 운송 프로젝트를 마쳤다. 조류인플루엔자 확산 등으로 계란 수급 불안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항공 물류가 국민 생활과 밀접한 식품 공급망의 긴급 안전판으로 활용된 사례다.
LX판토스는 지난 6월부터 총 10차례에 걸쳐 전세 화물기를 투입해 미국과 태국 현지 농장에서 출하된 신선란을 국내로 운송했다. 전체 물량은 1120만개, 무게로는 약 800t에 달한다.
마지막 운송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을 출발한 보잉747 전세 화물기 2편이 투입됐다. 이들 항공기에 실린 신선란 150t은 지난 4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하역과 화물 인도 절차를 마쳤다.
이번 수송은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추진하는 해외 신선란 긴급 수입·공급 대책에 맞춰 진행됐다.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등으로 국내 생산량이 감소하거나 유통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 대비해 필요한 물량을 신속하게 확보하려는 조치다.
계란은 항공으로 운송하기 까다로운 화물에 속한다. 충격에 약해 적재와 하역 과정에서 파손될 가능성이 크고, 장시간 적정 온도를 유지하지 못하면 신선도가 떨어질 수 있다. 생산지에서 공항과 항공기를 거쳐 국내 냉장창고와 유통망으로 이어지는 전 과정이 끊김 없이 관리돼야 한다.
LX판토스는 현지 생산자와 운송업체, 공항 관계자 사이의 물류 과정을 조율하고 운송 시간을 단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계란의 신선도를 유지하도록 적정 온도를 관리하는 한편 파손을 줄이기 위한 특수 포장과 적재 방식도 적용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신선화물 항공운송 품질 인증인 ‘CEIV 프레시’와 의약품 항공운송 품질 인증인 ‘CEIV 파마’를 보유한 점도 이번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기반이 됐다. 식품과 의약품처럼 온도와 시간에 민감한 화물은 일반 공산품보다 높은 수준의 운송 관리 능력이 요구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물류기업의 역할이 화물을 옮기는 데서 공급망 위기에 대응하는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감염병과 기상이변, 국제 분쟁, 항만 적체 등으로 해상 운송이나 기존 수입 경로에 차질이 발생하면 전세 화물기를 활용한 항공 운송이 필요한 물량을 신속하게 공급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계란과 같은 생활필수품은 공급 부족이 장기화하면 외식·제과·제빵업계의 원가 부담으로 이어지고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필요한 시점에 일정 물량을 확보하는 물류 대응력은 산업 경쟁력을 넘어 생활물가와 식품 안보를 지키는 기반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전세기를 통한 신선란 수입은 긴급 상황에 사용하는 고비용 수송 방식이다. 선박보다 운송 시간은 짧지만 물류비 부담이 커 상시적인 공급 방식으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번 물량이 국내 계란 수급과 가격 안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도 실제 유통 과정과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해외에서 계란을 긴급 수입하는 것만으로 조류인플루엔자에 따른 구조적인 수급 불안을 해소하기도 어렵다. 농장 방역과 산란계 사육 기반의 조기 회복, 비축·유통 체계 개선, 수입 대상국 다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공급망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수입 계란에 대한 검역과 품질관리도 중요하다. 생산 국가마다 사육환경과 세척·유통 기준이 다른 만큼 안전성 검사와 원산지 표시, 유통기한 관리 등을 철저히 하고 관련 정보를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제공해야 한다.
LX판토스에는 이번 프로젝트가 신선식품과 의약품 등 고부가가치 특수화물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할 기회가 됐다. 전세기 운항과 콜드체인, 현지 공급망 관리 능력을 함께 확보하면 향후 식품뿐 아니라 백신과 바이오 의약품, 고부가가치 농수산물 운송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
앞으로 글로벌 물류기업의 경쟁력은 운송 규모만으로 결정되기보다 예상하지 못한 공급망 위기에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LX판토스의 신선란 수송은 항공 물류가 국가 식품 공급망의 비상 대응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전세기로 들어온 계란 1120만개는 수급 불안을 완전히 해결하는 물량이라기보다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한 단기 안전판에 가깝다. 이번 경험을 일회성 수송 실적으로 남기지 않고 정부와 생산·유통·물류기업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식품 공급망 위기 대응 체계로 발전시키는 것이 다음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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