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IT

달항아리에서 코치도어까지…제네시스 GV90, ‘한국형 럭셔리’로 세계시장 공략

  • 브랜드 첫 초대형 플래그십 전기 SUV…독립 개폐형 코치도어·회전 시트 적용
  • 123.5㎾h 배터리에 자체 측정 주행거리 500㎞…10→80% 충전 22분
  • 공식 가격·국내 인증거리 아직 미정…기본형 1억원대·최상위 2억원 안팎 전망

제네시스가 브랜드 최초의 초대형 플래그십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90’을 공개했다. 세계 최초 기술을 내세운 코치도어와 루프 에어백, 현대자동차그룹 최대 용량 배터리에 한국의 달항아리와 온돌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을 결합해 글로벌 럭셔리 전기차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제네시스는 19일 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팰리스 오브 파인 아트에서 ‘GV90 월드 프리미어’를 열고 GV90과 최상위 파생 모델 ‘GV90 네오룬’을 처음 공개했다.

GV90은 2024년 공개한 ‘네오룬’ 콘셉트카를 양산차로 발전시킨 모델이다. 기존 제네시스 SUV 라인업의 최상단인 GV80보다 큰 차체와 전용 전기차 플랫폼, 고급 편의·안전 기술을 적용해 브랜드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역할을 맡는다.

차체 길이는 5285㎜, 너비 2030㎜, 높이는 24인치 타이어 기준 1825㎜다. 앞뒤 바퀴 사이의 축간거리는 3245㎜로 설계해 초대형 SUV의 존재감과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

최상위 모델인 GV90 네오룬의 가장 큰 특징은 앞문과 뒷문이 서로 마주 보며 열리는 ‘네오룬 아치 게이트’다. 차체 중앙의 B필러를 외부에서 보이지 않도록 없애 승하차 공간을 넓히고 실내 개방감을 극대화했다.

기존 코치도어 차량은 앞문을 열어야 뒷문을 여닫을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제네시스는 뒷문이 차체 바깥쪽으로 먼저 이동한 뒤 회전하는 듀얼 모션 힌지를 적용해 앞문과 뒷문을 각각 독립적으로 열고 닫도록 했다. 제네시스는 이 같은 독립 개폐형 히든 B필러 코치도어의 양산 적용이 세계 최초라고 설명했다.

B필러가 보이지 않는 구조는 넓고 우아한 승하차 경험을 제공하지만, 충돌 안전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기술로 꼽힌다. 제네시스는 도어 내부에 초고강도 듀얼 스틸 빔을 적용하고 탑승 공간을 둘러싼 차체 골격을 기존보다 최대 1.5배 두껍게 설계해 일반적인 B필러 차량과 동등한 수준의 충돌 안전 성능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제네시스 GV90 네오룬의 전측면 및 후측면 모습

GV90 네오룬에는 앞좌석을 180도 회전할 수 있는 전동식 스위블링 시트도 적용됐다. 차량이 정차했을 때 앞좌석을 뒤로 돌리면 탑승자들이 서로 마주 보는 라운지 공간으로 바뀐다.

좌석 주변에 사람이나 물체가 있거나 뒷좌석 테이블이 펼쳐져 회전 공간이 부족하면 시트가 작동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이동수단으로만 사용하던 자동차를 업무와 휴식, 대화를 위한 생활공간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전동화 성능도 현대차그룹의 최고 수준으로 구성했다. GV90은 플래그십 전용 전기차 플랫폼 ‘eMP’를 기반으로 개발됐으며 현대차그룹 전기차 중 가장 큰 123.5㎾h 용량의 고전압 배터리를 탑재한다.

제네시스 자체 연구소 측정 결과 7인승 스탠더드 모델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500㎞다. 350㎾급 초급속 충전기를 이용하면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약 22분이 걸린다.

다만 500㎞는 국내 공인 인증을 마친 수치가 아니라 제네시스 연구소의 자체 측정 결과다. 실제 판매 모델의 주행거리는 휠과 타이어, 좌석 구성, 기온 및 인증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공식 인증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

전륜과 후륜 모터의 합산 최고 출력은 490㎾, 최대 토크는 800Nm다. 현대차그룹 최초로 앞뒤 차축에 각각 전자식 차동 제한장치를 적용해 네 바퀴에 전달되는 구동력을 정밀하게 제어한다.

뒷바퀴를 최대 5도까지 움직이는 능동형 후륜 조향 시스템도 탑재했다. 저속에서는 앞바퀴와 반대 방향으로 뒷바퀴를 움직여 회전반경을 줄이고, 고속에서는 같은 방향으로 조향해 차선 변경과 코너링 안정성을 높인다. 5.2m가 넘는 대형 차체의 주차와 유턴 부담을 줄이기 위한 기술이다.

GV90에는 현대차그룹 최초로 시동 버튼을 없앤 새로운 전원체계도 적용됐다. 운전자가 도어 핸들을 당기면 차량 전원이 켜지고 문이 자동으로 열리며, 탑승 후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기어를 선택하면 별도의 시동 조작 없이 출발할 수 있다.

