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은 듣는 음악에서 ‘접속하는 세계’로…AI·XR이 여는 엔터테크 시대
- VR 공연·몰입형 콘텐츠로 시공간 넘어 확장되는 글로벌 팬 경험
- 음악 IP, 게임·웹툰·가상공간·커머스로 확장…새 수익모델 부상
- ‘GES·엔터테크 서울’ 체험과 투자·해외 판로 연결…창작자 권리 보호는 과제
공연장의 조명이 꺼져도 K팝 콘텐츠는 끝나지 않는다. 해외 팬은 가상현실(VR) 기기를 통해 아티스트를 눈앞에서 만나고, 인공지능(AI)이 제공하는 번역과 맞춤형 콘텐츠를 이용하며 게임과 가상공간 속에서 아티스트의 세계관을 계속 경험한다. K팝이 듣고 보는 콘텐츠에서 팬이 직접 들어가 참여하는 ‘접속형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을 보여주는 ‘GES·엔터테크 서울 2026’이 오는 9월 17일부터 20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JW메리어트 동대문 일대에서 열린다. 음악과 게임, 미디어에 AI·확장현실(XR)·VR 기술을 접목한 콘텐츠를 시민이 체험하고, 기업은 투자자와 해외 바이어를 만나는 행사다.
올해 행사는 ‘엔터테크, 서울’과 게임·e스포츠 행사인 ‘GES’를 통합해 개최한다. 여기에 글로벌 콘텐츠 비즈니스 마켓인 ‘SPP 국제콘텐츠마켓’을 연계해 전시와 공연, 산업 포럼, 투자상담, 해외 판로 개척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는다.
특히 K팝이 핵심 축으로 확대된다. SM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의 VR 콘텐츠와 피프티피프티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몰입형 VR 콘텐츠가 공개되고, 서울 소재 중소 엔터테인먼트사 소속 신진 아티스트 8팀은 해외 공연기획자를 대상으로 쇼케이스와 비즈니스 상담을 진행한다.
K팝과 VR의 결합은 공연이 가진 물리적 한계를 낮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기존 공연은 정해진 날짜와 장소, 좌석 수에 따라 관객 규모가 제한된다. 반면 VR 공연은 세계 어느 지역에서든 접속할 수 있고, 동일한 콘텐츠를 여러 차례 유통할 수 있다.
이는 현장 공연을 대체한다기보다 팬 경험을 확장하는 새로운 무대에 가깝다. 실제 공연에 참여하지 못한 해외 팬에게는 접근 기회를 제공하고, 공연을 관람한 팬에게는 다른 시점과 연출로 콘텐츠를 다시 경험하게 할 수 있다.
AI도 K팝의 해외 확산 방식을 바꾸고 있다. 다국어 자막과 실시간 번역, 팬의 취향에 따른 콘텐츠 추천, 영상 편집과 무대 연출 지원 등은 콘텐츠 제작과 유통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팬의 활동과 선호를 분석해 국가별로 다른 콘텐츠를 제공하는 개인화 서비스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중요한 변화는 음악 한 곡이 여러 산업으로 뻗어나가는 방식이다. 아티스트의 음악과 캐릭터, 세계관은 게임과 웹툰, 애니메이션, 가상공간, 패션과 상품 판매로 확장될 수 있다. 팬은 노래를 듣는 데 그치지 않고 게임 속 임무에 참여하거나 가상공간에서 다른 팬과 소통하며 디지털 상품을 구매한다.
이 과정에서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사업모델도 음원과 공연 중심에서 IP 기반의 복합 수익구조로 넓어진다. VR 공연 관람권과 유료 멤버십, 디지털 상품, 캐릭터 라이선스, 게임 협업, 브랜드 커머스 등이 하나의 아티스트 IP를 중심으로 연결될 수 있다.
게임·e스포츠와 엔터테크 행사를 함께 여는 것도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게임 이용자는 단순한 시청자보다 직접 참여하고 선택하는 경험에 익숙하다. 아티스트 콘텐츠에 게임의 상호작용과 보상 구조를 결합하면 팬은 콘텐츠 소비자에서 세계관을 함께 만들어가는 참여자로 이동하게 된다.
이번 행사가 SPP 국제콘텐츠마켓과 연계된 점도 의미가 있다. 새로운 기술을 체험하는 축제에 그치지 않고 콘텐츠 기업이 투자자와 해외 바이어를 만나 계약과 공동제작, 유통 협력을 논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네트워크가 부족한 중소 엔터테인먼트사와 신진 아티스트에게는 새로운 진입로가 될 수 있다. 대규모 해외 공연을 먼저 추진하지 않더라도 VR 쇼케이스와 디지털 콘텐츠로 시장 반응을 확인하고, 현장에서 해외 공연기획자와 직접 사업 가능성을 논의할 수 있다.
다만 엔터테크의 성장을 위해서는 기술적 화려함보다 지속 가능한 사업구조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 VR 콘텐츠는 제작비가 높고 이용 기기 보급률에 따라 접근성이 달라질 수 있다. 특정 플랫폼에 팬과 콘텐츠가 집중되면 수수료와 노출 정책 변화에 따라 수익성이 흔들릴 위험도 있다.
아티스트의 얼굴과 목소리, 동작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도 중요한 쟁점이다. AI로 아티스트의 음성이나 모습을 재현하려면 이용 범위와 기간, 수익 배분 기준을 계약 단계에서 명확히 해야 한다. 창작자의 동의 없이 학습된 데이터나 무단 생성 콘텐츠가 확산될 경우 산업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
팬이 원하는 것은 정교한 가상인간 자체가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와의 진정성 있는 관계다. 기술이 아티스트를 대신하는 방향으로 사용되기보다 창작자의 표현을 넓히고 팬과 만나는 경로를 확장하는 도구로 작동해야 한다.
‘GES·엔터테크 서울 2026’의 성과 역시 방문객 수나 전시 콘텐츠 수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행사에서 소개된 기술이 실제 콘텐츠로 제작되고, 중소기업과 아티스트가 투자와 해외 유통 계약을 확보하며, 일회성 체험이 지속적인 매출로 연결되는지가 중요하다.
K팝의 다음 경쟁력은 더 화려한 무대를 만드는 데만 있지 않다. 음악과 아티스트 IP에 AI·XR·게임 기술을 결합하고, 이를 투자와 유통, 글로벌 팬 경험으로 연결하는 산업 생태계가 새로운 승부처가 되고 있다.
K팝이 세계에서 사랑받는 음악을 넘어 언제 어디서든 접속할 수 있는 콘텐츠 세계로 확장되고 있다. 엔터테크는 그 변화를 현실로 만드는 새로운 무대다.
더 좋은 미래를 위한 콘텐츠 플랫폼 – <굿퓨처데일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