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테크

삼성전자, 美 국립연구소와 ‘영하 30도’ 차세대 난방 기술 개발…히트펌프 시장 공략

  • 미국 에너지부 산하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와 한랭지용 고효율 난방 기술 공동 연구
  • 단일 압축기로 영하 30도 이하 난방·온수 구현 목표…알래스카서 극한 환경 실증
  • 스크롤 압축·플래시 인젝션 기술 고도화…글로벌 난방 전기화 시장 대응

삼성전자가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오크리지 국립연구소(ORNL)와 손잡고 영하 30도 이하의 극저온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차세대 난방 기술 개발에 나선다. 북미와 북유럽을 중심으로 난방 전기화와 고효율 히트펌프 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극한 기후에서도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냉난방공조(HVAC) 기술 경쟁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와 ‘한랭지용 증기압축식 난방과 멀티 솔루션 개발’ 연구 과제를 진행한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단일 압축기 기준으로 영하 30도 이하의 환경에서도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난방과 온수 공급이 가능한 증기압축 기술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연구는 내년 상반기까지 진행한 뒤 미국 알래스카의 실제 극한 환경에서 성능과 신뢰성을 검증할 예정이다.

증기압축 기술은 냉매를 압축하고 순환시키면서 외부의 열을 실내로 이동시키는 히트펌프의 핵심 원리다. 외부 공기로부터 열을 흡수한 냉매를 압축해 고온·고압 상태로 만든 뒤 열교환기를 통해 실내 공기나 물에 열을 전달한다.

열을 방출한 냉매는 다시 액체 상태로 돌아가 외부 열을 흡수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하나의 시스템에서 난방과 냉방은 물론 온수 공급까지 구현할 수 있으며, 전기저항 방식으로 직접 열을 만드는 난방기기보다 높은 에너지 효율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러나 기존 히트펌프는 외부 온도가 크게 내려갈수록 흡수할 수 있는 열에너지가 줄어 성능과 효율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북미와 북유럽 등에서는 겨울철 영하 30도 이하의 날씨가 장기간 이어지는 지역이 있어, 혹한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기술 확보가 히트펌프 시장 확대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이번 공동 연구를 통해 압축기와 냉매 제어 기술을 동시에 고도화할 계획이다.

우선 압축기에는 회전식 스크롤 방식을 적용한다. 기존 피스톤 방식이 직선 운동으로 냉매를 압축하는 것과 달리 두 개의 스크롤이 맞물려 회전하면서 냉매를 압축하는 구조다.

스크롤 압축기는 압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과 진동을 줄이고 안정적인 운전이 가능해 장시간 난방이 필요한 한랭지역에서 유리한 기술로 평가된다.

압축기의 과열을 방지하고 냉매 순환을 최적화하는 ‘플래시 인젝션’ 기술도 적용한다. 기기가 운전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필요할 경우 냉매를 추가로 주입함으로써 저온 환경에서 떨어질 수 있는 난방 성능과 열효율을 보완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연구가 마무리되면 미국 알래스카 페어뱅크스에 위치한 필드테스트 시설에서 실제 성능 검증에 나설 예정이다.

페어뱅크스는 겨울철 극심한 저온이 지속되는 지역으로, 혹한 조건에서 히트펌프의 난방 성능과 장시간 운전 신뢰성을 시험하기에 적합한 환경으로 꼽힌다. 연구진은 난방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비롯해 장시간 운전 안정성, 온수 공급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글로벌 난방시장의 전기화 흐름이 있다. 탄소 감축과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해 화석연료 보일러를 전기 기반 히트펌프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히트펌프는 외부 열에너지를 이동시켜 난방하기 때문에 전기를 직접 열로 전환하는 방식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효율을 구현할 수 있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과 결합할 경우 건물 부문의 탄소 배출을 줄이는 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다만 한랭지역에서의 성능 저하는 히트펌프 보급을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 중 하나다. 혹한기에 난방 능력이 부족하면 보조 전열기나 별도의 화석연료 난방 시스템을 함께 사용해야 해 경제성과 탄소 감축 효과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영하 30도 이하에서도 단일 압축기로 안정적인 난방과 온수를 구현하려는 이유도 이러한 시장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술 개발에 성공하면 삼성전자는 시스템에어컨과 히트펌프 보일러를 비롯한 다양한 HVAC 제품에 해당 기술을 적용할 방침이다. 지역별 기후 특성과 건물 유형에 맞춰 제품군을 확대하면서 북미와 유럽의 고효율 냉난방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가전·공조업계의 경쟁도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냉난방공조 사업은 일반 가전제품보다 교체 주기가 길고 건물 인프라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고객을 확보하면 장기간의 서비스와 유지보수 수요까지 이어질 수 있는 분야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와 대형 상업시설 증가로 냉난방과 열관리 기술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HVAC는 전통적인 가전사업을 넘어 에너지·인프라 산업의 핵심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정부 산하 연구기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실제 혹한 환경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제품 개발에 반영하고, 효율성과 신뢰성을 동시에 높이는 방향으로 차세대 히트펌프 기술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임성택 삼성전자 DA사업부 부사장은 “이번 협업은 실제 극저온 환경에서 삼성의 고효율 기술과 기기 신뢰성을 증명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연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도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 히트펌프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더 좋은 미래를 위한 콘텐츠 플랫폼 – <굿퓨처데일리>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