센터 디스플레이는 주행 중 23.6인치로 작동하고, 정차 상태에서 버튼을 누르면 화면이 위로 올라오며 24.6인치로 확장된다. 화상회의와 영상 감상 등에 활용할 수 있으며, 25개 스피커를 갖춘 뱅앤올룹슨 3차원 사운드 시스템과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적용됐다.

안전 사양으로는 총 12개의 에어백이 탑재됐다. 특히 전복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 루프 글라스 전체를 덮어 탑승자가 천장에 부딪히거나 차량 밖으로 이탈하는 것을 줄이는 루프 에어백이 적용됐다. 제네시스는 자동차 양산 모델에 이 같은 형태의 루프 에어백을 탑재한 것이 세계 최초라고 밝혔다.

대용량 배터리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배터리 셀 사이의 열 확산을 억제하는 열전이 안전 기술과 클라우드 기반 배터리 관리 시스템도 적용했다. 전기차의 핵심 구매 기준으로 배터리 화재와 장기 내구성이 부상한 만큼 실제 운행 과정에서 기술의 신뢰성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할 전망이다.

GV90의 차별점은 첨단 기술만이 아니다. 외관은 한국의 달항아리에서 영감을 받아 불필요한 장식을 줄이고 부드러운 곡선과 넓은 여백을 강조했다. 거대한 전면 그릴 대신 제네시스의 날개 문양을 입체적인 두 줄 조명으로 표현해 전기차 시대에 맞는 새로운 브랜드 얼굴을 구현했다.

네오룬 모델의 2열 바닥에는 나무 소재가 적용됐으며, 온돌에서 착안한 복사열 난방 시스템이 실내에 온기를 전달한다. 천연 나무와 리얼 스톤, 울 캐시미어 등도 선택할 수 있도록 해 한국적 정서와 현대적인 고급 소재를 결합했다.

제네시스가 달항아리와 온돌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유럽 럭셔리 브랜드를 모방하는 대신 한국에서 출발한 독자적인 고급차 문법을 만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절제와 여백, 따뜻한 환대라는 한국적 가치를 자동차의 외관과 실내 경험으로 번역한 것이다.

이번 GV90은 제네시스가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세계적인 ‘럭셔리 브랜드’로 올라설 수 있는지를 가늠할 모델이기도 하다. 제네시스는 출범 약 10년 만에 북미와 유럽, 중동 등으로 시장을 넓혔지만 초고가 플래그십 시장에서는 메르세데스-마이바흐, BMW, 레인지로버, 벤틀리 등 오랜 전통을 가진 브랜드들과 경쟁해야 한다.

럭셔리 시장에서 제품 사양만으로 브랜드 위상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차량 구매부터 정비, 긴급 지원, 맞춤 제작, 중고차 잔존가치까지 이어지는 서비스 경험이 가격을 정당화해야 한다. 코치도어와 회전 시트 같은 복잡한 전동 장비의 장기 내구성과 수리 편의성도 실제 고객 평가를 좌우할 요소다.

초대형 전기 SUV라는 상품 특성도 과제다. 123.5㎾h의 대용량 배터리는 긴 주행거리를 제공하지만 차량 중량과 에너지 소비, 충전 비용을 높일 수 있다. 350㎾급 충전 환경을 이용하기 어려운 지역에서는 실제 충전 시간이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지역별로 엇갈리는 상황에서 고가 순수 전기차만으로 충분한 판매량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한다. 제네시스가 다음 달 GV80 하이브리드를 시작으로 하이브리드와 주행거리연장형 전기차 등으로 친환경차 선택지를 넓히려는 이유다.

제네시스의 2026년 1~7월 글로벌 판매량은 9만9542대로 전년 동기보다 11.8% 감소했다. GV90은 판매량 자체보다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고 다른 차종의 가치를 높이는 플래그십 역할이 중요하지만, 신차 효과가 전체 판매 회복으로 확산되는지도 관심사다.

국내 출시 시기와 가격은 아직 공식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기본 모델의 시작 가격을 1억원대 초·중반, 코치도어를 갖춘 네오룬 최상위 모델을 2억원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이는 제네시스가 발표한 가격이 아니므로 실제 판매가격과 트림별 구성은 공식 발표를 기다려야 한다.

GV90은 양쪽 문이 활짝 열리는 순간의 시각적 효과만을 위한 자동차가 아니다. 달항아리의 절제된 곡선과 온돌의 따뜻함, 전동화 기술과 새로운 실내 경험을 하나의 제품에 담아 ‘한국에서 시작한 럭셔리’가 세계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지를 묻는 모델이다.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실제 안전성과 내구성, 고객 만족으로 증명한다면 GV90은 제네시스의 최상위 차종을 넘어 한국 자동차산업이 글로벌 럭셔리 시장에 진입하는 상징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더 좋은 미래를 위한 콘텐츠 플랫폼 – <굿퓨처데일리>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