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테크

성능기록부 밖 수리 흔적까지 찾았다…AI가 바꾸는 중고차 진단

  • 헤이딜러 eye, 인증중고차 1만5236대 분석해 5823대서 추가 흔적 확인
  • 열화상 카메라·AI 결합해 차량 외판 전체를 면 단위로 시각화
  • 기록부 대체 아닌 보완 정보…중고차 시장 정보 비대칭 해소 기대

인공지능이 중고차의 가격이나 거래 가능성을 예측하는 단계를 넘어 차량 외관에 남은 도색과 판금 흔적까지 찾아내고 있다. 소비자의 육안이나 기존 서류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웠던 차량 상태를 이미지로 보여주면서 중고차 시장의 고질적인 정보 비대칭을 줄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헤이딜러는 AI 차량 진단 솔루션 ‘헤이딜러 eye’를 통해 올해 1월부터 9월 초까지 인증중고차 1만5236대를 진단한 결과, 5823대에서 기존 성능·상태점검기록부에 표시되지 않은 도색과 판금 등 수리 흔적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10일 밝혔다.

전체 진단 차량의 약 38.2%에 해당하는 규모다. 차량 10대 가운데 약 4대에서 소비자가 기존 기록부만 살펴봤을 때 알기 어려운 추가 정보가 발견된 셈이다.

추가 흔적이 확인된 차량 가운데 2792대는 성능기록부에 도색이나 판금 이력이 전혀 표시돼 있지 않았지만 AI 진단에서 관련 흔적이 나타났다. 전체 진단 차량의 약 18.3%다.

나머지 3031대는 성능기록부에 일부 수리 이력이 기재돼 있었으나, AI 분석을 통해 기록된 부분 이외의 다른 외판에서도 추가 흔적이 확인됐다. 전체 차량의 약 19.9%에 해당한다.

헤이딜러 eye는 열화상 카메라가 장착된 로봇 팔로 차량 외부를 스캔한 뒤 수집된 데이터를 AI로 분석하는 방식이다. 특정 지점만 검사하는 것이 아니라 차량 외판 전체를 면 단위로 살펴보고, 도색이나 판금 흔적이 나타난 부위를 이미지로 시각화한다.

분석 결과는 헤이딜러 인증중고차의 매물 정보에 공개된다. 소비자는 성능기록부와 보험 이력뿐 아니라 AI 진단 이미지까지 비교해 차량의 상태를 판단할 수 있다.

실제 진단 사례에서는 성능기록부상 도색·판금 이력이 없는 차량에서 10곳이 넘는 도색 흔적이 확인되기도 했다. 외관이 깨끗하게 복원된 차량은 일반 소비자가 눈으로 수리 여부를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AI 진단이 새로운 확인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AI가 추가 흔적을 확인했다는 사실만으로 기존 성능기록부가 허위로 작성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성능기록부가 표시하는 점검 항목 및 판정 기준과 열화상 AI가 감지하는 도색·판금 흔적의 범위가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AI 진단은 법정 성능·상태점검기록부를 대체하는 수단이라기보다 차량 상태를 더 폭넓게 확인하도록 돕는 보완 정보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AI가 표시한 부위도 필요하면 전문가의 육안 검사와 정밀 진단을 통해 다시 확인해야 한다.

중고차 시장에서 사고·수리 이력은 차량 가격과 안전성, 향후 재판매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정보다. 그러나 판매자와 구매자가 알고 있는 차량 정보에 차이가 크고, 소비자가 짧은 시간 안에 외판 전체의 수리 흔적을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

열화상 AI 진단이 확산되면 구매자는 차량 상태를 보다 구체적으로 비교할 수 있고, 판매자와 딜러도 가격 산정의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다. 분쟁이 발생한 뒤 책임을 가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거래 전에 관련 정보를 충분히 공개하는 예방형 시장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술 고도화를 위해서는 진단 정확도와 함께 오탐지 가능성, 차량 색상과 소재 및 외부 온도에 따른 분석 차이도 지속해서 검증해야 한다. 어떤 기준으로 수리 흔적을 판정했는지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결과를 설명하는 체계 역시 필요하다.

헤이딜러는 올해 6월부터 진단 정확도를 높이고 오류 발생 시 보상을 확대하는 ‘제로 안심매입’ 정책도 시행하고 있다. 전문 평가사가 차량을 직접 진단한 뒤 경매를 진행하는 기존 서비스에 기술과 보상 체계를 더해 판매 고객과 회원 딜러의 거래 불안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헤이딜러 관계자는 기존 성능점검 정보만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던 차량 상태까지 소비자가 직접 살펴볼 수 있도록 진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AI 기반 차량 진단 기술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중고차 시장에서 AI의 역할은 차량을 대신 판정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전문가와 사업자에게 집중됐던 정보를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보여주고, 구매자가 스스로 판단할 근거를 넓히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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