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키우지 않고 1278㎞ 달렸다…폭스바겐이 꺼낸 ‘효율 경쟁’
- ‘미션 이피션시’ 공기저항계수 0.158·실주행 전비 14.5㎞/kWh
- ID.폴로와 같은 MEB+ 플랫폼·54.9kWh 배터리로 기록 달성
- 판매 계획 없는 콘셉트카…공기역학·제동·태양광 기술 양산 적용 주목
폭스바겐이 배터리 용량을 늘리는 대신 공기저항과 에너지 손실을 줄여 전기차 주행거리를 확장한 콘셉트카 ‘미션 이피션시’를 공개했다. 대용량 배터리 경쟁에서 벗어나 차량 전체의 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전기차의 가격과 무게, 주행거리 문제를 동시에 풀겠다는 기술적 방향을 제시했다.
미션 이피션시는 차세대 소형 전기차 ID.폴로와 ID.크로스에 적용되는 전륜구동 MEB+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ID.폴로와 같은 최고출력 135마력 전기모터와 54.9kWh 배터리를 탑재해 기록 달성을 위한 전용 구동계를 별도로 사용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폭스바겐에 따르면 미션 이피션시는 공기저항계수 0.158을 기록했다. 회사는 이를 도로 주행 승인을 받은 자동차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오르막 구간이 없고 에어컨 등 부가 전력 사용을 중단한 상태에서 시속 68㎞로 주행한 시험에서는 100㎞당 6.48kWh, 환산 전비 15.4㎞/kWh를 달성했다.
실제 도로에서는 독일 볼프스부르크를 출발해 폴란드와 체코를 거쳐 오스트리아 빈까지 1278.36㎞를 주행했다. 평균 에너지 소비량은 충전 손실을 제외하고 100㎞당 6.89kWh로, 전비로 환산하면 약 14.5㎞/kWh다. 충전 손실을 포함한 소비량은 7.51kWh/100㎞였다.
이 장거리 시험에는 한 차례의 중간 충전이 포함됐다. 평균속도는 시속 67.72㎞, 최고속도는 시속 138㎞였으며 빈 도착 당시 계기판에는 164㎞의 추가 주행 가능 거리가 표시됐다. 일부에서 언급된 ‘한 번 충전으로 1278㎞ 주행’과는 차이가 있어 전체 이동거리와 1회 충전 주행거리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효율 향상의 핵심은 물방울 형태의 차체다. 뒤쪽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차체와 액티브 에어 플랩, 덮개를 적용한 뒷바퀴, 평탄하게 막은 하부, 프레임리스 윈도와 매립형 도어 손잡이가 공기의 흐름을 정돈한다. 폭스바겐은 시속 80㎞ 이상에서 ID.폴로보다 에너지 소비량이 30% 이상 적다고 밝혔다.
브레이크와 휠에서도 손실을 줄였다. 후륜에는 전기 신호로 제동력을 조절하는 전자기계식 브레이크를 적용했고, 휠 내부에는 공기 소용돌이를 억제하는 림 디플렉터를 넣었다. 콘티넨탈과 공동 개발한 저구름저항 타이어도 전비 향상에 기여했다.
차체는 기록 달성만을 위한 1인승 구조가 아니라 4명이 탈 수 있는 2+2인승으로 설계됐으며 481리터의 적재공간을 확보했다. 지붕과 트렁크 덮개에 설치한 370W급 태양광 패널은 차량 전기장치에 전력을 공급하고, 계절과 날씨가 적합하면 하루 최대 30㎞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보탤 수 있다.
다만 미션 이피션시는 판매가 확정된 양산차가 아니다.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과 아라미드 복합소재, 뒷바퀴 덮개 등 일부 요소는 가격과 생산성, 정비 편의성을 고려하면 그대로 대중차에 적용하기 어렵다. 공개된 전비 역시 평균속도와 기온, 도로 경사, 냉난방 사용 여부에 따라 일반 소비자의 실제 운행 결과와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실험은 전기차의 경쟁력이 배터리 크기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공기역학과 타이어, 제동장치, 열관리에서 에너지 손실을 줄이면 같은 배터리로 더 긴 거리를 달리고 차량 무게와 원가 부담도 낮출 수 있다. 미션 이피션시의 개별 기술이 향후 ID.폴로와 ID.크로스 등 양산 전기차에 얼마나 빠르게 반영될지가 폭스바겐 효율 전략의 실질적인 성과를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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