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유통

롯데마트, 로봇 1000대 투입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 가동…온라인 장보기 승부수

  • 2000억원 투입한 첫 자동화 CFC…AI·로봇이 피킹부터 배송 경로까지 최적화
  • 영남권 400만 세대 공략…하루 최대 13회·2~3시간 단위 배송 체계 구축
  • 3만5000개 상품·완전 콜드체인 앞세워 쿠팡·컬리와 신선식품 경쟁 본격화

롯데마트가 최대 1000대의 물류 로봇과 인공지능(AI)을 투입한 대규모 자동화 물류센터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을 본격 가동하며 온라인 장보기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 30년 이상 축적한 신선식품 소싱 역량에 영국 오카도의 AI·로봇 물류 기술을 결합해 배송 속도와 신선도, 상품 구색, 물류 효율을 동시에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롯데마트가 부산 강서구에 구축한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은 약 2000억원을 투자한 첫 번째 고객풀필먼트센터(CFC)다. 2022년 11월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뒤 2023년 12월 착공해 약 20개월간 공사를 진행했으며, 지난해 8월 준공과 올해 7월까지의 통합 테스트를 거쳐 최근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센터의 핵심은 사람 대신 AI와 로봇이 대규모 물류 작업을 수행하는 자동화 구조다. 냉장·냉동·상온 상품이 보관된 거대한 격자형 설비 ‘그리드’ 위를 수백대의 피킹 로봇이 이동하며 고객 주문에 필요한 상품 바스켓을 찾아 작업 구역으로 옮긴다.

로봇은 초속 최대 4m 속도로 이동하며 중앙제어 시스템과 지속적으로 통신해 충돌을 피하고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선택한다. 주문량 증가에 따라 로봇 수를 단계적으로 늘릴 수 있으며 전체 센터에서는 최대 1000대까지 운영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센터 면적은 약 1만2000평에 달하지만 상주 인력은 약 300명 수준이다. 상품 입고와 일부 검수, 최종 포장처럼 사람의 판단이 필요한 작업을 제외하면 상당수 반복 공정을 로봇과 자동화 설비가 담당한다.

상품 피킹에도 AI 로봇팔이 활용된다. 로봇팔은 주문 상품을 하나씩 집어 바구니에 담으며 센서를 통해 제품의 형태와 상태를 인식하고 필요한 힘을 조절한다. 초기 시험 과정에서는 제품을 놓치거나 정확하게 집지 못하는 오류도 발생했지만 반복 학습을 통해 정확도를 높였다는 것이 롯데마트 측 설명이다.

오카도의 통합 솔루션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도 국내 최초로 적용됐다. AI가 계절과 날씨, 시간대, 과거 주문 패턴 등을 분석해 향후 주문 가능성이 높은 상품을 예측하고, 로봇이 해당 상품을 그리드 상단 등 접근하기 쉬운 위치에 미리 배치한다.

주문이 들어온 뒤 상품을 찾는 방식에서 한 단계 나아가 수요 자체를 미리 예측해 피킹 시간을 줄이는 구조다. AI는 보관과 피킹뿐 아니라 포장, 출하, 배송 경로까지 물류 전반을 최적화한다.

배송기사에게 전달되는 경로 역시 실시간 교통 상황과 여러 배송지를 종합 분석해 결정된다. 회사 측에 따르면 시스템은 방대한 경로 조합을 지속적으로 계산해 가장 효율적인 배송 동선을 제시한다.

소비자가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는 배송 시간이다. 기존 하루 3회 수준이던 배송을 새벽부터 저녁까지 최대 13회로 늘려 고객이 2~3시간 단위로 원하는 배송 시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초기 서비스 지역은 부산과 창원·김해이며, 내년부터 별도의 배송 거점을 확보해 대구와 울산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영남권 약 400만 세대를 주요 서비스권으로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하루 최대 주문 처리 능력은 약 3만3000건이다. 센터가 목표 수준으로 가동될 경우 대규모 온라인 장보기 수요를 단일 거점에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상품 구색도 기존 대형마트보다 대폭 확대했다.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은 최대 약 3만5000개의 상품을 취급할 수 있으며 이는 일반 롯데마트 점포보다 약 1만개 많은 수준이다.

