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광고가 음악방송으로…LG전자 ‘에이아이돌’, 브랜드 IP 실험
- 실존 멤버 5명으로 프로젝트 걸그룹 구성…제품 기능을 캐릭터화
- 음원·챌린지·방송·세탁기 종료음까지 하나의 콘텐츠로 연결
- 광고를 넘어 팬덤 구축 도전…기업 주도 엔터테인먼트의 새 모델
LG전자가 직접 기획한 5인조 걸그룹 ‘에이아이돌(AI-DOL)’이 음악방송 무대에 올랐다. 유명 아이돌을 제품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이 그룹 구성과 음악 제작, 방송 활동까지 주도하는 새로운 브랜드 마케팅 실험이다.
LG전자는 올인원 세탁건조기 ‘AI 워시콤보’의 주요 기능을 알리기 위해 에이아이돌을 기획했다. 그룹 이름 때문에 가상인간이나 생성형 AI로 만든 아이돌로 오해할 수 있지만, 멤버들은 모두 실제 인물이다. 이연, 모아, 성현, 희재, 수아 등 5명으로 구성됐으며 실제 아이돌 활동 경험이 있거나 연습생 데뷔조 출신인 멤버들도 참여했다.
에이아이돌은 지난 17일 Mnet ‘엠카운트다운’과 19일 MBC ‘쇼! 음악중심’에 출연했다. 오는 29일에는 ENA ‘케이팝업 차트쇼’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LG전자는 다음 달부터 유튜브 콘텐츠와 매거진 인터뷰 등으로 활동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멤버별 캐릭터는 AI 워시콤보의 기능과 연결됐다. 리더 이연은 올인원 대용량, 모아는 세탁 예상 시간을 알려주는 AI 타임센싱, 성현은 세탁물의 상태에 맞춰 작동하는 AI 세탁·건조를 상징한다. 희재는 미니멀 플랫 디자인, 수아는 소량의 빨래를 분리 세탁할 수 있는 미니워시를 각각 표현한다.
제품 기능을 광고 문구로 나열하는 대신 멤버의 성격과 역할로 의인화해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기억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아이돌의 세계관과 캐릭터를 구축하는 K팝 기획 방식을 가전제품 마케팅에 적용한 사례로 볼 수 있다.
활동 과정도 일반적인 신인 아이돌의 데뷔 전략과 비슷하다. LG전자는 지난 7월 정체를 밝히지 않은 티징 영상을 공개한 뒤 8월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안무 챌린지를 진행했다. 이후 광고 영상을 통해 AI 워시콤보를 홍보하기 위해 만든 그룹이라는 사실을 공개하고 음악방송 출연과 정식 음원 발매로 관심을 이어갔다.
데뷔곡 ‘아이워시(I WASH)’는 지난달 인스타그램 인기 상승 오디오 1위를 기록했고 안무 영상은 릴스 인기 순위 4위에 올랐다. 챌린지에는 가수 최예나와 코미디언 이선민, 안무가 효진초이 등이 참여했다. 지난 22일부터는 애플뮤직과 스포티파이, 멜론, 플로, 바이브, 지니뮤직 등 약 50개 음원·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음원을 공개했다.
노래는 실제 제품 사용 경험으로도 이어진다. LG전자는 다음 달 아이워시를 LG UP가전 세탁기의 종료음 콘텐츠로 제공할 예정이다. 이용자는 LG 씽큐 앱에서 음원을 내려받아 세탁이 끝났음을 알리는 소리로 설정할 수 있다. 음악방송에서 들은 노래가 가정의 세탁기에서 다시 재생되는 구조다.
이번 캠페인은 광고 콘텐츠를 한 번 소비하고 끝내는 대신 음원과 숏폼 영상, 방송, 앱, 가전제품을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업이 제품을 홍보하는 데서 나아가 자체 캐릭터와 음악을 보유한 브랜드 IP 제작자로 역할을 확장한 셈이다.
다만 일시적인 화제성이 지속적인 팬덤과 제품 구매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소비자는 콘텐츠의 재미와 완성도가 충분할 때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상업적 목적이 지나치게 드러나면 관심이 빠르게 식을 수 있다. 음악 조회 수뿐 아니라 브랜드 인지도와 씽큐 앱 이용, 제품 관심도 변화까지 연결해 성과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
에이아이돌이 단발성 프로젝트를 넘어 공연과 팬 행사, 후속 음원으로 활동을 이어간다면 가전기업이 만든 새로운 엔터테인먼트형 브랜드 IP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제품을 설명하던 광고가 소비자가 찾아 듣고 함께 즐기는 콘텐츠로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기업 마케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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