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그래미 출품 전격 거부…’아시안 팝’ 신설에 던진 글로벌 메시지
- “음악은 언어와 지역이 아닌 작품 자체로 평가받아야”…그래미 출품 첫 공식 거부 선언
- 그래미 “분리 아닌 다양성 확대” 해명에도 K-팝 위상과 시상 체계 논란 확산
- 글로벌 음악시장 주도권 경쟁 속 K-팝의 정체성과 공정성 논쟁 새 국면
세계적인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내년 그래미 어워즈에 작품을 출품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하면서 글로벌 음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가 2027년 시상식부터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Best Asian Pop Music Performance)’ 부문을 신설한 직후 나온 결정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불참을 넘어 시상 체계에 대한 문제 제기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29일 각각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저희는 올해 그래미에 출품하지 않기로 했다”며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되기보다 음악 그 자체로 들리고 사랑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데뷔 이후 그래미 출품을 스스로 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되기보다”라는 표현은 최근 레코딩 아카데미가 신설한 아시안 팝 부문을 겨냥한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새 부문에는 K-팝을 비롯해 J-팝, C-팝 등 아시아 대중음악이 포함될 예정이다.
이를 두고 음악계에서는 엇갈린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아시아 음악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긍정적 조치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미 글로벌 주류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K-팝을 별도 카테고리로 분리해 본상 진입 장벽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방탄소년단은 그동안 그래미와 인연을 이어왔다. 2019년 시상자로 처음 그래미 무대에 오른 데 이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연속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K-팝 최초 수상에 도전했지만 수상에는 이르지 못했다. 반면 빌보드 뮤직 어워즈(BBMA)와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 등에서는 최고 수준의 성과를 거두며 세계적인 영향력을 입증해 왔다.
올해 발표한 정규 5집 ‘아리랑(ARIRANG)’ 역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1위에 올랐고, 타이틀곡 ‘스윔(SWIM)’도 ‘핫100’ 1위를 기록하는 등 상업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이런 상황에서의 출품 거부는 수상 가능성보다 음악의 보편적 가치와 공정성을 우선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논란이 확산되자 그래미를 주관하는 레코딩 아카데미도 하루 만에 공식 입장을 내놨다.
하비 메이슨 주니어 레코딩 아카데미 CEO는 “BTS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아시안 팝 부문은 아시아 음악의 다양성과 우수성을 조명하기 위한 것이며 결코 구분하거나 분리하려는 의도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새 부문에 출품하더라도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 등 일반 본상(General Field) 후보 자격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두 부문에 동시에 출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일부 음악평론가들은 이번 결정이 K-팝을 글로벌 주류 음악과 별도로 분류하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는 반면, 또 다른 전문가들은 아시아 신인 아티스트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평가한다.
이번 결정은 단순히 방탄소년단 한 팀의 그래미 불참을 넘어 글로벌 음악산업에서 비영어권 음악이 어떤 방식으로 평가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촉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계 음악시장에서 K-팝의 위상이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언어와 국적을 기준으로 한 시상 체계가 시대 변화에 부합하는지를 둘러싼 논쟁도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향후 다른 K-팝 아티스트들이 그래미 출품 여부를 어떻게 결정할지에도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방탄소년단의 선택이 글로벌 음악 시상식의 운영 방식과 다양성 논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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