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아이돌이 소상공인 영업사원으로…‘팬덤 커머스’ 실험 나선 노란우산
- 브브걸·에이핑크·온앤오프 등 6개 그룹, 광화문·성수·홍대서 직접 판매
- K트렌드·뷰티·푸드 분야 소상공인 30곳 안팎 선정…상품 선구매로 부담 완화
- 현장 화제성 넘어 온라인 유통·재구매로 연결해야 지속 가능한 판로 구축
K팝 아이돌이 무대가 아닌 플리마켓 판매대로 향한다. 아이돌의 팬덤과 콘텐츠 영향력을 소기업·소상공인의 상품 홍보와 판매에 연결하는 새로운 ‘팬덤 커머스’ 실험이 시작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노란우산 디지털 콘텐츠 ‘옐로우 플리마켓’에 참여할 소기업·소상공인을 오는 10일까지 모집한다. 선정된 업체의 상품은 노란우산이 먼저 구매한 뒤 K팝 아이돌이 서울 주요 상권의 오프라인 플리마켓에서 직접 소개하고 판매한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브브걸과 엔플라잉, 에이핑크, 우주소녀, 온앤오프, 크래비티 등 6개 그룹이 참여한다. 상품 분야와 촬영 장소를 달리한 K트렌드·K뷰티·K푸드 등 세 편의 콘텐츠로 제작된다.
오는 17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K트렌드 편에는 브브걸과 엔플라잉이 참여한다. 인테리어 소품과 캐릭터 굿즈 등 개성과 아이디어를 갖춘 상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18일 성수동에서 진행되는 K뷰티 편에는 에이핑크와 우주소녀가 일일 영업사원으로 나선다. 의류와 주얼리, 스킨케어 등 패션·뷰티 분야의 소상공인 제품을 소비자에게 선보인다.
21일 홍대에서 촬영하는 K푸드 편에는 온앤오프와 크래비티가 참여한다. 디저트와 간편식, 특색 있는 먹거리 가운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를 모을 수 있는 제품을 발굴한다.
중기중앙회는 에피소드별로 10곳 안팎, 전체 30곳가량의 업체를 선정할 예정이다. 참여를 희망하는 소기업·소상공인은 노란우산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옐로우 플리마켓이 기존 중소기업 판촉행사와 다른 점은 상품 판매 과정을 하나의 대중문화 콘텐츠로 만든다는 데 있다. 단순히 매대를 설치하고 소비자를 기다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아이돌이 제품을 살펴보고 특징을 설명하며 팬들과 소통하는 과정 전체를 영상 콘텐츠로 활용한다.
소상공인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 가운데 하나는 제품 자체의 경쟁력보다 ‘발견될 기회’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품질이 좋은 상품을 만들어도 광고비와 유통 수수료를 감당하기 어렵고,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 온라인 플랫폼의 수많은 제품 사이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
K팝 아이돌은 이러한 인지도의 장벽을 단기간에 낮춰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팬들은 좋아하는 가수가 소개하는 제품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고, 현장 방문과 영상 시청, SNS 공유를 통해 상품 정보를 확산한다.
특히 광화문과 성수동, 홍대는 직장인과 관광객, 젊은 소비자의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의 대표 상권이다. 지역별 이미지에 맞춰 상품을 배치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광화문에서는 생활소품과 굿즈를 통해 대중적인 접근성을 높이고, 패션과 뷰티 소비가 활발한 성수동에서는 K뷰티 제품을 집중적으로 선보인다. 공연과 젊은 문화의 중심지인 홍대에서는 디저트와 먹거리의 현장 체험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노란우산이 선정 상품을 선구매한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행사 참여만을 위해 소상공인이 별도의 재고를 부담했다가 판매되지 않을 위험을 줄이고, 선정과 동시에 일정한 매출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홍보 지원사업은 광고나 전시 기회만 제공하고 실제 판매 성과는 업체가 감당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선구매 방식은 판촉 지원과 직접 구매를 결합해 참여 소상공인의 초기 부담을 낮춘다.
이 프로젝트는 K팝 팬덤의 소비력을 대기업 제품이나 연예인 굿즈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소상공인 상품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팬의 관심과 응원이 새로운 브랜드를 발견하고 성장시키는 힘으로 연결될 수 있다.
K팝과 K뷰티, K푸드가 해외에서 하나의 문화적 소비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도 기회다. 현장 영상을 다국어 자막과 짧은 영상으로 제작하고 해외 주문이 가능한 온라인 판매 페이지와 연결하면 국내 행사가 소상공인의 수출 테스트베드로 발전할 수 있다.
다만 유명 아이돌의 등장만으로 지속적인 판로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행사 당일 제품이 판매되고 영상 조회 수가 높게 나오더라도 소비자가 해당 브랜드를 기억하고 다시 구매하지 않는다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콘텐츠를 시청한 소비자가 즉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영상과 온라인 판매 페이지를 연결해야 한다. 행사 종료 후에도 기획전과 할인행사, 라이브커머스, 리뷰 콘텐츠 등을 이어가며 관심이 실제 주문으로 전환되는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성과 측정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참여 아이돌의 인지도나 현장 방문객 수, 영상 조회 수만으로 사업을 평가하면 소상공인에게 실제로 어떤 도움이 됐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행사 기간 판매량과 온라인몰 방문자 수뿐 아니라 30일·90일 뒤 재구매율, 브랜드 검색량, SNS 팔로어 증가, 신규 유통채널 입점 여부 등을 추적해야 한다. 이를 통해 어떤 상품과 콘텐츠 형식이 실질적인 매출로 이어졌는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
상품 선정 과정에서는 사진이나 영상에 잘 나오는 제품에만 기회가 집중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품질과 가격 경쟁력, 생산능력, 배송과 고객응대, 관련 인증 등 실제 판매 확대를 감당할 준비가 돼 있는지도 함께 평가해야 한다.
아이돌과 상품의 적합성도 중요하다. 단순히 유명인이 제품을 들고 있는 장면보다 출연자가 실제로 제품을 사용하고 특징을 이해한 뒤 자신의 언어로 설명할 때 소비자의 신뢰와 콘텐츠의 재미가 함께 높아진다.
팬덤을 지나치게 구매 압박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한정판매나 출연자와의 만남을 앞세워 필요 이상의 소비를 유도하기보다 좋은 소상공인 제품을 발견하고 합리적으로 구매하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옐로우 플리마켓은 소상공인 지원정책이 자금과 교육 중심에서 콘텐츠 제작과 팬덤 연결, 유통 지원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소비자의 관심이 희소해진 시대에는 제품을 만드는 능력만큼 제품이 발견되고 이야기되는 구조를 설계하는 역량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번 실험이 성과를 낸다면 스포츠 선수와 배우, 크리에이터 등 다양한 팬덤을 지역 특산물과 전통시장, 청년창업 제품에 연결하는 방식으로 확대할 수 있다. 콘텐츠의 즐거움과 소상공인의 판로 확대를 결합한 새로운 상생 모델이 될 가능성도 있다.
옐로우 플리마켓의 진정한 성과는 아이돌이 하루 동안 몇 개의 상품을 판매했느냐보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소비자가 브랜드를 기억하고 다시 찾는 유통 경로를 만들었느냐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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