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첫 국산차 ‘엑소봇’ 공개…석유 부국, 자동차 생산국에 도전
- PIF·폭스콘 합작 시어의 첫 전기차…세단·SUV로 2027년 판매
- 최상위 사양 1111마력 예고…초기 퍼스트 에디션은 850마력
- 2030년까지 7개 차종 구축…현지 공급망 육성이 성패 가를 전망
세계 최대 산유국 가운데 하나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 최초의 자동차 브랜드를 앞세워 완성차 생산국에 도전한다. 사우디 국부펀드와 대만 폭스콘이 설립한 시어가 첫 전기차 ‘엑소봇’을 공개하면서 석유 수출에 의존해 온 산업구조를 제조업 중심으로 다변화하려는 ‘비전 2030’ 전략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시어는 지난 21일 플래그십 전기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으로 구성된 엑소봇을 공개했다. 2022년 설립된 시어는 사우디 국부펀드 PIF와 폭스콘의 합작회사로, 폭스콘의 전기·전자 아키텍처와 BMW의 자동차 기술 등을 활용해 차량을 개발했다. 생산은 홍해 연안 킹 압둘라 경제도시에 조성된 전용 공장에서 이뤄지며, 사우디 내 판매는 2027년 초 시작될 예정이다.
엑소봇의 최상위 사양은 전기모터 3개를 기반으로 최고출력 1111마력, 최대토크 1500Nm를 발휘하도록 개발됐다. 세단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2.1초, SUV는 2.4초 만에 도달하는 성능을 목표로 한다.
다만 실제 초기 판매 모델인 ‘퍼스트 에디션’의 제원은 이보다 낮다. 퍼스트 에디션은 최고출력 850마력, 최대토크 1000Nm의 3모터 사륜구동 시스템을 적용한다. 시속 100㎞ 도달 시간은 세단 2.6초, SUV 2.9초다. ‘1111마력 사우디 전기차’라는 상징적인 수치와 소비자가 먼저 인도받게 될 차량의 제원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배터리 용량은 112kWh이며 800V 전기 시스템을 채택했다. 시어가 제시한 NEDC 기준 주행거리는 세단 최대 670㎞, SUV 최대 560㎞다.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급속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분 이내다. 다만 NEDC는 비교적 낙관적인 결과가 나오는 측정 방식이어서 실제 도로 주행거리와 다른 인증 기준에서는 수치가 낮아질 수 있다.
외관에는 위로 열리는 약 3m 길이의 ‘샤힌 윙 도어’와 길이 2.4m의 대형 윈드실드가 적용됐다. 32개의 시그니처 조명은 사우디 건국 연도인 1932년을 상징한다. 실내에는 좌우를 가로지르는 48인치 8K 커브드 디스플레이와 아랍어·영어를 지원하는 음성 비서가 탑재됐다. 외부 기온이 섭씨 65도에 이르는 환경에서도 실내 온도를 10분 안에 32도까지 낮추는 냉방 시스템도 중동 시장에 특화된 기능이다.
시어의 목표는 고성능 전기차 한 대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회사는 2030년까지 엑소봇을 포함한 7개 차종을 갖추고 중형·준중형 시장으로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다. 2028년부터 주변 국가에 진출한 뒤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으로 판매 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추진한다. 전기차뿐 아니라 시장 상황에 따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 모델도 운영할 방침이다.
사우디는 과거에도 해외 완성차 공장 유치를 추진했지만 높은 인건비와 취약한 부품 공급망으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번에는 미국 리어, 독일 벤텔러, 한국 신영 등 글로벌 부품기업의 현지 생산을 유도하며 공급망을 함께 구축하고 있다. 시어는 2034년까지 부품 현지화율을 45%로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엑소봇의 진정한 의미는 1111마력이라는 숫자보다 사우디가 소비시장과 투자자의 위치를 넘어 설계·생산·공급망을 갖춘 제조국으로 이동하려 한다는 데 있다. 그러나 막대한 국부펀드의 지원만으로 자동차 산업의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양산 품질과 가격 경쟁력, 서비스망, 현지 인재 육성, 지속적인 수출 수요를 확보해야 한다. 엑소봇은 사우디 산업 다변화의 화려한 출발점인 동시에 ‘석유 이후의 성장동력’을 실제 제조 경쟁력으로 바꿀 수 있는지를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더 좋은 미래를 위한 콘텐츠 플랫폼 – <굿퓨처데일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