이 가운데 냉장·냉동 상품은 약 1만개에 달한다. 냉동 상품만 최대 4000개를 운영할 수 있는데, 일반 대형마트에서 취급하는 냉동상품이 약 1700개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두 배 이상 많은 규모다.

롯데마트가 특히 강조하는 분야는 신선식품이다. 채소나 과일, 정육, 수산물 등은 온라인 주문 과정에서 상품 상태를 소비자가 직접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품질 편차와 배송 과정의 온도 관리가 고객 만족도를 좌우한다.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은 상품 입고부터 보관, 피킹, 포장, 배송까지 냉장·냉동 상품을 상온 상품과 분리해 관리하는 엔드투엔드 콜드체인 시스템을 구축했다.

특히 냉동 구역에는 자동화 설비를 적용해 영하 25도 수준의 환경에서도 로봇이 상품을 처리하도록 했다. 오카도 파트너 가운데 냉동 영역까지 자동화한 시스템을 적용한 사례라는 점도 회사가 강조하는 차별화 요소다.

사람이 장시간 작업하기 어려운 극저온 환경을 로봇이 담당함으로써 작업 안전성을 높이고 냉동상품이 상온에 노출되는 시간도 줄일 수 있다.

롯데마트는 온라인 식품 배송 시장에서 신선도와 상품 누락, 배송시간 선택권을 핵심 경쟁 요소로 보고 있다. 온라인 장보기가 일상화됐지만 실제 소비자들은 여전히 시든 채소나 배송 지연, 주문 상품 누락 등에 불편을 느낀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오카도의 자동화 기술을 단순한 인건비 절감 수단이 아니라 온라인 장보기의 품질을 높이는 핵심 인프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마트의 또 다른 강점은 오프라인 유통을 통해 축적한 신선식품 조달 능력이다. 전국 산지 생산자와 거래하며 구축한 공급망과 신선품질 관리 노하우를 AI 물류 시스템과 결합해 온라인 전문 이커머스 기업들과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쿠팡과 컬리 등이 선점하고 있는 온라인 장보기 시장에 대형마트가 다시 도전하는 의미도 갖는다. 쿠팡이 전국 단위 물류망과 빠른 배송을, 컬리가 신선식품 큐레이션과 새벽배송을 강점으로 내세운다면 롯데마트는 대규모 자동화와 기존 오프라인 상품 조달 역량을 결합한 모델로 승부한다.

다만 제타 스마트센터의 성패는 결국 수익성에 달려 있다. 온라인 식료품 배송은 상품당 마진이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피킹과 포장, 냉장배송에 상당한 비용이 발생해 대표적인 저수익 사업으로 꼽혀왔다.

롯데마트는 자동화를 통해 주문량이 늘어날수록 건당 처리비용을 낮추고 센터 가동률을 높여 수익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회사는 개별 CFC가 운영 5년차에는 상각전영업이익 기준 흑자를 내고 6년차부터 영업이익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루 주문량이 최대 처리능력인 3만3000건에 도달하고 건당 주문액을 8만원 수준으로 가정하면 연간 매출은 약 9600억원 규모까지 가능하다는 계산도 나온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자동화 물류센터 특성상 초기 고정비 부담은 크지만 처리 물량이 증가할수록 주문 한 건당 비용이 낮아지는 구조다.

롯데마트는 부산 센터 운영 성과를 토대로 수도권 확장도 준비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에는 두 번째 제타 스마트센터가 건설 중이며, 부산 1호점에서 확보한 운영 데이터와 수익성 검증 결과를 향후 수도권 사업에 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업계에서는 제타 스마트센터가 단순한 자동화 창고를 넘어 AI와 로봇이 전통적인 대형마트의 사업 구조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AI가 수요를 예측하고 로봇이 상품을 찾으며 알고리즘이 배송까지 설계하는 구조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경우 온라인 식료품 유통의 경쟁 기준 자체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차우철 롯데마트·슈퍼 대표는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은 롯데마트의 신선식품 노하우와 오카도의 AI 로봇 물류 기술을 결합한 차세대 온라인 물류센터”라며 “부산과 영남권 400만 세대에 산지의 신선함을 정시 배송해 국내 온라인 장보기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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