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유통

강남엔 치폴레, 성수엔 팀홀튼…서울이 글로벌 외식 브랜드 시험대 된 이유

  • 치폴레, 아시아 첫 매장서 미국 메뉴·조리·주문 방식 그대로 적용
  • 팀홀튼, 성수 플래그십 통해 한국형 메뉴와 브랜드 경험 강화
  • ‘오리지널리티’와 ‘현지화’ 엇갈린 전략…재방문율·수익성이 성패 가를 듯

미국 패스트 캐주얼 브랜드 치폴레가 아시아 첫 매장을 서울 강남에 열고, 캐나다 커피 브랜드 팀홀튼은 성수동에 첫 플래그십 매장을 준비한다. 서로 다른 국가와 업종에서 출발한 글로벌 외식 브랜드가 서울의 대표 상권을 새로운 전략 거점으로 선택하면서 한국이 아시아 외식시장의 시험대로 부상하고 있다.

치폴레 한국 운영사 S&C레스토랑홀딩스는 2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 96석 규모의 치폴레 강남점을 공식 개점한다. 1993년 미국에서 시작한 치폴레가 아시아에 매장을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진출 방식도 기존 해외 사업과 다르다. 치폴레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매장을 직접 소유·운영해 왔지만,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현지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상미당홀딩스 계열 외식기업 빅바이트컴퍼니와 함께 S&C레스토랑홀딩스를 세워 한국과 싱가포르 사업을 추진한다.

빅바이트컴퍼니는 쉐이크쉑과 잠바 등 해외 외식 브랜드를 국내에서 운영해 온 경험을 갖고 있다. 치폴레는 연내 국내 2·3호점을 추가하고 내년 상반기 싱가포르에도 첫 매장을 열어 한국에서 구축한 운영 체계를 아시아 시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치폴레가 선택한 한국 공략법은 적극적인 현지화보다 ‘오리지널리티 유지’에 가깝다. 메뉴 구성부터 식재료 손질, 조리와 주문 방식까지 미국 매장의 경험을 그대로 재현한다. 국내 매장도 모두 직영 방식으로 운영해 품질과 서비스를 일관되게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고객은 카운터를 따라 이동하며 부리또와 부리또 볼, 타코, 샐러드, 퀘사디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 뒤 치킨·스테이크·바바코아·카르니타스·소프리타스·베지 등 주재료와 쌀, 콩, 살사, 치즈, 사워크림 등을 조합한다. 기본 재료는 원하는 만큼 선택해도 추가 비용을 받지 않는다.

매일 아침 매장에서 식재료를 손질하고 고기를 굽는 방식도 미국과 동일하다. 오픈 키친을 통해 고객이 조리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도록 했으며 합성향료와 색소, 보존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적용했다.

이 같은 방식은 샐러드와 포케, 샌드위치 등을 취향에 맞게 구성하는 주문 문화에 익숙해진 국내 소비자와 접점이 있다. 정해진 메뉴를 고르는 대신 단백질과 탄수화물, 채소, 소스를 직접 조절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치폴레의 커스터마이징 방식도 과거보다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반면 팀홀튼은 한국 시장에서 현지화의 폭을 넓히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2023년 12월 신논현점으로 국내 사업을 시작한 팀홀튼은 서울 성수동에 브랜드의 정체성과 한국형 운영 모델을 함께 보여줄 플래그십 매장을 준비하고 있다.

팀홀튼은 초기 2년 동안 캐나다 본사의 매장 시스템을 국내에 안착시키는 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한국 소비자의 식사와 카페 이용 방식에 맞춘 메뉴와 공간을 확대할 계획이다. 주요 매장에서 운영하는 ‘팀스 키친’을 통해 커피와 도넛을 넘어 디저트와 식사 메뉴를 강화하는 것도 현지화 전략의 일부다.

두 브랜드의 입지 선택도 서로 다른 목적을 보여준다. 치폴레가 들어서는 강남역 일대는 직장인과 학생, 쇼핑객이 밀집해 점심과 저녁시간의 실제 구매 수요와 매장 운영 효율을 확인하기 좋은 상권이다. 빠른 주문과 높은 회전율이 중요한 패스트 캐주얼 모델을 검증하기에 적합하다.

성수동은 패션과 문화, 팝업스토어가 모여 새로운 브랜드를 경험하려는 젊은 소비자가 찾는 지역이다. 팀홀튼은 플래그십을 통해 단순히 커피와 도넛을 판매하기보다 캐나다 브랜드의 분위기와 한국형 메뉴를 함께 보여주며 브랜드 이미지를 다시 설계할 수 있다.

치폴레와 팀홀튼의 움직임은 글로벌 외식기업이 한국을 단순한 추가 출점 국가로만 보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새로운 음식과 주문 방식을 빠르게 받아들이면서도 원재료와 가격, 서비스, 공간에 대한 평가 기준이 높은 한국 소비자를 통해 브랜드의 경쟁력을 입체적으로 점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브랜드를 운영해 본 국내 기업이 늘어난 점도 한국 진출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 현지 파트너는 좋은 상권을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내 식품 규제와 원재료 조달, 인력 교육, 배달과 디지털 주문, 소비자 불만 대응까지 맡는다. 글로벌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한국 시장에 맞는 운영 체계를 만드는 역량이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다만 개점 전후의 관심이 장기적인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 경험한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와 새로운 매장을 방문하려는 수요가 초기 흥행을 만들 수 있지만, 실제 성패는 일상적인 한 끼나 커피로 반복해서 선택받을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치폴레는 신선한 식재료와 자유로운 조합을 유지하면서 국내 소비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과 빠른 주문 속도를 확보해야 한다. 다양한 조합을 처음 접하는 고객이 쉽게 주문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매장마다 동일한 맛을 구현하는 것도 과제다.

팀홀튼 역시 플래그십의 화제성을 일반 매장의 매출과 재방문으로 연결해야 한다. 한국형 메뉴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캐나다 브랜드의 정체성이 흐려지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것도 중요하다.

두 브랜드의 전략은 서로 다르지만 확인하려는 질문은 같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성공한 외식 모델이 까다롭고 변화가 빠른 한국 소비자의 일상 속에 자리 잡을 수 있는가다. 강남의 치폴레와 성수의 팀홀튼이 만들어낼 성적표는 향후 글로벌 외식 브랜드가 한국을 거쳐 아시아로 확장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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