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나우] 소비자가 섞으면 기업이 만든다…모디슈머가 바꾸는 식품 개발
- 농심 ‘너구링’, 양파링에 너구리 스프 더한 소비자 레시피에서 착안
- 짜파구리·카구리 이어 소비자 조합을 정식 제품으로 확장
- SNS 화제성을 재구매로 연결하려면 맛과 상품성 검증 필요
과자에 라면 스프를 넣고 흔들어 먹는 소비자의 조합 놀이가 기업의 신제품으로 이어졌다. 농심이 오는 10월 12일 출시할 ‘너구링’은 양파링의 고소한 양파 맛에 너구리의 매콤한 해산물 풍미를 더한 스낵이다. 기존 제품을 자신의 취향대로 바꿔 즐기는 ‘모디슈머’가 식품을 먹는 방법과 기업이 상품 아이디어를 찾는 방식에 영향을 주고 있다.
농심에 따르면 너구링은 SNS에서 관심을 받은 소비자 레시피에서 착안했다. 양파링에 너구리 스프를 넣거나 포스틱에 신라면 스프를 더하는 등 스낵과 라면 스프를 조합하는 방식이다. 소비자가 따로 구매해 섞던 맛을 하나의 제품으로 구현해 편리하게 즐기도록 한 것이 이번 상품의 특징이다.
모디슈머는 변형을 뜻하는 ‘모디파이’와 소비자를 뜻하는 ‘컨슈머’를 결합한 말이다. 기업이 제안한 조리법이나 용도에 머무르지 않고 재료를 추가하거나 다른 제품과 섞어 새로운 경험을 만든다.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조합한 짜파구리, 카레와 너구리를 결합한 카구리 역시 이러한 소비자 레시피가 정식 상품으로 이어진 사례다.
이 현상에서 주목할 부분은 소비자가 제품의 사용 방식을 다시 정의한다는 점이다. 라면 스프는 국물의 맛을 내는 재료에서 과자의 양념으로 쓰임이 넓어진다. 기업이 라면과 스낵을 별도의 상품군으로 관리하더라도 소비자는 자신의 입맛을 기준으로 두 제품을 연결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 상품 기획으로는 발견하기 어려웠던 조합이 나타날 수 있다.
SNS는 개인의 실험을 다른 소비자가 따라 할 수 있는 레시피로 바꾼다. 재료와 만드는 방법을 보여주고, 맛에 대한 반응을 공유하면서 하나의 조합이 여러 사람의 변형을 거친다. 기업에는 제품이 실제로 어떻게 소비되는지 관찰할 기회가 된다. 다만 온라인 반응은 일부 이용자의 관심을 보여주는 신호이며 전체 시장의 수요를 그대로 대변하지는 않는다.
기업 입장에서는 익숙한 브랜드를 새롭게 경험하게 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소비자는 이미 알고 있는 두 제품의 맛을 바탕으로 새로운 조합을 상상할 수 있다. 장수 브랜드는 기존의 인지도를 활용하면서 다른 상품군과 만날 접점을 확보한다. 너구링은 라면의 풍미를 스낵으로 옮겼다는 점에서 브랜드의 활용 범위를 넓힌 시도로 볼 수 있다.
소비자 레시피를 상품으로 만드는 데는 별도의 개발 역량이 필요하다. 집에서 즉석으로 섞어 먹는 방식과 유통기한 동안 일정한 맛과 식감을 유지해야 하는 완제품은 조건이 다르다. 양념의 배합과 균일성, 포장과 보관성 등을 조정해야 한다. 소비자의 아이디어를 반복 구매할 수 있는 품질로 구현하는 과정이 기업의 역할이다.
직접 만드는 재미와 완제품의 편리함 사이에도 차이가 있다. 소비자는 스프의 양을 조절하고 자신만의 조합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정식 제품은 이 과정을 줄여주지만 취향에 맞게 바꾸는 경험까지 동일하게 제공하지는 않는다. 화제가 된 레시피를 제품화했다는 사실만으로 흥행을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다.
너구링의 출시는 식품 개발의 출발점이 소비자의 일상적인 실험으로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모디슈머 상품의 경쟁력은 소비자가 만든 이야기에 더해 완제품으로서의 맛과 편리함을 갖추는 데 있다. SNS에서 얻은 관심이 지속적인 선택으로 이어지는지는 출시 이후의 구매와 재구매를 통해 확인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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