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전화가 AI 창구로…‘모두의 AI’, 답변 넘어 일상 업무 돕는다
- SK텔레콤·카카오·KT 컨소시엄 선정…국산 모델 기반 무료 범용 챗봇 연내 출시 추진
- 전화·문자·메신저·IPTV로 접근성 확대…공공서비스 신청과 생활 예약 지원 목표
- 국민 체감 효과는 실제 처리 능력에 달려…기관 연계·이용자 승인·개인정보 보호 관건
인공지능(AI)을 이용하기 위해 새로운 앱과 사용법을 배워야 했던 경험이 달라질 전망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모두의 AI’가 사업자 선정을 마치면서 전화와 문자, 카카오톡, 포털 등 익숙한 생활 채널에서 AI의 도움을 받는 서비스 개발이 본격화된다. 질문에 답하는 챗봇을 넘어 공공서비스 신청과 예약 등 실제 업무를 돕는 것이 목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8일 ‘모두의 AI’ 프로젝트 수행기관으로 SK텔레콤과 카카오, KT가 각각 주도하는 3개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공모에 참여한 6개 사업자를 대상으로 기술 적합성과 서비스 편의성, 안전성, 이용자 확보 전략, AI 생태계 기여 계획 등을 평가한 결과다.
모두의 AI는 국산 AI 모델을 활용해 전 국민이 비용과 이용량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범용 AI 챗봇을 제공하고, 공공·생활 분야의 AI 에이전트로 활용 범위를 넓히는 사업이다. 정부가 하나의 서비스를 직접 운영하기보다 민간 컨소시엄들이 각자의 기술과 이용자 접점을 활용해 서비스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SK텔레콤 컨소시엄은 이용자의 요청을 받아 계획을 세우고 실행과 결과 확인까지 지원하는 AI를 개발한다. 앱과 웹은 물론 전화·문자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스마트폰 앱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과 디지털 취약계층의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외부 시스템을 연결하는 공식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가 없는 매장이나 기관에는 연락처를 찾아 전화 대행으로 연결하는 기능도 추진한다. 디지털 시스템이 갖춰진 곳뿐 아니라 기존 전화 업무까지 AI 서비스의 범위에 포함하려는 구상이다.
카카오 컨소시엄은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범용 챗봇과 AI 에이전트를 연결한다. 대화하던 화면에서 예약과 신청, 결제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LG유플러스와 함께 연내 전화 AI 서비스의 라이트 버전도 선보이고, 에이전트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전문기업의 특화 서비스를 연결할 계획이다.
KT 컨소시엄은 포털과 통신·미디어 인프라를 활용한다. 다음과 다나와, 무신사, 직방 등 파트너 채널의 정보 탐색 수요를 AI 서비스로 연결하고, KT 통신 채널과 인터넷TV(IPTV)도 연계한다. 검색과 비교에서 공공·생활서비스 실행까지 하나의 대화 흐름으로 지원한다는 전략이다.
세 컨소시엄의 공통점은 AI가 이용자를 찾아가는 구조에 있다. AI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별도 서비스를 찾아 가입하는 방식에서, 이미 사용 중인 메신저와 전화·TV를 AI 이용 창구로 바꾸려는 것이다. 모델 성능이 뛰어나더라도 이용자가 접근하기 어렵다면 혜택이 제한된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된 셈이다.
공공서비스 분야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특히 중요하다. 지원제도가 있어도 존재를 모르거나 신청 절차가 복잡해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AI가 필요한 제도를 찾아 설명하고 준비서류와 신청 과정을 도와준다면 정보 접근의 격차를 줄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다만 정보를 안내하는 것과 신청을 실제로 완료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대상자의 자격을 확인하고 본인인증을 거쳐 서류를 제출하려면 관계기관의 시스템과 연결돼야 한다. 신청 접수와 심사 결과도 구분해야 한다. AI가 신청을 도왔다고 해서 지원 대상 선정이나 민원 처분까지 대신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에 따라 초기 서비스의 가치는 지원 기능의 개수보다 실제로 끝까지 처리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화면에서 신청 방법만 설명하는지, 필요한 절차를 안내하고 접수 결과까지 확인해 주는지에 따라 이용자가 체감하는 편의성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국내 AI 산업에도 새로운 서비스 실증 기회가 열린다. 각 컨소시엄에는 통신·플랫폼 기업뿐 아니라 AI 모델 개발사와 반도체 기업, 금융·의료·교육·생활서비스 전문기업이 참여한다. 모델을 개발하는 기술과 국민이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서비스를 연결하는 장이 마련되는 것이다.
특화 에이전트를 만드는 스타트업은 대규모 이용자 접점을 가진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이런 기회가 일부 제휴사에만 집중되지 않도록 참여 기준과 노출 방식, 수익 배분을 투명하게 설계하는 과제도 뒤따른다.
정부는 올해 3개 사업자에 엔비디아 B200 GPU 총 512장을 지원하고, 2027년부터는 국민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비용을 예산으로 뒷받침할 방침이다. 무료 서비스를 지속하려면 이용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응답 품질과 처리 속도를 유지하면서 운영비를 관리해야 한다.
무료 제공 범위도 명확한 안내가 필요하다. 범용 AI 챗봇을 무료로 이용한다는 것과 AI가 연결하는 상품·서비스 자체가 무료라는 것은 다르다. 예약이나 구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요금과 수수료, 별도 특화 서비스의 이용 조건은 실행 전에 이용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구분해야 한다.
AI가 실제 업무에 개입할수록 이용자의 통제권은 더욱 중요해진다. 개인정보를 다른 기관에 전달하거나 신청서를 제출하고 결제를 진행하기 전에는 대상과 내용, 비용을 확인받아야 한다. 잘못된 실행을 취소·정정하거나 사람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절차도 함께 갖춰야 한다.
서비스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 역시 가입자 수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고령층이 도움 없이 이용할 수 있는지, 신청 과정에서 중도 포기하는 사람이 줄었는지, 처리 시간과 오류가 얼마나 감소했는지를 살펴야 한다. 국민의 일상에서 줄어든 불편이 공공지원의 성과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
과기정통부는 9월 중 선정 사업자들과 협약을 체결하고 공공데이터 연계 등을 위한 관계부처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각 사업자는 베타 테스트를 거쳐 연내 정식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9월, SK텔레콤은 10월 베타 공개를 목표로 제시했으며, 세부 기능은 개발과 검증을 거쳐 단계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모두의 AI의 의미는 무료 챗봇을 하나 더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AI를 잘 다루는 사람만 누리던 편의를 익숙한 생활 채널을 통해 더 많은 국민에게 제공하려는 시도다. 성공 여부는 얼마나 어려운 질문에 답하느냐와 함께, 국민이 혼자 해결하기 어려웠던 일을 얼마나 쉽고 안전하게 마칠 수 있도록 돕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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